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증세로 물가 잡기?…바이든표 인플레법 갑론을박[미국은 지금]

법안 핵심 물가 억제 아닌 기업 증세
"인플레에 악영향" 반론에 더 무게 실려
일각서 "지지율 만회 위한 선거용" 관측
  • 등록 2022-08-07 오후 1:53:20

    수정 2022-09-07 오후 5:37:06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은 한국처럼 ‘평생 직장’을 직업 선택의 최우선으로 삼지 않는다. 한국같은 뿌리 깊은 공채 문화가 없고, 그 어느 나라보다 이직이 활발하다.

이들이 직장을 옮길 때 중요하게 보는 것은 여럿이다. 그 중에서 임금과 복지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임금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노동시장이 유연한 미국에서는 자연스러운 이유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7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5.2% 증가했다. 전월(5.1%)보다 더 높아졌다. 치솟는 물가에 기름을 부을 수 있는 수준이다.

월가의 한 고위인사는 “인플레이션의 이유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며 “가격이 상승함에도 소비자들이 그 상품을 계속 산다는 게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 구매력의 바탕에는 높아진 임금이 자리하고 있다. 9.1%(6월 기준)의 물가 상승률을 연방준비제도(Fed) 목표치인 2%로 내리려면, 다시 말해 구매력을 확 낮추려면, 결국 기업의 고용 여력이 낮아져 실업률이 높아지는 침체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


바이든 ‘증세 카드’ 두고 비판론

이 와중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업 증세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강력 추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nflation Reduction Act)의 핵심은 세금 인상이다. 정부가 법인세 증세를 통해 3130억달러(약 406조 4000억원)를 징수하는 등 총 7390억달러(959조 6000억원)를 거둬들여, 기후 변화 대응과 약제비 인하, 재정적자 축소 등을 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세율을 올리면 기업 투자 축소→임금 인상 억제→가계 소비 감소의 과정을 거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해진다는 논리에서다. 말 그대로 총수요 억제책이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이 법안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물가 안정을 위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냈다. 그는 “이 법안의 효과가 해로울 것 같지는 않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물가를 완화하려면 가장 부유한 기업이 공정한 몫을 내도록 하자”며 법인세 인상 카드를 줄곧 거론해 왔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반론에 더 무게가 실리는 기류다. 무엇보다 증세는 수요뿐 아니라 공급 측면에도 작용한다는 게 그 이유다. 기업이 투자를 줄이면 생산 능력이 감소해 공급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물가를 더 띄울 수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 기업 생산·혁신 역량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버논 스미스, 케빈 해시트 전 미국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 짐 밀러 전 예산관리국(OMB) 국장, 로버트 헬러 전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등 230명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서한을 통해 “세금 인상은 공급 측면에서 투자를 저해할 것”이라며 “현재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촉발한 재정정책 오류를 영구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업이 높아진 세금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떠넘겨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이조스는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의 법인세 인상론에 대해 “법인세 인상을 논의하는 것은 좋고 인플레이션 완화를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둘을 한데 엮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반박해 주목 받았다.

중간선거 앞둔 선거용 법안 관측

스티브 행케 존스홉킨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법안은 인플레이션 감축이 아니라 증세에 관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권자들이 싫어하는 세금 인상 대신 물가 안정을 법안 이름으로 내세운 건 표를 노린 포석이라는 것이다. 그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패하면 국정 동력은 급격히 약화할 게 뻔하다.

인플레이션을 세금정책으로 다루려는 곳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영국 차기 총리 선거전의 핵심은 미국과 반대로 감세인데 이 역시 인플레이션 완화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은 영란은행(BOE)이 27년여 만에 50bp(1bp=0.01%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한 직후 “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감세가 기업 원가·임금 인상 부담을 완화하고 투자를 촉진해 총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다만 소득세율을 내릴 경우 구매력이 커져 물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게 한다는 반론 역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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