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 따뜻한 아름다움

윌리 로니스 첫 개인展 조선일보 미술관
‘겸손한 예술가’ 눈에는 보였다
  • 등록 2006-12-19 오후 12:10:00

    수정 2006-12-19 오후 12:10:00

[조선일보 제공] “1957년 여름 어느 날, 파리 바스티유 광장에 있는 7월의 탑 위에 올랐다. 파리의 정경을 우두커니 바라보는데 이름 모를 남녀의 뒷모습이 내 시선에 들어왔다. 훔치듯 사진을 찍었다.”

프랑스의 사진작가 윌리 로니스(Willy Ronis·96)는 이 커플의 뒤로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은 뒤 ‘바스티유의 연인들’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첫사랑의 추억을 되새기는 이미지로 유명했지만, 사진 속 모델은 누군지 전혀 알 수 없었다.

31년 뒤(1988년). 작가는 낯선 이로부터 사진 속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커플을 만나게 된다. 당시 파리로 막 상경한 시골의 가난한 연인이었는데, 이후 결혼을 해 이젠 파리의 골목 모퉁이에서 카페를 하고 있었다. 1957년 당시 처음으로 7월의 탑에 올랐던 이들은 카페 한쪽 벽에 이 사진의 포스터를 커다랗게 걸어 놓고 있었다.

▲ 윌리 로니스/하포(사진 판권 소유자) ‘바스티유의 연인들(1957)’

윌리 로니스는 파리지앵들의 삶을 자연스럽고 시적으로 촬영해 프랑스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온 휴머니즘 사진작가다. 한국에서 그의 첫 개인전이 사진전문 갤러리 뤼미에르의 기획으로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오는 23일부터 열린다. 작년 10월부터 7개월 동안 파리시청에서 했던 그의 전시에는 48만 관객이 들었다.

윌리 로니스는 자신을 ‘일상의 사진가’라고 부른다. “나는 절대 특별한 것이나 특종을 찍는 사진가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들을 찍는 사진가”라고 말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200여 점은 주로 1930년대에서 1950년대에 찍은 작가의 대표작이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소년은 자기 키만큼이나 큰 바게트 빵을 들고 바삐 달려가 파리의 평화로운 뒷골목 분위기를 전달한다(1952년작, 작은 파리지앵). 유람선 의자에 앉아 꼭 껴안은 채 한낮의 휴식을 즐기는 연인들 뒤로는 에펠탑이 지나간다(1949년작, 유람선). 또 엄마가 아이를 안고 한가로이 산책을 하는 공원 장면이나, 부엌 유리창가에 올라 앉아 창밖의 꽁꽁 언 파리 시내를 바라보는 고양이, 에펠탑을 보고 흥분하는 관광객 등 작가는 길거리에 ‘분수처럼 흩어진’ 삶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전형적인 파리 풍경이지만 이를 통해 보편적인 휴머니즘 사진예술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인위적인 구도와 형식미를 추구하는 현대사진에서는 보기 어려운 맛이다.


▲ 윌리 로니스/하포 ‘작은 파리지앵’(1952)
작가는 “아름다움은 길 위에 있다”고 말한다. 일상의 영상 속에 인간과 사물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30년대 후반 시사 잡지에서 사진기자로도 일했기에 삶을 빠짐없이 기록한다는 저널리즘의 정신도 그의 작품엔 배어 있다. ▶23일~내년 2월 28일 조선일보 미술관. 일반 8000원. 청소년(중·고생) 6000원. 초등생 5000원. (02)517-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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