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닮은 형제…신춘호 회장 별세로 범롯데家 갈등 막내리나

신격호 롯데명예 회장과 라면사업 문제로 의절했지만
사업 향한 불굴의 의지와 뛰어난 경영능력은 '닮은꼴'
조카 신동빈·동주 회장은 일본 체류로 장례 불참할 듯
  • 등록 2021-03-27 오후 2:04:21

    수정 2021-03-27 오후 2:45:22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라면왕’으로 불리는 율촌(栗村) 신춘호 농심 회장은 27일 향년 92세의 나이로 별세하기까지 ‘한국식 라면’을 글로벌 식탁에 올리기 위해 반세기 이상 노력을 쏟아 부었다. 1965년 농심을 설립해 56년간 기업을 이끌었다. 창업 약 20년 만에 농심은 국내 라면시장 1위에 올랐고, 더 나아가 대표 제품인 신라면을 필두로 ‘K푸드’의 대명사로 성장했다.

신춘호 농심 창업주.(사진=농심)
큰형과 갈등했지만 서로 닮은 형제…“뛰어난 경영 안목과 의지”

신 회장은 년 12월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동면에서 부친 신진수 공과 모친 김필순 여사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신 회장의 위로 지난해 1월 별세한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신철호, 신소하, 신경애가 있다. 아래로는 신경숙, 신선호(일본 산사스식품 사장), 신정숙, 신준호(푸르밀 회장), 신정희(동화면세점 부회장(사장))가 있다.

신 회장은 생전 사업 문제로 큰형인 신격호 회장과 사이가 틀어졌었지만, 사업을 향한 불굴의 의지와 소신은 꼭 닮은 점이다. 라면 사업으로 형의 그늘을 벗어나겠다고 생각한 것도 당시 그의 독립에 동력이 되기도 했다. 큰형을 도와 롯데를 키우다가 신사업으로 라면을 제안했지만 ‘밥 대신 라면을 먹을 사람이 있겠느냐’는 반대에 부딪히자 자신만의 회사를 꾸리겠다고 다짐했다.

신 회장은 자본금 500만원으로 지금의 농심 사옥이 있는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서 롯데공업사로 라면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라면 사업을 반대하던 신 명예회장은 ‘롯데’라는 사명을 쓰지 못하도록 했고, 롯데공업은 1978년 농심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형제는 의절했고, 신 명예회장이 주최하는 가족행사나 신춘호 회장 고희연에도 서로 찾지 않았다.

1999년 쓴 ‘철학을 가진 쟁이는 행복하다’란 제목의 자서전에서 신 회장은 “신적인 존재나 마찬가지였던 큰형이 반대하자 일종의 오기가 생겼다”면서 1965년 롯데공업사를 차려 독립하던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창업 11년만에 1976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하며 보란 듯이 형의 그늘을 벗어나 20여년 뒤인 1985년에는 삼양그룹을 제치고 국내라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을 만들어냈다. 1941년 19세의 나이로 일본으로 건너가 단돈 83엔(830원)으로 재계 5위의 롯데그룹을 일군 큰형 신격호 명예회장과 뜻은 달랐지만 뛰어난 경영능력과 기업가 정신은 꼭 닮은 점이다.

1986년 탄생한 농심의 역작 신라면 뿐만 아니라 소고기라면, 너구리, 육개장사발면, 짜파게티, 안성탕면 등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즈가 세계 최고의 라면 1위로 선정한 신라면블랙까지 수많은 대표제품을 만들어냈다. 농심은 신 회장의 열정과 애정 아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 6400억원과 영업이익 1600억원을 기록, 새로운 역사를 썼다.

고 신격호(왼쪽)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신춘호 농심 회장. (사진=각사)
마음 한 켠엔 가족 향한 사랑…범롯데家 분쟁도 막 내렸다

신 명예회장에 이어 신춘호 회장도 숙환으로 타계한 뒤 경영권 분쟁과 법정 소송 등으로 얽힌 범롯데가(家)의 가족 관계가 화해 분위기가 다시 조성될지도 주목된다.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신 명예회장의 별세 당시 장례식장에는 직접 찾지 못했지만 가족들을 모두 불러 모아 가족 간의 우애와 화합을 강조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신 회장은 큰형과 의절한 뒤에도 종종 가족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서전에서 “일찍 일본으로 건너간 큰형과 몸이 약했던 둘째형을 대신해 집안의 실질적 가장 역할을 했고 1999년 도굴범이 훔쳐 간 아버지 신진수씨의 유해를 찾아내 모셨다”고 전하기도 했다.

두 회장이 모두 작고한 만큼 롯데가의 경영을 물려받은 2세들끼리의 교류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신 회장의 아들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은 지난해 신 회장을 대신해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례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고 신 명예회장은 슬하에 두 아들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과 장녀 신영자, 막내딸 신유미까지 4남매를 두고 있다. 신춘호 회장은 1954년 김낙양 여사와 결혼한 뒤 신현주(농심기획 부회장), 신동원(농심 부회장), 신동윤(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메가마트 부회장), 신윤경(아모레퍼시픽 서경배회장 부인) 3남 2녀를 두었다.

신 회장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오후 2시부터 신동원 농심그룹 부회장 등 가족들이 참여해 조문객을 맞을 예정이다. 발인은 오는 30일 오전 5시, 장지는 경남 밀양 선영이다.

신 회장의 빈소에는 신준호 푸르밀 회장 등 신 회장의 형제들이 모두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카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SDJ코러페이션 회장은 모두 일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자가격리 기간을 고려하면 장례 일정에 참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신 신동빈 롯데 회장은 화환을 보내 조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 관계자는 “오후 2시부터 조문객을 맞기 위해 준비 중이며 (형제 분들은) 다 도착해 계신다”면서 “롯데 쪽에서는 두 분 모두 일본에 체류 중인 관계로 바로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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