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미국에 양자암호통신 수출..SK텔레콤, 도시바 앞서(종합)

해킹 시도 자체를 감지..비눗방울 같은 양자키분배
EU의 양자 플래그십 추진에 도시바 제치고 1위 공급사 선정
미국 최초의 양자암호망에도 제품 공급
양자난수생성기도 세계 최고..삼성과도 논의중
RSA 무력화하는 양자컴퓨팅에 대응하는 각국 정부
국가 차원의 육성책은 지지부진..법 발의 기대감
  • 등록 2019-10-20 오전 11:46:02

    수정 2019-10-20 오전 11:53:23

▲17일 핀란드 헬싱키 파시토르니(Paassitorni) 회관에서 기자들에게 IDQ의 사업 현황을 설명하는 그레고아 리보디(Gregoire Ribordy) IDQ CEO다. SK텔레콤 제공
▲17일 핀란드 헬싱키 파시토르니(Paassitorni) 회관에서 기자들에게 IDQ의 사업 현황을 설명하는 곽승환 IDQ 부사장(왼쪽)과 그레고아 리보디(Gregoire Ribordy) IDQ CEO다. SK텔레콤 제공
[헬싱키(핀란드)=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SK텔레콤이 양자암호통신에 투자한 지 10년 만에, 자회사 IDQ와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유럽과 미국에 양자키분배기(QKD, Quantum Key Distributor)를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양자키분배기란 0과 1의 속성을 동시에 갖는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해킹할 수 없는 암호키를 만들어 송신자와 수신자에게 나눠주는 기술이다. 암호키를 해커가 탈취하려하면 양자에 담긴 정보 자체가 변해 곧바로 들킨다. 기존 통신이 송신자와 수신자가 공을 주고받는 행위라면, 양자암호통신은 비눗방울을 주고받는 것과 같다.

SK텔레콤(대표 박정호)은 2011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양자기술연구소(퀀텀테크랩)을 설립해 뚫리지 않는 보안 기술 개발에 나섰고, 2018년에는 약 700억 원으로 세계 1위 양자암호통신 업체인 스위스 IDQ(대표 그레고아 리보디)를 인수했다. 이후 시너지를 내면서 글로벌 사업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출처: SK텔레콤


도시바 제친 양자암호 기술력

IDQ는 유럽연합(EU) 산하 ‘양자 플래그십(Quantum Flagship)’ 조직이 추진하는 양자암호시험망(오픈 QKD)프로젝트에 양자키분배기 1위 공급사로 참여한다. 이는 EU가 미국·중국과의 양자기술 전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2018년부터 2028년까지 10년간 10억 유로(1조 311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양자 플래그십’ 프로젝트 중 하나다.

IDQ의 장비는 스위스 제네바,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오스트리아 비엔나 등에 양자암호시험망을 만드는 데 들어간다. IDQ는 14개 구간(1구간은 최대 100km)에 도시바는 6개 구간에 제품을 넣는다.

그레고아 리보디 IDQ 대표는 “저희는 이미 양자키분배기를 제품화한 상황이고 도시바는 UK캠브리지 연구소 차원의 프로토타입 장비로 참여해 실제로는 2년 이상 기술력 차이가 난다”며 “일단 3년간 200억 원(1500만 유로)의 예산을 투입하는 시험망이나 향후 유럽 전체에 보안이 제공되는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SK텔레콤(IDQ)가 도시바를 제치고 양자키분배기(QKD)를 공급하게 된 유럽 플래그십 프로젝트 중 하나인 ‘EU OPEN QKD’프로젝트.


IDQ는 스위스에서 블록체인, 스마트그리드, 스마트병원에도 양자암호기술을 적용한다. 블록체인 기업 몽벨레항(Mt Pelerin)과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디지털 자산 해킹을 막는 ‘양자 금고’ 솔루션을, 전력·네트워크 사업자인 SIG와는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한 안전한 전력망을, 제네바 대학과는 병원이 장기간 환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암호화 솔루션을 연구한다.

IDQ는 미국 양자통신 전문기업 ‘퀀텀엑스체인지(Quantum Xchange)’와 제휴해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미국 최초의 양자암호 통신망도 구축했다. 내년까지 워싱턴D.C.에서 보스턴에 이르는 800Km 구간을 양자암호망으로 확장하는데, 여기도 IDQ의 양자키분배기가 들어간다.

▲미국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양자암호통신망에도 SK텔레콤(IDQ)의 양자키분배기(QKD)가 공급됐다.
양자난수생성기도 세계 최고..삼성과도 논의 중

IDQ는 통신망에 장착되는 양자키분배기뿐 아니라 양자의 특성을 활용해 패턴이 없는 ‘순수 난수’를 만드는 양자난수생성기(QRNG, 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2년 세계 최초로 양자난수생성기를 만들었고 당시 성냥갑만 하던 크기를 4.2mm x 5mm 칩으로 줄여 상용화했다. IDQ는 2.5mm x 2.5mm의 양자난수생성칩을 만들어 삼성전자 휴대폰에 장착하는 일도 협의 중이다.

▲양자난수생성칩이다. SK텔레콤 제공


RSA 무력화하는 양자컴퓨팅에 대응하는 각국 정부


현재 은행 전산망이나 국가 기록 보관소, 전자상거래나 등에 쓰이는 암호 통신에는 RSA라는 암호화 알고리즘이 들어가 있는데 현재의 컴퓨터로 해독하려면 몇 십년, 몇 백년 걸린다. 그러나 병렬 처리 방식인 양자컴퓨터는 소인수분해 계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지난 9월 구글이 현존 최고의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계산해야 풀 수 있는 수학문제를 단 3분 20초 만에 푸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리보디 대표는 “현재는 양자컴퓨터가 초기 단계여서 걱정 없지만 5,6년 안에 발전해 RSA 같은 기존 암호로 보관된 군사용 데이터 같은 중요한 것들을 중간에 풀어 버리면 굉장히 위험해진다”면서 “그래서 랜덤하게 난수를 발생시키는 양자암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미래 세상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EU는 2028년까지 10억 유로가 투입되는 ‘퀀텀 플래그십’을 진행한다. 미국 국회는 지난해 12월부터 5년 동안 12억 달러(1조4172억 원)를 양자 컴퓨팅 기술에 투자하는 ‘국가양자 이니셔티브 법안(National Quantum Initiative Act)’을 통과시켰고, 중국 역시 2020년까지 100억 달러(11조8100억 원)를 투자해 안후이성에 양자컴퓨터 연구 클러스터를 만들 계획이다.

국가 차원의 육성책은 지지부진..법 발의 기대감

하지만 우리나라의 양자정보통신사업은 이달 초 양자 컴퓨팅 스타트업 ‘알리로’에 270만 달러(31억8870만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삼성이나 스위스 양자암호 원천 기술업체 IDQ를 인수한 SK텔레콤 등 몇몇 대기업의 투자에 의지할 뿐이다. 2016년 하반기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의 신규 기획을 통해 투자 확대를 추진했으나 예비타당성조사가 되지 않아 답보 상태다.

이런 이유로 지난 17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퀀텀 플래그십 핀란드 헬싱키 컨퍼런스’에 참석한 위르겐 믈뤼넥(Jurgen Mlynek) 퀀텀 플래그십 전략위원회(SAB) 의장은 전 세계 양자산업을 주도하는 나라로 캐나다, 중국, 미국, 일본만 언급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양자정보통신 기술수준은 최고 기술보유국인 미국의 73.6%에 불과하며, 유럽(99.9%), 일본(90.0%), 중국(86.1%)와 10%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뉴시스 제공
다행인 점은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3당 간사 및 법안소위 포함 30명 이상의 여야 의원이 양자정보통신을 키우기 위한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는 점이다.

법안에는 정부가 양자정보통신기술에 연구개발사업이나 전문인력 양성, 국제표준화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고, 기존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산업클러스터 지정, 양자 기반 인프라 구축, 보안인증 유예도 포함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비례대표)은 “양자정보통신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ICT 산업은 물론 우주항공, 의료, 국방, 금융 등 다양한 산업과 융합해 활용성이 무궁무진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원천기술”이라며 “여야가 힘을 모아 연내 반드시 통과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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