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 잡스’ 김학민 "언젠가 아이폰 뛰어넘는 작품 만들 것"

2011년 11월 탈북해 2014년 서강대 전자공학과 진학
13세때부터 시계 수리 등으로 북에서 생계유지해
아이폰 직접 고치다 지인들 폰 등 1000대 넘게 고쳐
  • 등록 2016-03-30 오전 9:01:18

    수정 2016-03-30 오전 9:01:39

김학민(29·서강대 전자공학3)씨가 서울 마포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고장난 아이폰을 분해한 뒤 수리하고 있다. 사진=유현욱 기자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북한에서 수입 전자제품을 수리하면서 해외, 특히 남한으로 가고 싶다는 꿈이 생겼죠. ‘이런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호기심도 있었고요.”

어릴 때부터 전자 제품을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게 취미였다는 새터민 김학민(29)씨는 “북한에선 실력 있는 엔지니어들이 무기 개발에만 매달리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반도 최북단 함경북도 온성에서 나고 자란 그는 북한 사회에 미래는 없다고 판단, 24세인 2011년 1월 탈북을 감행했다.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너 태국을 거쳐 같은 해 4월 한국 땅을 밟았다. 김씨는 좋아하는 일을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북한을 떠났다.

손기술은 뛰어났지만 새터민으로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우울증이 찾아왔고 대학 진학에도 한 차례 실패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제2의 삶’을 시작하는데 영감을 준 사람은 지금은 고인(故人)이 된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였다.

6개월 간의 하나원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나왔을 무렵인 2011년 10월 잡스가 세상을 떠났고 그의 유작인 아이폰4S가 국내에 막 출시됐다. 그는 추모 열풍에 휩쓸려 무작정 아이폰을 구매했다. 이후 애플의 최신 제품을 출시될 때마다 스마트폰을 바꿔가며 ‘애플빠’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지인이 선물한 잡스의 자서전은 세번이나 완독했을 정도다.

“한국 사회 적응이 쉽지 않았는데 잡스를 떠올리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는 그는 엔지니어의 꿈을 키웠고 2014년 서강대 전자공학과 진학에 성공했다.

‘서강 잡스’란 별명은 학우들의 아이폰을 고쳐주면서 얻게 됐다. 김씨는 북한이 있을 때인 13세에 시계 수리를 시작해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고쳐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손재주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아이폰 액정이 파손되자 해외 직구로 부품을 사 수리했다. 공인서비스센터 수리비용의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이후 부품값만 받고 하나둘씩 고쳐주다 보니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 간 아이폰만 1000대 가량 된다.

자신의 아이폰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김씨를 찾는다는 이모(22·여·서강대3)씨는 “물에 젖고 메인보드마저 납작해진 폰도 하루 만에 말끔한 모습을 찾을 정도”라며 말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이젠 교내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아이폰 수리 요청이 밀려들고 있다.

그동안 교내 기숙사 로비와 카페 등에서 수리 공구를 봇짐에 담아 작업을 하다 최근에는 외부에 아예 개인 사무실 겸 숙소를 마련했다. 단순히 아이폰 수리 작업만 할 게 아니라 스마트폰 보안을 위한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교내 벤처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잡스 다음으로 로멜라 로봇연구소장인 데니스 홍 UCLA 교수를 존경한다는 그는 홍 교수와 ‘페이스북 친구’사이다. 지난해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토크 콘서트를 연 홍 교수가 그를 초대해 “로봇 연구소 로멜라에 와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회 그리고 통일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의 목표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전자부품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다. “언젠가는 잡스가 남긴 아이폰을 뛰어넘는 나만의 작품을 꼭 만들고 싶다”는 서강 잡스는 오늘도 한걸음씩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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