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금융]'카뱅 몸값을 구하시오'‥IB업계에 던져진 난제

24일까지 IPO 입찰제안서 회신..대형사 대다수 참여할듯
제안서에 카카오뱅크 가치평가방법 기재해야
동종업계 PBR 비교가 가장 흔하지만..프리IPO 금액 7분의 1수준
해외사례도 마땅찮아..일각선 은행 대장주 KB금융 이상 기대도
  • 등록 2020-11-24 오전 8:31:09

    수정 2020-11-24 오전 9:34:25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카카오뱅크의 몸값을 서술하시오.”

카카오뱅크의 기업공개(IPO)가 임박하면서 투자은행(IB) 업계가 난제에 맞닥뜨렸다. 이미 카카오뱅크의 기업 가치는 9조5797억원(증자대금 포함)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장을 하면 기업가치 1위 금융지주인 KB금융지주(23일 기준 시가총액 19조3143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도 본다.

다만 문제는 이것을 시장이 받아들일 것이냐 여부다.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어떻게 판단하고 누구와 비교를 해야 투자자는 물론 시장을 이해시킬 수 있느냐를 두고 IB업계는 머리를 싸매고 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가치는 이미 9조원…‘은행업’으론 설명 불가

카카오뱅크는 24일까지 국내외 증권사로부터 IPO 입찰제안서를 받는다. 카카오뱅크의 이해관계자라 IPO에 뛰어들지 못하는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대다수의 증권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달 초 카카오뱅크는 국내증권사 10곳과 외국계 증권사 5곳에 입찰제안서를 송부한 바 있다.

증권사들이 입찰제안서를 회신할 땐 상장 과정을 어떻게 진행할지, 상장 주식 수를 어느 정도로 두는 것이 적절한지, 수수료는 얼마나 원하는지 등과 함께 ‘회사의 가치를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기재한다. 카카오뱅크는 증권사들의 입찰제안서를 토대로 각 증권사의 PT를 보고 상장 파트너가 될 주관사를 선정한다.

문제는 카카오뱅크의 가치다. 대다수의 기업이 상장을 할 때, 동종업계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바탕으로 가치를 매긴다. 특히 은행 등 금융업의 경우, 자본이 곧 사업경쟁력이 되는 만큼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는 PBR을 기반으로 둔다.

그런데 국내 은행들의 PBR은 0.4~0.5배다. 자본총계가 2조7400억원 수준인 카카오뱅크를 이 PBR에 적용시키면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1조2600억원 수준이다. 장부가보다 싼 가격인 것은 물론, 카카오뱅크의 현재 프리IPO 금액의 7분의 1 수준이다.

만약 카카오뱅크를 현재 프리IPO 가격으로 적용하면 PBR은 3.5배 수준이다. IT나 바이오주의 PBR 수준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를 ‘은행’이 아니라 ‘인터넷’에 주목해 IT나 플랫폼으로 평가하고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가 다수란 얘기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재무적투자자들은 IPO를 통해 기업 가치를 최대한 높이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상장 전 기업가치인 9조5797억원가 IPO의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기준 4대금융지주 시가총액과 카카오뱅크(IPO 이전) 기업가치(단위: 억원, 자료= 각사)


해외에도 사례 흔치 않아…“자소서보다 머리아프다”

증권사들은 카카오뱅크의 비교군(피어그룹)을 국내에서 사례를 찾기 쉽지 않은 만큼, 증권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비교군은 흔하지 않다.

비교군으로 자주 거론되는 일본 세븐일레븐 산하 은행인 세븐뱅크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PBR이 1.6배 수준이지만 ATM 사용료로 수익을 내는 기업이라 인터넷 기반인 카카오뱅크와 견주기 어렵다는 평가다.

중국 최대의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을 비교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앤트그룹은 중국인의 ‘국민 전자지갑’ 알리페이를 운영하면서 글로벌 빅테크로 도약했다. 현재 페이는 물론 신용대출이나 보험업까지 영위하고 있다. 알리페이는 중국 당국의 제재로 IPO 직전 상장을 연기한 상태지만 공모과정에서의 PBR은 4.4배 수준이었다. 4.4배로 가격을 매기면 카카오뱅크의 몸값은 약 12조원이 된다.

하지만 공모가 산정까지만 진행하고, 정작 상장은 하지 못해 시장의 평가를 받지 못한 앤트그룹의 예시를 그대로 끌어쓰기에도 무리다. 앤트그룹은 카카오뱅크가 아닌 카카오페이의 비교군이란 지적도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비교 대상이 없으니 해외 사례를 가져오는 게 가장 낫긴 한데 해외에도 딱 떨어지는 비교군은 없다. 해외는 정치 상황이나 시장 분위기가 다르다는 점도 있다”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성장 속도나 혁신성을 내세워 PBR이 아닌 주가수익비율(PER)이나 미래 현금흐름 추정 등으로 가치를 더 높게 산정할 수도 있다. 해외투자자도 빅테크에 우호적인 점을 감안해 상단을 더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의 경우 PBR 대신 미래 현금흐름 추정으로 가치를 매기기도 한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가치를 국내 1위 지주인 KB금융지주(19조3143억원)이나 신한지주(17조5361억원) 이상으로 보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다. 아무리 카카오앱 플랫폼을 통해 성장을 했다 해도 금융당국의 규제 하에 있고 소매금융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마련한 것도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지주 산하에 있는 증권사들은 지주사의 눈치에 카카오뱅크의 가치를 마냥 높게 쓰기도 힘든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인터넷에 방점을 둘지 은행에 방점을 둘지, 미래에 주목할지 등 다양한 논의 지점이 있다”면서 “가장 기대되는 IPO이기도 하지만 가장 부담스러운 IPO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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