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아티스트다] 그림 100점 그린 화가배우 하정우

배우 빗댄 피에로 연작…김흥수 화백도 극찬
개인전 단체전 해외 초대전까지
기존 패턴 벗어난 신선한 화풍 매력
가격은 호당 15만~20만원 수준
  • 등록 2013-07-05 오전 10:04:08

    수정 2013-07-05 오전 10:04:08

화가이자 배우 하정우(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문화융성 시대를 맞아 엔터테인먼트 스타들도 ‘파인 아트(fine art)’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다. 단순한 취미생활이라기엔 수준 높은 실력과 감성으로 회화·조각·사진·서예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전문가들도 깜짝 놀랄 만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스타가 ‘충무로 대세’ 하정우(35). 데뷔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최근엔 개인전을 여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하정우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많이 접했다. 아버지인 탤런트 김용건이 서양화가 오치균 작품을 수집할 정도로 그림 애호가여서 자연스럽게 그림과 친해졌다. 그림과 노는 사이, 그는 자신도 미처 몰랐던 예술적 재능을 발견했다. 비록 체계적인 미술교육을 받은 적은 없으나 그림을 통해 스스로를 다스리고 소통하는 법을 하나씩 깨우치게 됐다.

▲10년차 화가…“마음 어지러울 때 안정돼”

하정우가 본업인 연기 외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대략 2004년부터다. 2005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스크린을 통해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전이다. 단역이나 조연을 전전하던 당시 그림 작업은 그에게 큰 위안이 됐다. 연기에 대한 스트레스와 기약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치유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정우의 그림 실력이 대중에게 알려진 건 영화 ‘추격자’(2008) 때라고 할 수 있다. ‘추격자’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5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던 스릴러다. 하정우는 무시무시한 연쇄살인범 지영민을 연기했다. 선글라스로 표정을 감춘 채 쇠망치로 여자를 내려치는 장면은 아직도 많은 관객들이 기억하는 소름끼치는 대목이다.

이때 하정우의 연기 변신에 대한 찬사와 함께 그가 그린 그림이 새삼 화제가 됐다. 난해한 추상화였다. 마치 극중 지영민의 심리상태를 반영한 듯 미스터리하고 복잡했다. 하정우는 “나에게 그림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수단이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그림을 그리면 안정된다”고 말했다.

2012년 작 ‘메모리 오브 하와이’(사진=판타지오)
▲호당 가격은 이미 중견작가 수준

하정우는 새로운 작품을 찍을 때마다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 대개 영화에서 맡은 캐릭터의 이미지와 심리상태를 연상시키는 그림이었다. 영화 ‘황해’(2010)와 ‘베를린’(2012)에서도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황해’ 때 그린 그림은 영화의 소품으로 활용됐고 ‘베를린’ 때의 작품 14점으론 미국 뉴욕에서 2인 초대전을 열었다. 작품에 대한 현지 반응은 엄청났다. 거의 대부분 판매됐다. 판매가격이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대략 100호 기준 약 1500만원(호당 15만~2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웬만한 중견작가 수준이라는 게 미술계의 평가다.

처음 참여한 전시회는 2009년 제4회 대한민국 자원순환 정크아트 공모전이었다. 단체전 형식이었으나 취미생활에 머물지 않고 전시회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여세를 몰아 이듬해에는 개인전까지 열었다. 동아일보 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한 ‘하정우 초대’ 전이었다. ‘추격자’ ‘황해’ 등에서 작업했던 작품들을 들고 나왔다. 화가이자 아티스트로서의 진면목을 발휘한 전시회였다.

2011년 작 ‘얼론(Alone)’(사진=판타지오)
▲소재는 배우를 의미하는 ‘피에로’

이후로는 수많은 기획전과 개인전에 참여했다. 2010년 경기도 양평 닥터박갤러리에서 ‘호라이즌 오브 패션(Horizon of Passion)’ 전, 2011년에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대치동 H·아트갤러리, 대구 동원화랑에서 잇따라 ‘피에로’전을 열었다. ‘피에로’는 배우라는 자신의 직업을 빗댄 것이다. 실제로 피에로를 연상시키는 인물화를 많이 그렸다. 일부에선 ‘검은 피카소’로 불렸던 미국의 천재 요절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의 화풍과 닮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전시회를 통해 하정우는 거장 김흥수 화백의 극찬을 받는 등 미술계로부터 진심어린 찬사를 받았다. 손의권 동원화랑 실장은 “열정이 너무 좋다. 또 기존 패턴을 벗어난 신선함이 매력적”이라며 “2011년 전시회 때 25점을 전시해 10여점이 판매됐다. 아주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황해’때 그린 피에로(사진=판타지오)
▲아트페어 단골 작가로 발돋움

얼마 전에는 대규모 아트페어에도 작품을 내놨다. 지난 4월에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3 서울오픈아트페어에는 최근작 ‘미스터 론리’와 ‘러브 사우나’ 등 3점을 출품했다. 역시 2011년 연작 시리즈 ‘피에로’를 연상시키는 작품들이었다. 서울오픈아트페어의 유애리 큐레이터는 “하정우 작품 3점 중 2점이 500만원대에 판매됐다. 첫날부터 아주 문의가 많았다”며 “스타성에 예술적 감각을 더해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013 아트파리, 홍콩아트페어, 한국국제아트페어 등에도 참여했다. 그동안 그가 그린 그림만 100점이 넘는다.

하정우는 최근 ‘군도-민란의 시대’라는 영화를 촬영 중이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를 같이했던 윤종빈 감독 작품이다. 하정우는 탐관오리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조선 후기에 억울한 사연을 갖고 도적떼가 된 백정 돌무치 역을 맡았다. 이를 위해 스킨 헤드처럼 삭발을 하고 촬영에 전념하고 있다. 오는 8월에는 또 다른 신작 영화 ‘더 테러 라이브’가 개봉된다. 이번에도 작품의 흥행과 함께 그의 새로운 그림 소식이 들릴지 모른다.

하정우의 소속사인 판타지오 측은 “하정우의 작품이 전시회 때마다 엄청나게 큰 호응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관람객들도 관심을 보이며 수천만원대에 판매되기도 했다”면서 “이런 반응이 내심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진심을 갖고 하는 작업인 만큼 팬들도 많이 이해해주실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러브 사우나’(사진=서울오픈아트페어)


▲전시 프로필

<개인전>

2010 초대전 ‘하정우 초대’ 전(세종로 동아일보 미디어센터)

2010 기획초대전 ‘호라이즌 오브 패션’(양평 닥터박갤러리)

2011 개인전 ‘피에로’(인사동 인사아트센터)

2011 기획초대전 ‘피에로’(대구 동원화랑)

2012 기획초대전 ‘마스크 피에로, 끝나지 않은 이야기’(대치동 H·아트갤러리)

2013 미국 뉴욕 기획 초대전(뉴욕 월터위키서갤러리)

<단체전>

2009 제4회 대한민국 자원 순환 정크아트 공모전

2010 아티스타(부산·일산 롯데갤러리)

2010 츄팝스타(서교동 산토리니서울)

2011 KIAF 한국국제아트페어(삼성동 코엑스)

2011 광주아트페어(김대중 컨벤션센터)

2012 홍콩아트페어(홍콩 컨벤션센터)

2013 서울오픈아트페어(삼성동 코엑스)

2013 아트 파리(신사동 313 아트 프로젝트)

▲영화 프로필

‘구미호가족’(2006) ‘두번째 사랑’(2007) ‘추격자’(2008) ‘멋진 하루’(2008) ‘국가대표’(2009) ‘황해’(2010) ‘러브 픽션’(2011) ‘의뢰인’(2011)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 ‘베를린’(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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