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총독관저 미니어처 제작? 보고 싶어하는 사람 없어"

  • 등록 2022-07-25 오전 9:33:08

    수정 2022-07-25 오전 9:33:08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옛 조선총독 관저로 쓰인 청와대 구 본관의 모형 제작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는 “납득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2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국립박물관 뮤지엄샵에서 팔 것도 아닐 거고, 판다고 한들 누가 사겠냐”며 이같이 비판했다.

그는 “문화재적 가치가 대단히 높아서 폭파한 것이, 철거한 것이 정말 아깝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모형으로라도 국민에게 가까이서 볼 기회를 주겠다는 선의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너무 뜬금없다”며 “그걸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지도 않고, 실제로 시민들이 친숙하게 가까이 접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서 아쉬울 때라면 보여주겠다는 게 가능할 텐데 여긴 사실 금단의 영역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본 사람도) 거의 없다. 사진도 거의 안 남아 있다. 처음 미나미 지로라는 조선총독이 이걸 지을 때도 군사적 이유 때문에 극비리에 지었다”며 “6.25 전쟁 중이나 이승만 정권기에 구 경무대로 쓰일 때 그 건물 모습도 사진으로 거의 전해지질 않을 정도”라고 부연했다.

1993년 철거된 조선총독관저
전 교수는 조선총독 관저 모형 제작을 하려는 이유에 대해 “대중적이고 교과서적인 기억법은 ‘식민지 시기는 우리 역사의 암흑기’라고 기억하지만, 일부에선 그 시기에 잘 나갔던 사람들의 후손이라든가, 그와 관련돼서 성장해왔던 사람들은 번영과 축복의 시기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 사람들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대한민국 임시정보와는 무관하게 그 이전에 실질적으로 국가 기능을 했던 것이 조선총독부니까, 조선총독부가 대한민국 정부의 전신인 것처럼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미니어처로 복원한다고 복원이 아니다. 그냥 장난감”이라며 “장난감을 만들어서 보여주겠다는 것 자체가 조선총독 세 사람, 그리고 이승만, 박정희, 윤보선, 전두환, 노태우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대통령 다섯 사람이 집무했던 공간으로서 한국 통치사 전반의 핵심 기억을 담은 장소로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업무보고에서 청와대 활용 청사진 등을 담은 5대 핵심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구 본관 터를 복원해 모형 설립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1939년 준공된 구 본관은 조선총독 관저, 미군 사령관 관저로 쓰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경무대로 활용됐으며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철거됐다.

복원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는 역대 대통령 자녀의 역할이 주효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지만 씨와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재헌 씨는 구 본관을 직접 경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2일 논평을 통해 “일본에 대한 저자세 외교도 부족해 관계 개선을 호소하는 선물이라도 보내려는 것이냐”라며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이런 계획을 세운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문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실제 건물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30년 전 모습을 관람객에게 안내하기 위해 작은 모형(미니어처)의 제작을 검토한 것임을 알려드린다”라고 해명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해와 비판이 과도하다”며 “우선 청와대 구 본관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초소형 모형물(미니어처)을 제작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검토되고 검토되는 모형물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철거한 조선총독부 건물이나 조선총독 관저 모형이 아니다”라며 “1948년 이승만 전 대통령 이래 43년간 사용한 우리 대통령 집무실의 모형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참고로 지금 본관은 1991년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건립된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청와대 관람객 중 특히 2030세대로부터 1993년 철거된 옛 본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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