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기업 진화하다)⑥선박 최강자, `로봇패권` 노린다

  • 등록 2006-10-12 오후 2:00:22

    수정 2006-10-12 오후 2:00:22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지난 6월15일 슬로바키아 질리나시 기아차(000270) 슬로바키아 공장(KMS) 내 차체 생산라인.

컨베이어벨트 라인을 중앙에 두고 8개 기종 300여대의 용접 로봇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전원레버를 올리니 로봇들이 괴성을 울리며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용접이 이뤄지면서 불꽃이 튀는 탓에 사람은 접근하기 조차 힘들다. 생산라인에 현장 직원들도 보이지 않는다. KMS는 이날 차체 생산라인을 첫 시험가동했다.

김광석 현대중공업 로봇생산부 부장은 "자체 생산라인의 자동화율은 95%에 이른다"며 "생산 라인의 직원들이 하는 일은 기계를 점검하고 일부 자재를 운반하는 것 등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 공장의 로봇 생산 시스템을 설치한 기업은 조선업계 세계 1위 기업인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9일까지 약 3개월간 이 공장의 로봇생산 시스템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해 1월 3000만달러에 로봇 생산·설치 사업을 수주받은 이후 1년 9개월만이다.

김광석 부장은 "기아차 사람들이 이 처럼 짧은 기간에 로봇 설비를 정상 가동한 것에 대해 깜짝 놀란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자동차의 미국 알라바마 공장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 생산시스템은 세계 4위 기업인 일본의 파낙이 3년반 전 설치 완료했지만 아직도 셋업(시스템 미세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조선 1위 현대重, 로봇생산 세계 8위 `부상`

세계 부동의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포스트 반도체 산업으로 손꼽히는 로봇산업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연간 로봇생산량은 지난 86년 산업용 용접로봇 1호기를 첫 생산한 이후 20년만인 지난해 1만대를 돌파했다.

특히 2000년 들어 급성장하기 시작, 연 판매대수가 2001년 450대에서 지난해 1660대로 약 3.7배나 증가했다. 올해 판매목표도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2000대.(표 참조) 이는 세계 산업용 로봇시장 8위의 규모다.

질적으로도 성장했다. KMS 차체 생산 라인에는 로봇과 중앙제어시스템을 연결하는 광케이블이 없다. 중앙제어실이 통신을 통해 로봇을 제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생산라인에서 여러가지 차종도 생산할 수 있다. KMS 생산라인에서는 스포티지와 시드(cee’d)가 함께 생산된다. 뿐만 아니라 로봇 제어프로그램과 로봇의 일부 부품만 바꾸면 앞으로 나올 신차도 만들 수 있다.

김광석 부장은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KMS의 로봇생산 시스템은 일본의 선진 산업용 로봇생산업체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지능형 도우미 로봇 `지니`도 공동 개발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기업 이미지가 선박을 만드는 조선업체로 인식돼 있는 까닭에 일반인들은 이 같은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실제 지난해 6월 현대중공업이 한구과학기술연구원(KIST)와 공동으로 도우미 로봇 `지니`를 출시했을 때 사람들은 의아해 했다.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지능형 로봇`의 일종인 도우미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알려졌기 때문.

지니는 춤을 추거나 사진을 찍는 등의 이벤트를 벌이고 사람들을 안내하는 기능을 갖췄다. 지난 2003년 개발을 완료한 후 2년간의 업데이트를 거쳐 지난해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다.

이런 도우미 로봇은 `지능형 로봇 시장`을 여는 `신호탄`으로 기대되고 있다. 초기 지능형 로봇의 가격이 워낙 비싸 일반인들보다는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 우선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능형 로봇을 통해 축적된 기술은 산업용 로봇 기술개발에도 응용된다.

`지니`의 연구개발을 담당했던 이찬호 현대중공업 기초기반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지니의 연구 개발 단계에서 축척된 3차원 입체 인식 기술을 현재 산업용 로봇 연구개발에 응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장기적으로 지니와 같은 로봇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력을 축적한 후 서비스 로봇 등 지능형 로봇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세계 3대` 로봇업체 목표

현대중공업의 로봇산업 지난 86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지시로 시작됐다. 당시는 현대그룹이 현대자동차의 국내 독자모델인 포니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찾고 미국 시장 공략을 모색하던 시기.

정 명예회장은 85년 미국 현지법인(HMA)을 앞두고 일본 도요타 생산 공장과 산업용 로봇생산업체인 파낙을 둘러본 후 공장의 자동화에 깊은 인상을 받고 국내에서도 독자적인 로봇시스템 연구를 지시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주로 현대차 공장의 로봇 생산 설비를 납품하면서 성장했으나 2002년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간 이후 독자 생존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산업용 로봇 생산 공장은 울산 조선소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로봇사업부에 소속된 인원은 250여명에 불과한 실정. 전체 인원의 12%인 30여명이 용인 마북리 연구소에서 일하는 R&D(연구·개발) 인력이다.

최영대 로봇영업부 부장은 "현대중공업은 2010년 경 연 1만대 생산체제를 구축, 세계 3대 메이저 업체로 부상한다는 중장기 비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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