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out)美·中 환율 치킨게임의 `전환점` 징후

  • 등록 2010-10-18 오전 10:17:34

    수정 2010-10-18 오후 3:56:10

[안근모 이데일리 경제부장] 환율전쟁은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미국은 창으로 밀어붙이고, 중국은 방패로 틀어막는다.

당장은 중국에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2008년 7월, 중국은 금융위기를 이유로 고정환율제로 회귀해버렸다. 연간 9.1%(2009년 기준)의 경제성장이 이뤄지는 자국의 통화가치를 2.6%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미국과 동일시 한 조치다. 미국의 비난과 압력이 가중되자 중국은 지난 6월 바스켓제도를 되살렸다. 하지만 이후에도 위안화 절상폭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지난 8월 한달간은 심지어 절하되기까지 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벤 버냉키 연준의장은 지난 8월27일 추가적인 양적완화 의지를 밝혔다.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식으로 해서 시장에다 달러를 쏟아내겠다는 뜻이다. 전세계를 향한 무차별 공격이다. 이날이후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완전히 달라졌다. 주식값과 채권값이 동시에 솟아 올랐다. 대부분 나라의 통화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일제히 절상됐다. 중국 위안화도 예외가 아니었다. 몰려 들어오는 달러화, 팽배해지는 절상 기대심리로 위안화 가치는 수직상승(환율 급락)했다.
▲ 좌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위안화 환율, 코스피, 달러인덱스, 달러-원 환율. 붉은 화살표는 버냉키 의장 연설 시점 (차트: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하지만, 미국의 창이 마냥 위력적인 것은 아니다. 달러를 무한정 찍어 풀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당장 연준 내부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지난 12일 재닛 옐런 미국 연준 부의장은 "완화적 통화정책이 금융 시스템의 레버리지를 높이고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도록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토머스 호니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추가 양적완화는 금융시장에 불확실성만 더해줄 뿐 이득은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지금 디플레이션 압력에 처해있다고는 하지만, 달러를 마구 풀어낼 경우 시장엔 순식간에 인플레 기대심리가 형성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채권금리가 급등하고 달러화가 추락하면 미국의 외채조달 비용이 치솟고 실물경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될 위험이 있음을 연준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방패도 난공불락이 아니다. 지난 8월말 버냉키 의장의 엄포만으로도 위안화는 이미 상당폭 절상됐다. 절상을 억지로 틀어막았다가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통화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비슷한 양의 돈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모든 사람들이 `헐값 세일`을 하는 위안화를 사들이려 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들로 인해 미국과 중국 양측은 전쟁의 다른 한 켠에서 타협점을 찾고 있는 듯한 징후들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이후 중국 위안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상당폭 절상됐다는 사실이 눈길을 끌고, 이 사실을 긍정 평가하며 "환율전쟁 위험이 없다"고 한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의 최근 인터뷰도 시사점이 있다.

당장 다음달 2일과 3일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 2일에는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진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 역시 2일부터 이틀간 열릴 예정이다. 중국이 `조작국`인지 여부를 담을 환율보고서는 일단 뒤로 미뤄놨다. 지난 6월말 토론토 G20 정상회의 직전 상황과 닮은 대목이다. 선거가 끝나면 미국 정부는 국내 정치 부담에서 벗어나 중국과 더욱 현실적으로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FOMC가 양적완화에 대한 진전된 결정을 내릴 경우 시장은 `재료노출`을 이유로 달러화 퍼나르기를 중단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걸로 환율전쟁은 일단락 될 것인가. 그것은 모를 일이다. 일본과 유로존이 미국의 바통을 이어받아 우리를 포함한 여타 신흥국들을 못살게 굴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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