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는 청와대 전담 기구가 아니다 [현장에서]

  • 등록 2022-07-24 오전 11:50:34

    수정 2022-07-24 오후 1:44:01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청와대로 시작해서 청와대로 끝났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업무보고는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업무보고였기에 향후 5년간 문화·체육·관광 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만한 내용을 기대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책은 전무했다.

보고 내용도 황당했다. 청와대 본관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처럼 ‘프리미엄 근·현대 미술’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문화재 전문가들이 청와대가 개방 이후 급속히 훼손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보완책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일제침략기 조선총독 관저로 사용됐고 이후 이승만 대통령 이래 43년간 대한민국 대통령이 집무실로 사용하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 대에 철거한 건물도 모형으로 복원할 계획까지 밝혔다. 비록 미니어처지만 국민 여론은 이미 부정적이다.

지난 5월 청와대 개방 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를 찾은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문체부가 청와대 전담 기구로 전락한 모양새다. 그러나 이는 문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윤 대통령은 문체부 업무보고를 받은 뒤 “청와대 공간이 국민의 복합문화예술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기획해달라”는 것을 가장 먼저 주문했다. 현 정부가 문화·체육·관광 정책보다 청와대 개방이라는 업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문체부는 업무보고를 통해 ‘국민과 함께하는 세계 일류 문화 매력 국가’라는 새로운 비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이뤄낼지에 대한 구체적인 철학은 부재하다. 청와대를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드는 것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문화·체육·관광 분야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오랜 침체를 겪어왔다. 이를 어떻게 살릴지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면 ‘세계 일류 문화 매력 국가’란 비전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와는 다를 것’을 강조하며 정권을 잡은 윤석열 정부는 최근 ‘문재인 정부도 그렇게 했다’는 입장을 자주 내비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과 함께 10년간의 문화정책 방향을 담은 ‘문화비전 2030’ 작업에 매진했다. 윤석열 정부는 문화·체육·관광에서 어떠한 장기적 안목의 정책적 철학이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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