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의 FX칼럼)외환시장엔 애술장군 없나

  • 등록 2001-09-04 오후 12:20:21

    수정 2001-09-04 오후 12:20:21

[edaily] 궁예의 퇴장 이후에도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대하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인물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필자는 견훤의 휘하장수인 애술이 등장하면 기대가 됩니다. 오늘은 또 어떤 엽기적인 발언을 할 것인가 하는 기대 말입니다. 누가 봐도 심하다 싶을 오버 액션으로 인해 애술 역을 맡은 탤런트 이계인 씨가 한참 뜨고 있는데, 시도 때도 없이 "폐하, 신에게 선봉을 맡겨 주십시오!"라고 주청하는 애술을 서울의 원/달러 시장에 스카우트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기본 거래단위인 50만불이나 100만불 정도의 잽, 혹은 가벼운 스트레이트만 난무하다 보니 체중 실린 묵직한 펀치가 교환되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구경한 지가 너무 오래 되었습니다. 오늘은 가벼운 한담을 좀 나누고 넘어 갈까요? 아마 외환딜러들 중에서도 "노땅" 소리나 듣는 연배들이라야 기억할 것이다. "세기의 대결" 운운하며 잔뜩 바람은 잡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토록 싱겁고 재미없는 경기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한심했던 무하마드 알리와 안토니오 이노키의 대결.. 1라운드부터 이노키는 링에 드러누워 알리가 접근하면 발 기술로 넘어뜨려 어떻게 해보겠다는 작전이었고, 근접전에서라면 누구라도 한 방에 보낼 수 있겠다 싶었던 알리는 누워 버티는 이노키를 어떻게 해 볼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갔다. 다음 라운드에서는 뭔가 다른 그림이 나오겠지 하며 지켜보던 관객들은 끝내 15라운드까지 가벼운 찰과상 한 번 입지 않고 거액의 개런티를 챙겨 가는 두 스타에게 "사기꾼같은 놈들."이라는 욕을 해주는 것으로 분을 풀 수 밖에 없었는데...... 국민 스포츠인 고스톱 판에서도 요즘 원/달러 시장처럼 기본 3점이나 나가리 판이 계속된다면 그 판은 오래가기 힘들다. 재미없으니 포커나 쳐 보자고 누군가가 제안을 하든가(그래서 요즘 국채선물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벌든 터지든 시장은 움직여야 손님들이 모여들 것 아닌가?) 점 천을 점 이천으로 올려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꿈에서도 그려보는 쓰리고에 양피박같은 대박은 쉽게 터지는 것이 아니다. 패가 엄청 좋든지(이런저런 재료들이 환율의 일정한 방향성을 제시하든지) 선수들 중에 누군가가 닭플레이를 펼쳐줘야 가능하다.(시장의 결을 무시한 고집스런 플레이로 거액의 롱스탑이나 숏스탑이 나와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 동안 시장에서 메이저(Major) 혹은 시장조성자(Market Maker)라 불리우던 은행들이나 그러한 중량급 은행들이 만들어 가는 장세에서 부스러기나마 먹어 보겠다고 끼어 드는 피라미급 은행 할 것 없이 기본거래 단위인 50만불로 비드(Bid: 매입호가)나 오퍼(Offer: 매도호가)를 쳐 보는 수준에 불과한 요즘 원/달러 시장의 참여자들은 그 입장에 따라 반응이 다양하다. 아마 당국으로서야 요즘처럼 시장이 알아서 기어주는(?) 장세라면 더 이상 바랄 바가 없을 것이다. 환율이 조금 빠진다 싶을 때 국책은행의 몇 푼 안 되는 매수세만 비춰 주어도 밀어 보겠다고 덤비던 은행들이 알아서 숏커버링(Short-covering)에 나서주는 데에다 고맙게도 롱플레이까지 펼쳐주고, 조금 오른다 싶으면 업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매물을 출회하거나 그것으로 부족하다 싶을 때 슬쩍 몇 군데에다 차익실현성 매도거래를 부탁하면 더 이상 환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시도를 포기하는 장세 아닌가? 반면, 움직이지 않는 장세임이 확실해지자 평소 2~3원을 노리던 스펙(Speculation·투기적 거래) 세력들은 20~30전, 아니 심한 경우에는 10전 차익이라도 만족하겠다며 짧게 끊어치는 타법을 구사하고 있으니 담장을 넘어가는 시원한 타구를 구경하기에는 힘든 시절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 지금 외환시장에는 애술장군같은 무식한(?) 선봉장이 필요한 때다. 일본 재무성은 이노키처럼 118엔이라는 캔버스에 드러누워 더 이상 껍적대는 놈들은 자빠트리겠다는 기세다. 누워서 겁은 주되 일어나 제대로 ‘맞짱’을 한 번 떠 보자고 나서지 않는 것은 알리의 벌처럼 쏘는 강펀치(대기매물)가 두려운 것이다. 이 비유를 서울에 적용하면 그 레벨은 1275원 정도가 될 것이고, 서울에도 알리의 펀치에 해당하는 물량은 얼마든지 있다. 지난 금요일......아무리 네고가 없다느니 시장에 물량이 없다느니 했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월말에 주말 아니었던가? 엔/달러 환율이 118엔대까지 밀려나는 와중에도 국내외 증시의 폭락과 하이닉스 반도체의 법정관리 진입가능성이라는 재료에만 기대어 일부 은행들이 무리한 롱플레이를 고수한 후유증이 장 막판 폐장 20여분을 앞두고 4원 가까이나 환율이 급락하게 만들었다. 당분간은 이런 장세가 불가피할 듯 싶다. 아무래도 역외세력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선봉장의 위치를 자임하며 "내가 정답을 찾았다. 나를 따르라!"고 외치며 깃대 들고 앞서가야만 시장이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쪽이라도 좋으니 움직이기만 해라고 생각하는 시장참여자들이 늘어가는 시점인 만큼 이번에 선봉을 서는 세력은 제법 짭짤한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연일 200~300포인트씩 폭락하며 닛케이 지수가 17년만의 최저치를 경신해 가는 와중에도 엔/달러 환율은 좀처럼 위쪽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9월말 결산을 앞 둔 일본 금융기관이나 기업체들의 해외투자자산 본국 송금수요가 저토록 엔화 강세를 유지하게끔 하는가? 그렇다면 9월 중순 그러한 엔화 수요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일 것인가? 이렇다 할 해답을 단시간에 도출하기 힘든 하이닉스 반도체의 채권단이 또 어영부영 시간끌기에 돌입했는데, 하이닉스가 법정관리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는 결정이 나오는 순간 우리 원/달러도 다시 위쪽으로 튈 수 있을 것인가? 엔화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빠지지 않는 우리 원화 환율을 보면서 웬만한 사람들은 엔/달러가 바닥을 보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는 무조건 달러매수에 나서겠다는 생각을 가질만 하다. 앞으로 달러매도로 먹을 수 있는 룸보다는 달러매수로 올릴 수익률이 더 높지 않을까 하는 견해가 우세하다는 점도 인정한다. 필자 또한 그러한 견해에 동조한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좇아야 그마나 스팟딜러로서 하루하루를 견뎌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달러가 더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내심(內心)이라면, 시장은 이따금씩 바닥이라 생각했던 시점에서 지하 5층 주차장을 파 들어 갈 때도 있고, 꼭대기라 여겼던 레벨 위에 전망대를 추가로 건설할 때가 왕왕 있었기에 오늘도 자신있게 "어디로 간다.!"라고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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