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왜 인종차별이냐`는 KLM의 오만한 사과

和 KLM항공 `기내 한글 안내문` 인종차별 논란에 방한
"승무원 전용 화장실 죄송" 사과에도…"인종차별 아냐"
유색인종 승객들 잇단 비판…"그런 적 없다"는 반응 뿐
인종차별 인지도 낮거나 알면서 시침 떼는 것 중 하나
  • 등록 2020-02-16 오후 1:51:28

    수정 2020-02-18 오후 8:52:18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사과의 절을 하겠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발(發) 인천행 항공기내에 한글로만 `승무원 전용 화장실` 메모를 붙여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네덜란드 KLM 항공사 임원들이 14일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승무원 교육을 강화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관련기사 [단독]"한국인은 신종코로나 보균자?" 네덜란드 항공사 인종차별 논란 )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네덜란드 KLM 항공 관계자들이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KLM은 지난 1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항공기 화장실 문에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고 한국어 안내 문구를 붙여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기자회견 내용을 자세히 보면 사과의 절이 진정성이 있었는지 의심된다. KLM 측은 질의응답에 앞서 “오늘 자리는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라며 “여기에 한해서 질문해 달라”고 인종차별 문제는 선을 그었다. 실제 기욤 글래스 KLM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사장은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한국보다 더 많은데 (안내문을 붙인) 승무원이 어떻게 인종차별 의도가 있었겠느냐”라며 “인종차별로 생각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태를 알린 한국인 승객이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했고 한국 정부가 나서 엄중 경고까지했는데 정작 항공사는 인종차별을 한 적이 없다는 것.

KLM 항공 임원진들은 백인으로 아마 비슷한 상황에 처해 본 경험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인종차별로 생각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면 곤란하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코로나19로 유럽 내 아시안 포비아가 심각한 상황에서 외국인 승객이 다수였던 비행기 안에 한글로만 안내문을 작성, 한국인 승객의 특정 화장실 이용을 사실상 금지했다는 것이다.

KLM의 인종차별 문제는 하루 이틀 지적된 게 아니다. 여행정보 사이트들을 보면 KLM의 악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한 에콰도르 승객은 “당신이 어두운 피부색을 가졌다면 인종차별주의자 승무원으로부터 괴롭힘당하지 않도록 창가 자리를 택해라”라고 썼다. 한 싱가포르 승객은 “(KLM) 승무원이 동양인과 네덜란드인을 대놓고 차별한다”고 꼬집었다.

이런 지적들에 대한 KLM의 응답은 한결같다. 인종차별 금지 원칙에 따라 승무원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쾌한 경험을 한 유색인종 승객들은 계속 나오는데 인종차별은 없었다는 게 이 항공사의 일관된 입장이라면 답은 뻔하다. 회사 측의 인종차별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거나 다 알면서도 시치미를 떼는 것이나 둘 중 하나다.

김모씨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발 인천행 KLM 비행기 안 승객용 화장실에 한국어로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란 문구가 붙어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사진=김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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