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몰카 판사”…강력해진 드라마 속 풍자

  • 등록 2018-05-28 오전 11:00:00

    수정 2018-05-28 오전 11:00:00

사진=로고스필름, 스튜디오앤뉴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풍자가 이제 드라마의 몫이 됐다. 전보다 더욱 적나라하고, 강력해진 드라마 속 풍자가 재미를 더하고 있다.

27일 방송한 케이블채널 tvN 토일 미니시리즈 ‘무법 변호사’(극본 윤현호, 연출 김진민) 6회에선 남순자(염혜란 분)는 차문숙(이혜영 분)에게 태블릿PC로 안오주(최민수 분)의 떨어진 지지율을 보고한다. 남순자는 차문숙의 최측근으로 마사지까지 직접 챙긴다. 향판이었던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같은 길을 걷는 차문숙과 그런 차문숙 곁을 맴돌며 비선실세로 기세등등한 남순자. 이 조합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를 연상시킨다.

사진=‘무법 변호사’ 방송화면 캡처
최문숙은 극중 배경인 가상의 공간 기성시의 실질적인 왕이다. 겉으론 성녀의 얼굴을 하고 기성을 제멋대로 주무른다. 건달 출신인 안오주(최민수 분)를 배후에서 조정해 시장까지 갈아치우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도덕이나 윤리는 그와 별개다.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인 특권의식이 몸에 배어있다. 남순자에겐 딸 강연희(차정원 분)가 아킬레스건처럼 작용한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학창시절 강연희를 과보호하는 남순자의 치맛바람 등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 관련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무법 변호사’의 미덕은 단순히 설정 차용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극중 배경은 가상의 공간인 기성시다. 악인 차문숙-안오주-남순자는 기성 실세들의 모임 7인회로 확장된다. 그들은 법으로, 자본으로 부조리를 보기 좋게 포장해 이득을 챙긴다. 드라마는 주인공 봉상필(이준기 분)-하재이(서예지 분)의 사적 복수로 출발하지만 이면에는 기득권의 추악함을 담고 있다. ‘몰카 판사 감싸기’ 등 답답한 현실도 틈틈이 반영한다. 소년만화 같은 전개를 보여주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사진=‘미스 함무라비’ 방송화면 캡처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 미니시리즈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는 ‘생활밀착형’이다. 임바른(김명수 분)은 고야의 ‘산 이시드로 순례 행렬’을, 박차오름(고아라 분)은 이중섭의 ‘가족’을 사무실에 내건다. 정반대되는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을 토대로 드라마는 성 고정관념을 깨트린다. 임바른은 운동신경 제로에 주변 여성들에게 “지켜주겠다”는 말을 듣는다. 반면 박차오름은 깨지는 한이 있어도 직접 나서 해결하는 용감한 인물이다. “개떡같이 말해놓고 찰떡같이 알아들으라니 뭔 개떡같은 소리”라고 만취해 ‘꼰대’들에게 일침하는 임바른이나 성추행 피해자의 옷차림을 탓하는 한세상(성동일 분)에게 보란 듯이 니캅을 입고 나타나는 박차오름. ‘촌스러운’ 캐릭터가 주는 통쾌함이 ‘미스 함무라비’의 웃음 포인트다.

반감을 일으킨 사례도 있다. SBS 월화 미니시리즈 ‘기름진 멜로’ 5,6회에서 채설자(박지영 분)는 자신을 성추행을 하는 세탁소 주인에게 ‘한방’을 날린다. 그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며 “미투 때문에 한국이 난리”라고 말한다. 화끈한 성격을 보여주는 장면이지만, 일각에선 미투 운동을 가볍게 다뤘다고 지적한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드라마 같은 현실을 마주하면서 최근 권력의 민낯을 고발하는 작품들이 다양한 장르로 등장하고 있다”며 “물론 풍자가 곧 ‘정답’은 아니다. 제대로 된 풍자가 시청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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