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만에 통일신라 녹청자 완벽 재현한 김갑용 명장

국내 최초 녹청자 명장 도예가 김갑용 인터뷰
고려 이후 명맥 끊긴 녹청자 日에 뺏길 위험도
10년 간 수천번 시행착오 끝에 녹청자 재현해
  • 등록 2017-10-20 오전 8:00:16

    수정 2017-10-21 오후 2:34:14

통일신라 녹청자를 재현한 김갑용 명장이 자신이 만든 녹청자를 들고 있다(사진=녹청자연구소).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천 년의 시간 동안 잠들었던 우리 전통문화를 다시 깨웠다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천 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도록 녹청자를 알리고 발전시키는 데 남은 삶을 보낼 겁니다.”

통일신라시대 민중들이 생활식기로 사용했던 녹청자를 다시 살린 이가 있다. 도예가 김갑용(60) 명장이다. 18일 김 명장을 만났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그의 손이었다. 수십 년간 흙을 빚어온 김 명장의 손은 검고 투박하게 갈라져 있었다. 도예가로서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증거였다.

그의 장인 정신은 지난달 30일 한국전통공예진흥협회가 주관하는 ‘한국전통공예명장’에서 국내 최초 녹청자 부문 명장으로 선정되면서 다시 빛을 발했다. 김 명장은 녹청자에 대해 ‘살아 숨쉬는 민중의 생활식기’라고 정의했다.

녹청자는 통일신라 말기까지 가정에서 흔히 쓰던 그릇이었다. 녹청자의 원료는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거친 태토(胎土)다. 여기에 소나무 재로 만든 잿물 유약을 발라 굽는다. 그러면 표면이 거칠고 흙빛이 감도는 녹청자가 완성된다. 김 명장은 “고려시대 청자, 조선시대 백자는 모두 지배계층의 소유물이었지만 녹청자는 서민의 것이었다”며 “굵은 흙으로 만들어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 있어 항아리와 같이 숨 쉬는 식기로 유용하게 사용했다”고 말했다.

청주공예비엔날레에 전시 중인 김갑용 명장의 녹청자(사진=녹청자연구소).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지나면서 녹청자는 명맥이 끊기고 만다. 새로운 도자기 기술이 등장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또 고려 중기부터 서서히 자리 잡은 유교의 영향으로 소박한 삶을 이상으로 삼으면서 서민이 아무리 값싼 녹청자 대신 사기 등을 쓰면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일본에 녹청자를 뺏길뻔하기도 했다. 1965년 인천 서구 경성동에서 녹청자 도요지를 발견하기 전까지 녹청자 도요지는 일본에 두 곳이 전부였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맥이 끊기지 않고 녹청자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일본은 녹청자를 독자적 문화유산으로 자부해왔다. 하지만 인천 녹청자 도요지에서 출토한 유물의 연대가 일본의 것보다 앞선 것으로 밝혀지면서 녹청자의 기원이 한국으로 넘어올 수 있었다.

김 명장이 녹청자를 되살리기까지 쉬운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그의 집안은 6대에 걸쳐 도자기를 빚어왔다. 그도 옹기장이인 아버지 밑에서 어릴 적부터 흙을 가지고 놀며 자연스럽게 도예가로 성장했다.

김 명장이 녹청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 1990년대 중반에서다. 그전까지는 다른 도예가와 마찬가지로 청자와 백자에 매진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차별점을 둘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녹청자가 제대로 재현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인의 말을 들었고 그것이 계기가 됐다. 인천 녹청자 도요지 근처에서 수집한 녹청자 파편을 모아 성분을 분석하고 다시 가루로 만들었다가 구워보기도 하며 수천 번의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가 자부하는 상당부분 완벽히 재현한 녹청자는 20년이 지난 2000년 중반에서야 완성했다.

녹청자의 장점은 ‘건강’이다. 김 명장은 “살아 숨 쉬는 도자기인 만큼 식품 보관 기간도 길며, 무엇보다 순수하게 자연에서 나온 재료로만 도자기를 만드니 인체에 무해하다”며 “건강한 삶을 만드는 도자기”라고 강조했다.

그의 목표는 녹청자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리고 후계자를 양성해 앞으로도 녹청자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다. 김 명장은 현재 인천에서 ‘녹청자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청주공예비엔날레에서 전시를 하고 있으며, 내년 4월에는 미국 LA에서 다른 도예 명장들과 함께 전시회를 갖는다.

김 명장은 “도예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사라지는 게 아쉽다. 하지만 끊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은 그런 것이니까. 녹청자의 우수성을 같이 공감하고 세상에 알릴 후배들이 많이 찾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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