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LG, 할 일은 많은데 돈이 없다?

  • 등록 2000-08-03 오후 2:57:17

    수정 2000-08-03 오후 2:57:17

LG그룹의 돈지갑이 새삼 관심거리다. LG가 여의도 트윈타워와 강남 트윈텔의 매각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물론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지난 98년 5월 그룹 구조조정계획을 수립하면서 이들 부동산에 대한 매각계획을 포함시킨 바 있다. LG관계자는 "당시는 부동산 시장이 최악이었기 때문에 접촉이 거의 없었다"며 "지금은 시장이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매각 작업이 보다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조원 정도로 예상되는 이들 빌딩에 대해 LG는 지난 7월 미국의 유명 부동산 컨설팅 업체등 4~5군데에 협상 제안서를 제출하라고 문서를 보냈다고 밝히고 있다. 그룹은 8월중 이들 업체로부터 답신을 받을 계획인데 조건이 만족스럽다면 이들 중 하나라도 먼저 팔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같은 사옥 매각과 함께 지난달 파워콤 주식 매각 입찰에 LG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상기하면 LG는 지금 "할 일은 많은데 돈이 없어서 고민"하는 상황인 듯하다. 사실 LG는 하반기이후 대규모 투자와 자금 집행이 곳곳에 산적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시기상으로 가장 앞서 있는 것은 LG전자와 정보통신의 합병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다. 현재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주식매수청구 지급 비용으로 상정했던 2000억원 정도는 턱도 없을 전망이다. LG관계자는 "현 주가 흐름과 대주주 지분율 등을 종합 분석할 때 4000억~5000억원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당초 예상의 두배가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지만 이보다 더 많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LG는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사주 펀드를 총 2000억원규모로 조성해 둘 정도다. LG전자는 이 돈을 8월31일 지급해야 한다. 파워콤의 민영화에 뛰어든다면 이 또한 어마어마한 자금 부담을 각오해야 한다. 만일 9월 지분 20%를 매각하는 파워콤 2차 입찰에서 LG가 경영권 확보를 위해 배팅한다면 최대 1조4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투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지난달 24일 파워콤 1차 입찰에서 형성된 입찰가격이 3만2000원을 기준으로 할 때 지분 20%인 4천500만주의 가격이다. 하지만 파워콤의 경영권이 걸려있는 만큼 2차 입찰은 주당 가격이 이보다 높은 것은 불문가지다. 따라서 1조4000억원선은 최저선인 셈이다. 또 그룹 정보통신사업의 사활적 과제인 IMT-2000 사업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LG전자LG정보통신의 합병은 IMT-2000사업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대목이다. 합병과 관련, 최고경영진들이 강조한 것들을 상기해볼 때 LG는 파워콤보다는 IMT-2000에 더 관심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IMT-2000 사업권 획득을 위해서는 우선 출연금을 1조~1조3000억원을 내야 한다. 물론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때문에 전액을 부담하진 않겠지만 지배주주로서 지분율에 해당하는 자금 출연은 불가피다. 이는 또 실제 IMT-2000사업과는 무관하다. 메릴린치는 최근 "IMT-2000사업을 위해 30억달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2조원 이상의 자금이 실제 사업에 투입되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종합하면 ▲합병비용 4000억~5000억원 ▲파워콤 지분인수 1조4000억원 ▲IMT-2000 사업 초기 1조원이상 등 아무리 적게 잡아도 3조원안팎이 될 전망이다. 그러면 LG는 얼마나 자금을 확보하고 있을까. 시중에는 LG가 지난해 계열사간 지분 정리에 들어가면서 대주주들이 1조원이상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이 돌았다. 이와 관련, LG 한 관계자는 최근 "대주주들이 그렇게 많은 돈을 갖고 있을 리가 없다"며 "그룹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의 자금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으나 구체적으로 얼마 정도를 챙겨두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최근 제출된 결합재무제표를 보면 자산에서 부채를 뺀 LG의 자본(금융업 제외)은 11조2000억원 정도다. 문제는 부채비율이 273%로 다른 4대그룹보다 월등히 높아 외부 자금차입에 큰 기대를 걸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어떻게 수조원대의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느냐가 향후 그룹 미래를 결정짓는 관건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LG의 또다른 관계자는 "향후 2~3년간 정보통신 사업 분야에서 투자(문제)를 잘 극복해야 한다"고 말해 이같은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LG는 이같은 투자 계획과 관련해 몇가지 원칙을 정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첫번째는 오는 9일로 예정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비해 전자/정보통신의 불요불급한 자급 집행을 자제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파워콤 1차 입찰은 이같은 이유에서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LG관계자는 "1차 입찰과 관련,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고 말해 초기단계에서부터 참여계획이 없었다. LG의 다른 관계자는 "적어도 1차 입찰 때는 전자의 합병 비용 마련을 위해 참여 포기를 결정해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합병비용의 과다는 하반기 투자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으로는 정보통신 관련사들의 자금 충원과 관련, 대주주들이 이들 회사에 비상장사 주식을 매각하는 것도 가능한 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그룹구조조정본부는 LG전자 등에 대해 "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관련, 비상장사 주식을 LG전자와 LG유통이 되사는 일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었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투자의 우선 순위를 확정해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앞에서도 알 수 있듯 LG는 향후 굵직굵직한 투자를 앞두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들중에 무엇을 갖아 먼저 한다든지, 어떤 사업은 꼭 한다든지 식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것이 파워콤 인수 문제다. 파워콤을 인수하면 계열사중 데이콤과 사업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 중복투자가 우려된다. LG 한 관계자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파워콤에 꼭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컨센서스가 그룹내 형성되지 않은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예를 들어 전자와 정보통신의 합병비용이 너무 많이 들 경우는 파워콤 인수는 건너 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나아가 "그룹이 조달할 수 있는 자금 조달 규모에 따라 사업내용도 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IMT-2000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출연금도 초기에 부담해야할 규모도 결정되지 않았는데다 현재 사업권 부여와 관련한 일정을 볼 때 올해 투자 수요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일정을 볼 때 IMT-2000사업은 올해 투자사업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컨소시엄을 잘 구성하면 그 부담도 가벼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LG가 그 사이 많은 돈을 벌 수도 있다. 그중에는 최근 다시 피치를 올리고 있는 LG의 두 사옥 매각 건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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