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에서 폭발하는 바다의 ‘날맛’ 거제서 멍게 珍味를 찾다

  • 등록 2007-03-15 오후 12:00:00

    수정 2007-03-15 오후 12:00:00

▲ ""바다의 꽃""이라고 불리는 멍게. 붉은색과 주황색, 노란색이 꽃보다 화려하고 화사하다. 서호시장에서 구한 멍게를 미륵도 해안 이끼 낀 바위에 놓고 찍었다.

[조선일보 제공] 경남 통영 중앙시장. 시장통 여기저기 주홍색 꽃이 피었다. ‘우렁쉥이’라고도 부르는 멍게다. 물에서 꺼내자 말랑하던 멍게가 고무공처럼 탱탱하게 화를 냈다. 울퉁불퉁 도깨비 방망이처럼 돋은 뿔 끝에서 물을 ‘찍’ 쏜다. 멍게의 영어 이름이 어째서 ‘바다 물총(sea squirt)’인지 알겠다.

요즘 통영과 거제에는 멍게가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자연산도 더러 있지만, 대개 양식장에서 자란 2년산 멍게다. 어린애 주먹만하다. 자연산은 초여름에서 여름이 제철. 큰 것은 몸 길이가 18㎝까지 자라기도 한다. “(그만큼 커지려면) 3년은 되야 되는데 우찌 기다립니꺼. 요즘 양식 멍게를 막 따기 시작했어예. 진달래꽃 필 때 더 맛 있어예. 요즘 나오는 건 ‘꽃멍게’. 여름에 아(아이)들이 수영하러 가서 따는 거는 자연산은 돌멍게라카고. 지금은 꽃멍게가 맛있고예, 돌멍게는 여름에 맛있어예.”

서호시장이 식당 주인이나 상인들이 들리는 곳이라면, 중앙시장은 통영 주민들이 찬거리를 사러 오후에 들리는 소매시장이다. 멍게를 먹겠다고 하면 껍데기를 까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싱싱한 멍게가 선명한 주황색이 홍시 같다. 후루룩 입에 넣으면 야들야들 부드러운 육질은 곶감 같다. 첫 입에는 찝찔하면서 달큼한데, 끝 맛은 씁쓸하면서도 신선하다. 서울 멍게와는 선도(鮮度)가 다르다. 껍질이 붉을수록 신선하단 증거.

시장통에 앉아 멍게를 씹는 맛도 괜찮지만, 아무래도 식당이 편하다. 시장 골목 안에 주로 회를 내는 식당이 여럿 있다. 멍게나 생선 등을 사면 시장 상인이 자신과 안면 있는 식당으로 데려다준다. 생선을 사다가 먹는 손님을 ‘초장손님’이라고 하는데, 1인당 3000원만 내면 간장과 초고추장, 쌈장, 쌈용 채소와 밑반찬 서너 가지를 챙겨준다. 매운탕은 5000원(4인 기준) 내면 끓여준다. 공기밥 1000원. 가격은 시장 내 모든 식당에서 똑같으니 걱정할 필요없다. 멍게는 1만원어치만 사면 둘이서 소주 한 병 비우기에 충분하다.

멍게의 진미를 맛보려면 거제로 가야 한다. 14번 국도를 달리다 신거제대교를 넘으면 20분이 채 안되 거제 시내다. 신현읍 고형리 세무소 앞에 있는 ‘백만석(055-637-6660)’은 ‘멍게비빔밥(1만원)’으로 전국적 명성을 떨치는 집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멍게젓비빔밥’이다. 백만석 주인 김성태(54)씨는 “멍게비빔밥은 거제에서는 오래 전부터 먹어왔던 향토음식이지만, 요즘 전국적으로 유명한 건 우리가 지난 2005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 백만석 멍게젓비빔밥
백만석에서 개발했다는 멍게젓비빔밥 만드는 법은 이렇다. 4~6월 주로 거제에서 나는 멍게에서 모래를 제거한다. 양념을 약간만 넣고 싱겁게 간 해 5일 정도 저온 숙성시킨 다음 잘게 다져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으로 살짝 얼려둔다. 푹 삭힌 멍게젓 대신, 싱겁게 간해 살짝만 삭힌 멍게를 쓴다는 점이 과거와 현재의 가장 큰 차이다.

멍게젓비빔밥을 주문하면 대접에 직사각형 멍게 4쪽과 김가루, 깨소금, 참기름이 담겨 나온다. 따로 나오는 뜨거운 밥을 대접에 더해 쓱쓱 비비면 얼었던 멍게가 녹으면서 밥과 함께 스르르 섞인다. 한 숟갈 듬뿍 퍼서 입에 넣었다.

바다가 입 속에서 폭발한다. 도다리쑥국이 온화한 봄바다라면, 멍게젓비빔밥은 뜨겁지만 동시에 시원한 바람을 동반한 여름바다다. 싱싱한 멍게의 ‘날맛’이 살아있으면서도, 살짝 간하고 삭혔기 때문에 세련되고 둥글게 다듬은 듯한 맛이다. 짜지 않지만 싱겁지도 않다. 여기에 자연산 우럭으로 끓인다는, 뜨겁고 맑은 생선국이 곁들여지면서 멍게젓비빔밥의 싱싱함이 한층 살아난다.

멍게젓비빔밥보다 더 진한 맛을 선호한다면 ‘고노와다정식(2만5000원)’이 딱이다. 고노와다는 해삼 창자로 담근 젓갈로, 일본에서 최고급 반찬에 속한다. 고노와다정식은 멍게젓 대신 해삼창자젓이 들어간다. 뜨거운 밥과 비벼먹으면 기름지고 고소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돼지고기나 쇠고기 같은 ‘육고기’처럼 느끼하지 않다. 멍게젓이나 해삼창자젓을 시도하기 겁난다면 광어회와 상추, 오이, 풋고추를 넣고 초고추장 양념장에 비벼 먹는 ‘생선회비빔밥(1만2000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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