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6곳 대출심사 크게 강화
대부업체 7곳 올해 시장 철수 선언
저신용자 최대 75만명 대출 어려워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 커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금융사들이 받을 수 있는 법정 최고금리를 연 34.9%에서 27.9%로 낮추는 내용을 담은 개정 대부업법이 시행되면서 대출자들의 신용도에 따라 명암이 뚜렷히 갈리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를 연 27.9%로 낮추는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이 발효된 다음날인 지난 4일 이데일리가 주요 저축은행 8곳을 상대로 이번 조치에 따른 영향을 조사한 결과 6곳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새로 대출기준과 전산시스템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곳은 시중은행 계열 저축은행으로 이들은 이전에도 1~6등급을 대상으로 연 10~20% 초반대 금리로만 영업을 해왔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저축은행 6곳의 바뀐 심사기준을 살펴보면 사실상 신용등급 8등급은 저축은행에서도 대출받기가 어려워진 상태다. A저축은행은 대부업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 3일부터 개인 신용대출 때 새로 만든 심사기준(CSS·신용평가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8등급은 사실상 대출대상에서 제외된다. 새 기준이 대출자 소득과 기존 연체 현황을 더 깐깐히 보도록 설계된 탓이다. 이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를 통해 기존 저신용자 고객의 20%를 가려낼 방침”이라며 “다른 저축은행도 우리와 사정이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체율 등을 고려하면 사실 8등급 아래는 대출대상에서 완전히 빼야 하지만 그러면 영업자산이 급속히 줄어 7~8등급 중에서도 초우량 고객만 선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기존 34.9%의 금리로 주로 대출영업을 해왔던 대부업계도 요동치고 있다. 대부업협회에 따르면 최근 자산 200억~500억원대인 대형 대부업체 7곳이 올해부터 신규 대출을 하지 않겠다며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이재선 대부업협회 사무국장은 “앞으로 8등급도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금융진흥원 제 역할 할지 의문
정부는 해결책으로 서민금융진흥원을 내세우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현재 흩어져 있는 서민금융기관의 기능을 한 곳으로 모은 통합기관이다. 또 햇살론과 같은 정책 금융상품을 늘려 저신용자를 최대한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정완규 금융위 중소서민금융국장은 “금융소외 현상이 일어날 수 있지만 서민금융진흥원이 세워지면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대책이 안이하다는 비판도 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은 시장에서 해결해야지 서민금융진흥원이 세워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시장이 할 수 없다면 복지 차원에서 풀어야 하는데 정부와 국회서 이런 논의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는 “금융권에서 탈락한 저신용자들로선 사실상 불법 사채시장 외에는 급전을 구하기 어렵다”며 “정부도 이런 풍선효과를 고려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