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포럼2013]윤진숙 "여성의 당당함에 사회 배려 더해야"

갖가지 편견과 싸워 장관까지..여성 위한 '시스템' 만들어
여성 스스로도 반성 필요.."남성과 정당하게 겨뤄 평가받아야"
"배려는 여성이 가진 최고의 장점"
  • 등록 2013-11-26 오전 10:15:15

    수정 2013-11-26 오후 7:13:45

[이데일리 함정선·이지현 기자] “육아휴직에 들어간 직원 자리에는 임시직을 뽑았어요. 비용이 들지만 한두 번 반복하니 다음부터는 당연한 일이 되더군요. 조직의 윗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여성 인력을 배려하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거죠.”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한대욱 기자)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미혼이다. 거친 해양수산 분야에서 남성들과 함께 부대끼며 일하다 보니 여성성은 잊고 살았다. 여성이지만 오히려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여성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윤 장관은 누구보다 여성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제공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왔다. 그것이 한 조직을 이끄는 ‘장(長)’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관 17명 가운데 단 두 명의 여성장관. 그 중 한 명인 윤 장관을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만났다.

여성 배려하는 ‘시스템’ 중요

윤 장관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연구본부장에 재직하던 시절 두 명의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을 허락했다. 윤 장관이 고민 없이 육아휴직을 승낙하자 오히려 남성 직원이 찾아와 “내가 그렇게 필요없는 인력이냐”고 섭섭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여성의 육아휴직은 당연하고 남성의 육아휴직은 문제가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얘기”라며 여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사회 인식을 비판했다.

특히 여성이 남성들과 동등한 교육을 받고 있는 지금 출산과 육아 등에 대한 부담을 여성에게만 지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의 교육에도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는데 여성에게 현모양처만 되라고 하면 국가로서도 손해”라며 “이런 여성들이 능력을 모두 발휘하려면 가정과 사회, 모두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해양수산부 내에서라도 여성 직원들을 더 배려할 계획이다. 물론 여성이라고 무조건 대우를 해주겠다는 뜻은 아니다. 윤 장관은 “해양수산부가 분야 특성상 거친 면이 있어 여성 관리자가 많지 않다”며 “남성 위주의 전반적인 조직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해외 연수 등도 활발하게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이력관리에 힘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윤 장관은 조직 내 합의를 중시했다. 그는 “여성들의 이력관리도 조직 내 남성 직원들과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며 “남성이 그동안 우위를 차지해왔던 만큼 반발이 크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여성 반성 필요..“정정당당하게 겨뤄라”

윤 장관은 여성이지만 여성의 시각으로만 여성 문제를 바라보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여성들에게 쓴소리도 서슴지 않는다.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기 바라면서 정작 여성의 물리적인 약점을 내세워 일을 하지 않으려는 여성들이 있기 때문이다.

윤 장관은 “대학교 후배, 후배 직원들 등을 야단 많이 쳤다”며 “여성이라 커피 타는 일은 차별이라고 하면서 무거운 짐을 안 들더라”라고 회상했다. 반면 오히려 남자 후배나 직원들은 커피 타는 일에 큰 거부감이 없었다.

그는 “남성은 콤플렉스가 없어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다”며 “여성들도 제대로 평가를 받고 싶다면 일에 대해서는 남성과 정정당당하게 겨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장관은 여성들이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해?’라는 생각에 일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여성으로서 이점만 챙기려는 이기심을 비판한 얘기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시간선택제’에 대해서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그는 “여성이 가정과 일을 모두 해내려다보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경력이 단절돼 사회로 돌아오기 어려운 여성도 많다”며 “두 가지 일을 모두 하기 위해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면 아무 일도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윤 장관은 남성들이 여성을 같은 동료로 보는 인식변화가 필요한데 이는 가정에서 시작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가정에서 남성과 여성이 육아를 함께 담당하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직장에서도 자연스럽게 모든 일을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편견에 맞선 세월..성과로 능력 증명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한대욱 기자)
윤 장관은 그동안 갖은 편견과 싸워온 사람이다. 20대 후반 어린 나이에 대학 강사로 일하며 나이에 대한 편견과 싸웠고, 남자들의 세계로 불리는 해양수산 분야에서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맞섰다.

또한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혼 여성에 대한 편견과도 싸워야 했다. 사회가 만들어낸 다양한 편견과 싸우다 보니 오히려 가치관은 단단해지고,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는 커졌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다음 치른 청문회에서도 편견과 싸웠다. 학자 출신으로 대중 앞에 서는 것이 세련되지 못한 탓이다.

“청문회가 끝난 뒤 한 선배가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냈더라고요. 네가 아주 좋은 학교를 나왔거나 사회 유명인사인 남편을 뒀다면 언론에서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요.”

한국에서 아직 여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능력보다는 외적 요소가 더 크다는 점을 빗댄 지적있다. 그러나 윤 장관은 상심하지 않았다. 그는 “물론 사회에서 아직 여성은 많은 편견과 싸우고 있지만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며 “여성이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면 10년만 지나도 인식이 확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장관으로 역할을 수행한 지 약 7개월이 지난 지금 윤 장관에 대한 평가는 달라졌다. 일본 원전 문제를 두고 기자들과 사석에서 강도 높게 일본을 비판하며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직접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해 회를 시식하기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수산물을 이리 검사하고 저리 검사해도 안전하기만 합니다. 사실 해류가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데 그 철저한 미국이 왜 가만히 있겠어요. 국내 수산물을 외면하고 미국 수산물을 사 먹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배려의 힘’

윤 장관은 이번 내각 구성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학자 출신으로 정계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양수산 분야에서는 이미 유명하다. 특히 그동안 한결같이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부로부터 해수부 분리를 주장해왔다. 심지어 내각 구성을 막 끝낸 이명박 전 대통령 앞에서도 해수부 분리를 주장한 점은 해양수산 분야에서 유명한 일화다.

소신과 원칙을 중시하는 성격 덕분이다. 공유수면 매립과 관련된 갈등이 불거졌을 때 원칙을 고수하며 강한 모습을 보여 지역 사회에서는 ‘마녀’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윤 장관은 소신과 원칙을 고수할 때도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 장관은 “배려가 여성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며 “여성은 사람들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장점을 끌어내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윤 장관은 여성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보고 있다. 남성들이 만들어온 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장관은 이 때문에 수산개발원 재직 시절 남성 직원들이 해외 연수 또는 행사에 참여할 때 부인과 함께 가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미혼인 윤 장관의 지시이다 보니 반발이 없었다. 본인의 이익을 위해 하는 얘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자이기 때문에 학연이나 지연에 엮일 일이 적습니다.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아서 성공하는 그림도 여성과는 어울리지 않죠. 본인의 일을 열심히 하고 일에 대한 평가를 받는 기본이 여성에게는 더 쉬울 수 있습니다.”

윤진숙 장관은...

1955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여고, 부산여대(현 신라대)를 졸업하고 경희대서 석·박사를 땄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다 1997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들어와 해양정책연구본부장, 해양아카데미 학장, 해양연구본부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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