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중국에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2008년 7월, 중국은 금융위기를 이유로 고정환율제로 회귀해버렸다. 연간 9.1%(2009년 기준)의 경제성장이 이뤄지는 자국의 통화가치를 2.6%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미국과 동일시 한 조치다. 미국의 비난과 압력이 가중되자 중국은 지난 6월 바스켓제도를 되살렸다. 하지만 이후에도 위안화 절상폭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지난 8월 한달간은 심지어 절하되기까지 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벤 버냉키 연준의장은 지난 8월27일 추가적인 양적완화 의지를 밝혔다.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식으로 해서 시장에다 달러를 쏟아내겠다는 뜻이다. 전세계를 향한 무차별 공격이다. 이날이후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완전히 달라졌다. 주식값과 채권값이 동시에 솟아 올랐다. 대부분 나라의 통화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일제히 절상됐다. 중국 위안화도 예외가 아니었다. 몰려 들어오는 달러화, 팽배해지는 절상 기대심리로 위안화 가치는 수직상승(환율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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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의 창이 마냥 위력적인 것은 아니다. 달러를 무한정 찍어 풀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당장 연준 내부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지난 12일 재닛 옐런 미국 연준 부의장은 "완화적 통화정책이 금융 시스템의 레버리지를 높이고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도록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토머스 호니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추가 양적완화는 금융시장에 불확실성만 더해줄 뿐 이득은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방패도 난공불락이 아니다. 지난 8월말 버냉키 의장의 엄포만으로도 위안화는 이미 상당폭 절상됐다. 절상을 억지로 틀어막았다가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통화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비슷한 양의 돈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모든 사람들이 `헐값 세일`을 하는 위안화를 사들이려 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들로 인해 미국과 중국 양측은 전쟁의 다른 한 켠에서 타협점을 찾고 있는 듯한 징후들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이후 중국 위안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상당폭 절상됐다는 사실이 눈길을 끌고, 이 사실을 긍정 평가하며 "환율전쟁 위험이 없다"고 한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의 최근 인터뷰도 시사점이 있다.
그렇다면 이 걸로 환율전쟁은 일단락 될 것인가. 그것은 모를 일이다. 일본과 유로존이 미국의 바통을 이어받아 우리를 포함한 여타 신흥국들을 못살게 굴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