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오타니는 되고 마에다는 안 되는 결정적 차이

  • 등록 2015-12-22 오후 3:55:32

    수정 2015-12-22 오후 3:58:53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최대 8000만달러(약 940억원)를 호가할 거라던 마에다 켄타(27·히로시마 도요 카프)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시선이 의외로 차갑다.

지난 9일(한국시간) 포스팅(비공개입찰제) 절차에 돌입한 뒤 마에다는 15일 미국 행 비행기에 올라 LA 다저스의 홈구장 ‘다저 스타디움’을 방문했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다. 현재로선 방문 그 자체의 의미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현지의 관측이다.

다저스뿐이 아니다. 마에다에 관심을 표한 뉴욕 양키스와 LA 에인절스, 샌디에고 파드레스 등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유력 구단으로 꼽혔던 파드레스는 한술 더 떠 마에다가 아니라 일본시장 조사 차원에서 그동안 구단 관계자들이 일본을 방문했던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고 22일 ‘FOX 스포츠’의 명칼럼니스트 켄 로젠덜이 밝히기도 했다.

일본 평정한 마에다의 위대함

각각 잭 그레인키(32·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데이빗 프라이스(30·보스턴 레드삭스)·조니 쿠에토(29·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데려가며 선발보강 작업을 마무리한 디백스, 레드삭스, 자이언츠가 일찍 제외된 것도 뒤늦게 포스팅을 시도한 마에다에겐 악재다.

마에다 켄타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마에다는 일본프로야구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쌓은 우완 에이스다. 나이는 아직 한창 때고 구위 또한 발군이다.

2015시즌 ‘15승8패 평균자책점(ERA) 2.09 206.1이닝 41볼넷 175탈산진 이닝당주자허용(WHIP) 1.013’ 등을 거둬들였다. 약관 20살 때 프로에 데뷔한 뒤 첫 두 시즌만 3점대(2008년 3.20, 2009년 3.36)를 기록했을 뿐 이후 거의 매년 200이닝 언저리를 던지며 ERA는 ‘2.21→2.46→1.53→2.10→2.60’로 괄목할 만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역대 일본이 배출한 최고의 투수라는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 파이터스)가 부럽지 않다. 그 이상이다.

마에다는 매년 일본 최고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을 2차례나 수상했고 패스트볼(빠른공) 평균 구속 역시 90마일대 초·중반대여서 메이저리그급이 틀림없다. 일본투수답게 정교한 제구력에다 변화구(종·횡 2가지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도 날카로운 편이다.

그런데도 생각보다 시장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건 예상 밖이다.

미국야구에서 ‘피지컬’이란

큰 그림에서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마에다의 피지컬(신체·운동능력)에 숨어있다.

‘6피트(183cm)-154파운드(약 70kg)’에 불과한 마에다의 피지컬이 과연 엄청난 체력을 요하는 메이저리그 시즌을 얼마나 견뎌내겠냐는 의문부터 드는 게 현실이다.

미국야구의 스카우트 역사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한 가지 불문율처럼 중요시 여기는 덕목이 존재하게 됐다. 그게 바로 해당선수가 지닌 신체조건이다. 요즘에는 타고난 신체에서 발전해 운동신경까지 합한 개념인 피지컬을 따지기에 이르렀다.

이는 217cm 거인 최홍만(35)을 두고 피지컬이 좋다고는 하지 않는 논리와 같다.

특히 한쪽 팔만 지속적으로 혹사해야 할 투수 쪽이 그렇다. 같은 구위라도 피지컬 여하에 따라 특급과 A급으로 나뉘고 그 대우 또한 엄청나게 차이난다. 그렉 매덕스(49)나 페드로 마르티네스(44), 팀 허드슨(40) 같은 정말 특이한 케이스를 제외하고 피지컬이 달리는 선수는 부상 등의 이유로 반드시 오래 가지 못하고 단명 한다는 걸 오랜 야구역사가 수도 없이 증명해왔다.

미국야구 기준으로 마에다는 매우 왜소한 축에 속한다. 더구나 일본에서 이미 1509.2이닝이나 던져 위험부담을 배가한다.

다나카 실패가 발목 잡나

앞서 진출한 선배 다나카 마사히로(27·양키스)의 고전이 피지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다.

이제 동양인 투수라면 피할 수 없는 관문이 됐다. 다나카는 공식프로필상 ‘6피트2인치(188cm)-210파운드(95kg)’임에도 미국진출 전 피지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십년에 한명 나올까 하는 워낙 압도적인 구위여서 거액을 받고 양키스로 갔지만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금세 팔꿈치 고장을 일으켜 딱 6개월만 잘하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있다.

워낙 ‘투고타저’의 일본프로야구 특성상 투수 기록에 대한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도 마에다의 가치에 물음표를 던진다. 일본에서 2점대 ERA는 한국에서 3할 타율처럼 흔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마에다를 잡기 위해선 포스팅 금액 2000만달러(약 235억원)에 못해도 4년 이상의 계약기간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부상우려를 감안하면 큰돈을 투자하기가 굉장히 애매하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선수의 미래를 예측해야 할 스카우트 입장에서 마에다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까닭이다. 1~2년 치고 빠질 단기 전략이 아니라면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마에다가 오타니 신체였다면

그런 의미에서 오타니는 마에다와 확실히 차별화된다. 160km를 웃도는 대포알 같은 패스트볼은 둘째 치고 선발투수로 롱런의 기본기를 아주 잘 타고났다.

‘6피트4인치(193cm)-200파운드(90kg)’의 피지컬이 뭇 메이저리그 선발들 못지않다.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라지만 잘만 관리하면 얼마든지 특급을 가늠할 ‘꾸준한 롱런’을 기대해볼 만하다. 나이가 들수록 몸무게는 자연스럽게 늘 테고 그렇다면 더 발전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오타니는 2016년 10월 이후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수 있다. 그때까지 얼마나 다치지 않고 적절한 이닝으로 시즌을 잘 치르느냐에 미국 스카우트들의 신경이 이미 곤두서있다.

결국은 피지컬이다. 아무리 뭐라 해도 마에다에게 오타니만한 피지컬이 있었다면 지금 같은 어정쩡한 상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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