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단골손님 된 네이버·카카오…빅테크는 언터처블?

매년 반복된 네이버·카카오 창업자 국정감사 증인 부르기
영향력 커진 빅테크는 무늬만 대표 출석해 답변 회피
생성AI 등 빠른 기술진보 속 국내 기업 위기 커질수도
  • 등록 2023-09-24 오후 5:50:09

    수정 2023-09-26 오전 10:19:58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정치권이 플랫폼 경쟁력에서 오는 영향력을 문제 삼고 있는 가운데, 규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빅테크들은 쏙빼고 국내 기업들만 동네북 신세가 되고 있다.

국내 양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어느 순간 국회 국정감사의 단골손님이 됐다. 두 기업의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최근 수년간 국회 출석을 반복해 왔다. 올해 역시 출석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해진 GIO는 2017년, 2018년에 이어 2021년과 2022년에도 국감장에 소환됐다. 김범수 센터장의 경우 2018년부터 2020년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계속해서 국회에 불려 갔다. 특히 2021년엔 국감 기간 동안 각기 다른 세 개의 상임위원회(정무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는 대기업 총수들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이들 창업자 외에도 대표이사나 계열사 대표이사가 다른 상임위에 출석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두 기업의 급격한 성장세와 이에 맞춰 커지는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한다고 해도, 다른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창업자가 불려가는 韓 IT기업…빅테크는 ‘형식적 대표’만

국회의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공세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논란과 플랫폼 기업 서비스가 연관돼 있을 때 정치권의 공세는 더욱 거셌다.

과거엔 실시간 검색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항의방문을 하거나 뉴스 편집에 대한 불만으로 기업 전체를 특정 정치성향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여야 할 것 없이 국회는 유독 국내 플랫폼 기업에는 냉정했다.

하지만 국회는 정작 유튜브 등 빅테크 플랫폼들의 국내 공습이 가속화되며 발생한 여러 문제점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관대한 태도를 보여왔다.

과거 구글과 넷플릭스의 세금 회피 논란, 구글의 인앱결제 논란 등 사회적 공분이 발생할 때 한국 법인 대표이사를 부르지 못하고, 형식적인 역할만 하는 한국 법인 대표들만 국감장에 불러 세웠다. 빅테크 한국 법인의 임원도 아닌, 마케팅 법인의 형식적 대표들이 출석하면서 맹탕 국정감사는 예고된 일이었다.

실제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과방위 국감에 출석했으나 망사용료 갈등, 조세회피 의혹 등에 대해 “잘 모른다”, “확인해 보겠다” 등의 답변만 반복했다. 결국 과방위는 김 사장에 대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 방침을 결정했다. 하지만, 위원회 의결 절차와 변호사 선임 등이 늦어지면서 실제 고발은 올해 3월에야 뒤늦게 이뤄졌다. 검찰에서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치열해지는 기술경쟁 시대…“정부, 스포츠 매니저처럼 선수 지원해야”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빅테크의 신기술 공습에 국내 시장 수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색, OTT, 음원 등 주요 디지털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점유율을 뺏기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자율규제 방침을 확정한 가운데, 정치권 역시 이에 발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희진 LKB&파트너스 변호사는 “국내 IT 시장에서의 빅테크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차별적 규제가 계속될 경우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이들이 만드는 거대한 디지털 일자리도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생성형 AI로 빅테크 기업들간 기술경쟁이 거세지며 빅테크들의 공습이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빅테크들의 기술 개발과 투자에 국내 기업들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하는 형국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시가 총액은 지난 21일 기준 1조 6900억 달러(약 2265조원)로 네이버(34조 6144억원), 카카오(20조 4434억원)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다. 이미 전 세계 검색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구글은 조만간 생성형 AI 챗봇 ‘바드’를 검색 엔진과 결합해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국내 검색 시장 공습 역시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오징어게임’ 등 K콘텐츠에 막강한 자본력을 쏟아부으며 점유율을 높여온 넷플릭스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국내 OTT들은 막대한 투자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티빙·웨이브·왓챠의 영업적자는 2020년 385억원에서 지난해 2964억원으로 폭증했다. 엄청난 콘텐츠 투자에도 공고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넷플리스 아성을 넘어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치열해지는 디지털 플랫폼 분야 경쟁 속에서 정부 역할은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안전과 혁신을 동시에 잡을 수 있게 지혜로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서울대 인공지능 정책이니셔티브 디렉터)는 “지금은 단순히 시장이나 기업 단위의 경쟁이 아닌 국가 간에 총체적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시대”라며 “정부의 역할은 영리하게 안전과 혁신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선수가 아니어서 직접 경기에 개입할 순 없지만,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매니저처럼 뒤에서 선수들(국내 플랫폼기업들)을 열심히 지원해야 한다”며 “호흡을 길게 하고 좋은 거버넌스 시스템을 찾아내고, 선택하고, 공부하고.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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