[데스크칼럼]노동개혁 ‘싫어요’

  • 등록 2016-01-07 오전 8:33:19

    수정 2016-01-07 오전 8:33:19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올해 12살이 된 큰 딸의 입버릇 중 하나가 ‘싫어요’다. 조건반사 수준이다. “이 닦고 세수해야지”, “학원 가야지”, “숙제하고 자라”는 엄마의 잔소리에 “싫어요”를 연발하다 혼쭐이 나기 일쑤다. 가끔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농성을 벌인다.

아내는 딸아이와의 승강이에 지칠 때면 “다 자기 잘되라고 하는 소린데 왜 이렇게 속을 썩이는 지 모르겠어”라며 분해 한다. 한번은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둬”라고 입바른 소리를 했다가 같이 혼이 났다. “잘되면 자기가 잘나서고, 잘못되면 부모 탓인 거 모르냐”는 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작년 11월 기준 독일 실업률은 6.3%다. 청년실업률(만 25세 미만)은 7%대다. 유럽 전체에서 가장 낮은 수치이자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가장 낮다. 같은 유로존에 속해 있는 국가 중 그리스는 지난해 10월 기준 청년실업률이 48.6%, 스페인은 46.7%나 된다.

폭스바겐 사태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에도 불구 견고한 노동시장과 가계지출이 내수를 떠받치면서 기업들이 채용을 늘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용창출→소득증대→내수확충→고용창출’의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불과 10년 전인 2005년 2월 독일의 실업자수는 530만명에 달했다. 실업률은 11.3%로 EU 회원국 중 폴란드와 슬로바키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청년실업률은 16%에 육박했다. 고령화로 연금과 건강보험 기금 부담이 커져 사회보장체계마저 위협받는 처지였다. 지금도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다.

상전벽해나 다름없는 변화의 배경에는 ‘하르츠 개혁’의 성공이 자리 잡고 있다. 하르츠 개혁은 현재 우리나라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의 롤모델이다. 장시간 근로 제한, 시간제근로(minijob) 확대, 규제완화를 통한 고용유연화 등이 주요 골자다.

하르츠 개혁은 성공한 노동개혁의 대명사가 됐지만 당시 독일에서는 환영받지 못한 정책이었다. 노동개혁이라는 게 외면하면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고난의 행군’인 탓이다. 하르츠 개혁을 입안해 추진한 슈뢰더 정부는 2005년 메르켈 정부에게 정권을 내줬다. 하지만 정권을 넘겨받은 메르켈 정부도 하르츠 개혁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경제강국 독일을 재건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근래 욕을 많이 먹는다. ‘노동부 장관인지, 산업부 장관인지 모르겠다’는 비아냥마저 들린다. 누군가는 경제부총리 대신 악역을 맡았다며 안쓰러워하기도 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곁에서 지켜본 이 장관은 노동개혁이 궁극적으로 근로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확신이 있어 저렇게 열심히 뛰어다니지, 누구 대신 악역을 맡거나 자리에 연연해 소신과 어긋난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 ‘노사 양측에서 인정받는 30년 정통 노동관료’라는 타이틀이 자리 지키기에 연연하며 세월을 보낸 공무원에게 주어질 리 없다.

노동계나 야당의 ‘노동개혁 싫어요’를 보고 있으면 조건반사 같은 느낌이 든다. ‘박근혜 정부가 하는 건 뭐든지 싫다’는 반감이 노동개혁의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하는 이유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아내는 오늘도 ‘가기 싫다’며 투덜대는 딸아이의 등을 떠밀어 학원에 보냈다. 때로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래야 미래가 평안한 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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