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체인지업!)③뉴타운에 서민이 없다

34개 뉴타운 292개 구역..1912만7000㎡
재정착률 저조, 소형저가주택 멸실 개선해야
  • 등록 2009-05-15 오전 11:47:44

    수정 2009-05-17 오전 7:59:38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어둡고 좁은 골목, 가파른 계단, 다닥다닥 붙은 낡고 작은 집. 1980년대 삼양동길 부근의 길음동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모습들을 기억할 것이다. 전형적인 달동네였던 길음동은 지금은 고층 아파트 수십 동이 늘어선 `길음뉴타운`으로 변모했다.
 
이처럼 서울 강북의 낙후한 `달동네`를 기반시설이 갖춰진 새로운 주거단지로 만드는 것이 뉴타운 사업이다. 상대적으로 낙후한 강북을 잘 정비해 강남만큼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 이를 통해 균형잡힌 서울을 만들겠다는 게 뉴타운 정책의 핵심이다.
 
올해로 8년째, 2002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시작한 뉴타운 정책은 하나 둘 결실을 맺고 있다. 하지만 그 성과만큼이나 많은 문제점도 낳았다. 재정착률 저조, 소형저가주택 멸실, 주거 획일화 등의 문제가 대표적이다.
 
오세훈 시장은 누구보다도 뉴타운 사업의 문제점을 잘 아는 사람이다. "부모님이 처음으로 집을 사신 것은 대학 들어가던 해였다. 해마다 셋집을 옮겨 다니고 결국 온 식구가 달동네 단칸방으로 쫓겨 가며 느껴야했던 박탈감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작년 4월 총선시기 뉴타운 추가지정에 대한 논란이 벌어진 직후였다.

민선 4기 서울시는 지난 8년간 시행된 뉴타운 사업의 성과를 평가·반성한 것을 토대로 과거와는 다른 뉴타운 개념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반성을 발전된 개념으로 연결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숙제도 많다.

◇ 서울 20분의 1이 `뉴타운`

서울시의 뉴타운 정책은 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난개발로 흐르는 것을 막고 주거환경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2002년 처음 시작됐다.

현재까지 시범, 2차, 3차 뉴타운 26개 지구와 균형발전촉진지구 8개 지구 등 총 34개 뉴타운 지구가 지정돼 있다. 세부적으로 뉴타운 대상구역은 292개로 면적은 1912만7000㎡에 이르며 이는 서울시 총 면적의 5%에 가까운 규모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157개로 사업단계별로 정비구역지정 84곳, 조합설립인가 39곳, 사업시행인가 5곳, 관리처분계획인가 11곳, 착공 12곳, 준공 8곳 등이다. 나머지는 아직 초기단계다.

시는 침체에 빠진 경제를 활성화하고 사업 지연으로 추진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뉴타운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올해 안에 ▲가재울 3·4 ▲아현3 ▲흑석4·6 ▲신정1-2 ▲왕십리 1·2·3 ▲전농7 ▲방화 긴등 ▲합정4 ▲답십리16 ▲상봉8 등 14개 구역이 착공에 들어간다. 

시는 아울러 개발기본계획 수립이 안된 한남뉴타운 및 창신·숭인뉴타운, 균촉지구 중 구의·자양지구, 상봉지구에 대해 올해 안으로 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4차 뉴타운 지정에 대해서는 아직 유보적이다. 작년 5월 구성한 주택정책개선 자문위원회의 최종제안서가 나온 뒤 개선된 뉴타운 추진방향을 마련하고 나서야 추가지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한강 공공성 회복`차원에서 지정된 성수지구, 합정지구, 망원지구 등이 뉴타운과 비슷한 방식으로 정비될 예정이어서 사실상 추가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시각도 있다.
▲ 서울시 뉴타운 지정현황 (자료: 서울시)

◇ 균형발전 목표..결과는 `서민 내모는 뉴타운`

▲ 뉴타운 재정착률 분석 (자료: 서울시)

뉴타운 정책은 강남·북 지역간 격차 해소라는 필요성에 의해 시작됐다. 뉴타운이 시작된 2002년 당시 주택노후도(30년 경과주택)는 종로구 가 23.4%였던 반면 강남구는 0.1%일 정도로 차이가 컸다.
 
즉 `달동네`가 많은 강북지역의 체계적인 균형 개발을 통해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개발한다는 것이 뉴타운의 목표다.

그러나 목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점들이 불거져 나왔다. 뉴타운 지정 소식이 들리기만 하면 집값 땅값이 뛰는 등 부동산 투기가 성행하고 소형저가주택이 사라짐에 따라 기존에 살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 동네를 떠나게 됐다. 새로 뉴타운이 만들어진 곳도 고층 아파트 일색이어서 도시의 미관을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초 주거환경개선정책자문위가 조사한 결과 뉴타운·재개발 사업 후 재정착률은 매우 낮았다. 서울 성북구 길음4구역 내 원주민 재정착률은 4구역 내에서는 10.9%(세입자 포함), 성북구 내에서는 35.1%에 머물렀다.

또 월평균 소득이 653만원은 돼야 뉴타운·재개발 지역에 신규 주택을 공급받아 거주할 수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휘경2구역, 답십리12구역 등의 재개발 사업 평균 분양가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자기자본 2억원을 가진 사람이 대출 3억3702만원(월이자 196만원)을 받아 5억3702만원 짜리 집을 살 경우 대출이자 상환 등을 하기 위해서는 요구되는 소득수준이 월 653만4000원이나 된다는 것이다.

결국 기존 원주민들이 살기에는 너무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에 `서민들을 내모는 뉴타운`이라는 오명이 붙게 된 것이다.
▲ 뉴타운 정비사업 전후 주거실태 비교 (자료: 서울시)


◇ 재정착률 제고 핵심..공공성 더 커져야

위원회는 뉴타운 사업과정에서 소형저가주택이 사라지고 재정착률이 낮게 나타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소형저가주택 모델을 개발해 뉴타운에 대폭 적용하고 임대주택 공급도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았었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오 시장도 작년 국감에서 "뉴타운 사업이 조합사업 형식으로 이뤄지기는 것이기 때문에 임대주택을 늘리면 조합의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고민을 털어놓은 바 있다.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이 조합입장에서는 사업성을 떨어뜨려 사업촉진에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뉴타운 사업은 공공성을 확보한 주거환경 정비에 초점을 맞춰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도시개발을 통해 발생한 이득은 공공으로 되돌려져야 한다는 생각을 시와 시민들이 함께 가져야 한다"며 "뉴타운 사업은 시세차익을 통해 돈을 버는 사업이 아니라 주거환경 정비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세입자, 서민이 재정착 할 수 있는 모델로 `순환 재개발` 방식이 제안된다. 인근 지역에 세입자를 이주시킨 뒤 순차적으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조합과 시공사 위주의 뉴타운 사업은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마련"이라며 "부동산 개발이익을 전제로 작동되는 구조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도시공학계 원로는 "뉴타운 사업 등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것을 보면 신자유주의와 함께 과거 압축 개발시대의 모습이 되살아난 듯한 느낌을 받는다"며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에 대한 욕심보다 무엇을 잃게 되는가에 대한 고민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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