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의 경고 "무작정 재정 확대 안돼…준칙 더 중요해졌다"

[전미경제학회 2022]
'테일러 경제학' 세계적 명성 테일러 교수
"재량 따른 재정·통화정책, 준칙 기반해야"
"경제 부양 못하고 부채·물가 문제만 키워"
서머스 "미 경제, 무모한 속도로 도로 달려"
라인하트 "물가 위험, 역사적 전환점 섰다"
  • 등록 2022-01-09 오후 2:04:32

    수정 2022-01-09 오후 9:19:00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재정이든 통화든 모두 준칙에 더 기반하는 정책 방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초완화적인 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무모한 속도로(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세계 경제학계 최대 행사인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 2022’는 팬데믹발(發) 돈 풀기 정책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미국 학계를 대표하는 두 석학인 테일러 교수와 서머스 교수는 행사 개막날인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의 성장은 지난 10년보다 나아질까’ 세션에 나와 바이든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를 강하게 비판했다.

테일러 교수는 ‘테일러 경제학’ ‘테일러 준칙’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석학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1~2005년 재무차관을 지내며 정책 경험을 쌓았다. 서머스 교수는 재무장관과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의장, 하버드대 총장 등 관가와 학계 오갔던 ‘빅샷’이다.

존 테일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 2022 개막일인 7일(현지시간) ‘미국의 성장은 지난 10년보다 나아질까’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EA 연례총회)


“재정·통화정책, 더 준칙에 기반해야”

테일러 교수가 진단한 현재 재정·통화당국의 정책을 점수로 매기자면 ‘낙제점’에 가깝다. 그만큼 그의 비판은 신랄했다.

테일러 교수는 바이든 정부가 강하게 추진한 ‘미국 구제 법안’(american rescue plan act of 2021)을 비롯한 세 가지 주요 경기 부양책을 언급하면서 “그것은 수조달러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이지만 실제 소비 진작 효과는 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테일러 교수가 제시한 최근 5년 미국 개인소비지출(PCE)을 보면 PCE 증가율은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속도를 보여 왔다. 지난해 11월 기준 PCE 규모는 전월 대비 0.6% 늘었는데, 바이든 정부가 쏟아부은 ‘역대급’ 부양책을 감안하면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일러 교수는 “그 대신 (세 법안이 통과한 이후) 저축률이 정점을 찍었다”며 “준칙 없이 재량에 의한 재정정책(discretionary fiscal policy)은 실질적으로 경제를 부양시키지 못한 채 부채 규모만 키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연준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지금 (경제 현실보다) 훨씬 뒤처져 있다”며 테일러 준칙을 통한 적정 기준금리를 산출했다. 테일러 교수에 따르면 △지난 4개 분기 물가 상승률 4%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잠재 GDP 차이인 GDP 갭 -2% △통화정책 물가 목표치 2% △균형금리 1% 등을 더하면 적정 금리는 5%다. 현재 제로(0) 수준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테일러 교수는 “올해 말 인플레이션이 2%를 밑돈다고 해도 테일러 준칙상 금리는 3%가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자의적인 통화정책이 성장은 도모하지 못하고 물가만 끌어올렸다”는 게 그의 비판이다.

테일러 교수는 “경제 성장과 안정을 동시에 잡은 정책들은 준칙에 더 기반을 두고 있었다”며 “그런 방향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정이든 통화든 준칙을 오랜 기간 지키면 그 효과가 좋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는 팬데믹 이후 한국을 비롯한 적지 않은 나라에서 즉흥적인 돈 풀기 논의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래리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 2022가 개막한 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의 성장은 지난 10년보다 나아질까’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EA 연례총회)


“1970년대보다 다양한 물가 공급 충격”

서머스 교수는 세션 내내 인플레이션 위험을 강조했다. 그는 “경직된 노동시장과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미국 경제는 도로가 무너질 위험을 무릅쓰고 무모하게 질주하고 있다”며 “제한속도 이상으로 달리고 있는 걸 연착륙시키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서머스 교수는 “인플레이션은 단지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생긴 게 아니다”며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긴축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테일러 교수의 지적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그는 또 “연준과 시장은 무엇이 필요한지 여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준은 올해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대차대조표 축소까지 천명했는데, 이보다 더 가파르게 돈줄을 조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침체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그럼에도 선택지는 없다는 게 그의 냉정한 진단이다.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WB) 수석이코노미스트(하버드대 교수)가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 2022가 개막한 7일(현지시간) ‘세계 경제 전망’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EA 연례총회)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WB) 수석이코노미스트(하버드대 교수) 역시 인플레이션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쓴 금융위기 분석서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로 유명하다. 거의 매년 노벨경제학상 후보에 오르는 석학이다.

라인하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인플레이션 환경은 (오일 쇼크가 발생했던) 1970년대보다 더 다양한 공급 충격을 받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위험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인플레이션 위험을 두고 “우리는 또 다른 (역사적인) 전환점에 서 있는지 모른다”며 “매우 중대한 위험”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출신의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 교수는 “현재 노동시장은 여러 지표로 볼 때 (노동 수요와 공급이) 매우 빡빡한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그러면서 “연준이 신호를 보낸 대로 오는 3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본다”며 “그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출신의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 교수가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 2022가 개막한 7일(현지시간) ‘2022년 미국 통화정책’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EA 연례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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