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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창립 51주년 기념일은 11월 1일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고 이건희 회장 삼우제 등을 고려해 기념행사를 다음 날인 2일에 진행한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참석자를 100명 이내로 대폭 줄여 조촐하게 행사를 치를 방침이다.
고 이 회장 별세 후 첫 창립기념일인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2014년 고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기념행사에 불참하고 메시지도 내지 않다가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이례적으로 메시지를 냈다. “도전과 기술, 상생을 통해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을 만들자”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번 창립기념일은 부친상 직후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행사에서 별도의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신 김기남 부회장 등 사장단이 기념사에서 고 이 회장의 신경영 등 경영 철학과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일군 업적을 기리면서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5G 이동통신·인공지능(AI)·자동차 전자장치(전장) 등 신사업과 관련해 직접 현장 경영에 나서며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베트남 출장 전에 브라질·중국·네덜란드와 스위스 등을 방문하며 현장 경영을 이어왔다.
엔비디아와 AMD, SK하이닉스 등 경쟁기업들이 대형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한 순간이라도 지체하면 치열한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연내 회장 취임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이 부회장만 유일하게 부회장 타이틀을 달고 있다. 앞서 이건희 회장은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1987년 11월 19일 타계한 지 13일 만인 12월 1일 회장에 취임했다. LG와 SK 등 다른 기업들의 사례를 봐도 한 달을 넘기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불법 경영승계 의혹 재판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이 부회장이 회장 취임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연말 인사 초점은 ‘안정’…지난해와 같이 다음 해로 넘길 수도
이 부회장의 뉴삼성 체제의 밑그림이 드러날 연말 삼성 인사도 관심사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큰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법리스크와 기업규제 3법 등 입법리스크,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영향으로 삼성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이유다.
통상 삼성전자는 12월 첫째 주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고 이어 후속 임원 인사 명단을 공개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이 부회장 등 전현진 경영진이 재판에 연루되며 연말 인사가 미뤄져 올해 초에 단행됐다. 올해 역시 불투명한 대내외 여건 탓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정기 인사를 다음 해로 넘길 가능성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가 막을 열었지만 이 부회장의 어깨는 상당히 무거울 것”이라며 “코로나19 재확산과 더불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국내 사법·입법리스크 등 난제가 쌓여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신성장 동력 육성에도 신경써야 한다”며 “앞으로 이 부회장이 어떤 식으로 과제를 해결하며 뉴삼성을 이끌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