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진의 Tour & Culture)한국 국가 브랜드, 어떻게 높일 것인가? ④

  • 등록 2009-01-29 오후 12:15:00

    수정 2009-01-29 오후 12:15:00

[이데일리 정장진 칼럼니스트] ‘북한에 나무 심기’ 지금 시작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제시한 정책의 핵심 주제들 중 하나는 환경이다. 이른바 그린 폴리시인데, 4대강 정비 사업도 그중 일부다. 사람에 따라서는 환경과 개발이 모순되는 것 아닌가 의혹을 보내기도 한다.

환경과 관련한 정책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탄소를 배출해서 지구 온난화를 재촉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재생 에너지 사업이 있고, 자전거 도로 확충 등을 통한 건강증진과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 정책이 있을 것이며, 단순한 에너지 절약 단계를 넘어서서 고효율 건물과 시설을 지원하는 방안 등 다양한 정책들이 포함되어있다.

나는 여행, 예술, 문화 콘텐츠를 가공하여 온오프 라인으로 판매하는 콘텐츠 프로바이더이지만, 자연히 세계 여러 나라의 에너지 정책과 문화 예술을 접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한국의 유사한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된다. 독일을 연구하고 정보를 가공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슈바르츠발트, 즉 흑림을 접하고 자세하게 소개하게 되는데, 한국의 그린 정책과 국가브랜드위원회 설립과 관련하여 한 가지 제안을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흑림(黑林),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

흑림이란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칼스루에에서 스위스의 바젤까지 남북으로 길게 형성되어 있는 길이 170 km에, 폭이 40km가 넘는 숲을 말한다. 실제로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정말 부러운 곳이다.
▲ 흑림풍경
흑림이란 단순히 검은 숲이라는 뜻은 아니다. 가문비나무를 비롯한 울창한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어, 숲 속에 들어가면 햇빛을 볼 수 없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라인 강을 따라 네덜란드까지 이 원목들이 수송되곤 했고 목선 건조에 최상의 목재로 사용되었다. 또 유명한 뻐꾸기 시계도 이 지방 특산품이다. 물론 지금은 산책과 하이킹 그리고 드라이브를 즐기는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어서 관광 수입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흑림 위치
독일의 흑림은 산림 황폐화를 우려한 독일인들이 19세기 초엽부터 약 100년 동안 대대적으로 녹화 사업을 벌인 결과 형성된 인공조림지구다. 성장 속도가 느린 참나무나 너도밤나무를 베어내고 속성수이며 경제성도 높은 가문비나무로 바꿨던 것이다. 흑림의 가문비나무 목재는 멀리 극동까지 알려질 정도로 좋은 품질을 자랑했다.

현재는 이곳에 또 다른 숲이 만들어지고 있다. '골라 베기'를 하며 하루 10여 그루의 가문비나무를 베어내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다. 주변 나무와의 거리 등을 따져가며 중간중간 베어 낼 나무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인데, 이렇게 나무가 베어진 자리에 너도밤나무를 심는다. 이 작업은 인공조림지구를 천연림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가문비나무는 풍해에 약하다. 게다가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해 바람에 쉽게 넘어가는 약점을 갖고 있다. 천연림을 인위적으로 바꾸면서 생긴 변화의 후유증을 겪게 된 독일은 이제 인공림을 천연림으로 복귀시키는 작업을 하며 또 다른 숲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 흑림의 겨울

 
▲ 흑림의 트리베르크 폭포

 
나무를 심은 후 베는 데까지는 보통 100년이 넘는 세월이 걸린다. 독일인들은 흑림의 성공을 뒤로하며 먼 훗날의 후손들에게 건강한 숲을 물려주기 위해 조심조심 가문비나무를 베어내고 천연림으로의 성공을 만들어 가고 있다. 흑림은 북부 흑림, 중앙 흑림, 남부 흑림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북한에 나무를 심자

흑림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북한에 나무를 심자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이다. 고급 비밀 정보여서 북한의 산들이 어느 정도 황폐화 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반복되는 홍수와 가뭄을 염두에 두면 심각한 지경에 처해 있다고 보여진다. 또 혹독하고 긴 겨울을 보내야 하는 북한 주민들이 겨울을 넘기기 위해 무분별한 벌목을 했을 것도 짐작이 가는 일이어서, 모르긴 몰라도 나무가 자라는데 필수적인 낙엽조차 남아있지 않을지 모른다.

산림 녹화는 나무를 심고 긴 세월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제대로 자라도록 벌목도 해주어야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심어야만 하는 것이다. 언젠가 통일이 된 이후에 해도 되겠지만 이는 엄청난 시간 낭비를 하는 셈이 된다. 나무 심는 일은 통일 후 한반도에서 살아갈 후손을 위해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해놓아야 할 일이다.

지금은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지만 매년 4월 5일 식목일이 되면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직접 삽을 들고 나무를 심곤 했다. 그 결과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린벨트와 함께 한국의 산야가 푸르러지는 데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물론 억울하게 그린벨트 때문에 재산권 행사를 못한 이들에게는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야 할 것이다.)

이제 이 식목일을 북한에 제의하는 것이다. 나무를 심어주는 것이다. 그것도 한국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식량계획이나 기타 유엔기구와 세계 여러 나라의 도움을 받아 북한에 나무심기 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이 제안의 본질은 녹화사업에 있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이며 남북 양쪽의 결단이 있어야만 한다. 많은 군사기지가 산에 있는 북한으로서는 결코 응하지 않을 수도 있고, 혹은 돈을 주면 자기네들이 알아서 하겠다는 특유의 주장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설득에 설득을 해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나무는 수십 년 후에나 홍수를 예방하고 환경을 보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시간은 자연이 회복되는 시간이기 때문에 오래 기다려야 한다. 즉 시간과의 싸움인 것이다. 따라서 이데올로기를 떠나 일단 먼저 나무부터 심어야 하는 것이다.

식목일 부활시키고, 국제적 행사로 격상해야

전 세계 어느 국가를 봐도 나무 심는 날을 정해 놓고 공휴일로 선포했던 나라는 한국 이외에 없다. 가슴 뿌듯한 날이었는데, 지금은 사라져 버렸다. 식목일을 다시 부활시켜서 공휴일로 지켜야 할 것이다. 기업체 입장에서는 그리 반가워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크게 보면 기업체에도 이득이 된다.

식목일을 다시 부활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국제적 행사로 격상시켜서 지구 온난화 관련 세미나도 열고 북한 나무 심기 운동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세한 정책이나 국제 공조 등은 전문가들이 많으니 가능할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 그린이 키워드가 된 오늘날 북한 나무 심기는 큰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달리고 싶었지만 주저앉아 버린 철마 속에서도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고 한다. 나무는 녹슨 철마 속에서도 자라는 것이다. 이 북한 나무 심기를 비무장 지대 생태회복과 평화회복 공간선언과 연계하여 함께 국가 브랜드화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식목일 정도가 아니라 매년 4월 5일이 되면 ‘나무와 흙의 축제’를 여는 것이다.

일산 호수공원에 가면 시민들이 기증한 나무만 별도로 심어놓은 공원이 있다. 제법 자라서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 나무를 기증한 이들은 대학생이 된 아이들과 함께 몰라보게 자란 나무를 보면서 가슴 뿌듯한 기분을 만끽하곤 한다. 북한 나무 심기에도 이 방법을 활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 또 국민 성금 운동이냐며 반발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책 읽기 운동처럼 순수하게 자율적으로 하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하고 싶은 이들만 하면 되는 것이다. 실향민은 물론이고 제주도에 사는 사람도 참여할 수 있고 외국인도 하고 싶다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바바도 한 그루, 사르코지도 한 그루 기념식수를 하지 않겠는가. 영국 여왕께서도 한 그루…… 한국 대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클린턴도 부부 동반으로 두 그루 심을 것이다. 유엔 총장님도 한 그루 심을 것이다. 벌써 몇 그루인가…… 싸움질이나 하고 골프까지 쳐서 밉기는 하지만 다다익선이니, 국회의원들도 굳이 기념식수를 하겠다면 허락해주자. 북한에 나무를 심어보자.


여행·문화·예술 포탈 레 바캉스(www.lesvacances.co.kr) 대표 정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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