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리스크 관리의 주역들)신한은행 변상모과장(하)

  • 등록 2001-12-19 오후 12:27:22

    수정 2001-12-19 오후 12:27:22

[edaily] 이번주 "환리스크 관리의 주역들" 대상자는 신한은행 변상모 과장입니다.
(중편에서 이어집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딜러만 살아남는다 -기억에 남는 딜은 어떤 게 있습니까. ▲솔직히 기업체를 방문하면 업체 외환담당자들은 "코퍼레이트 딜러가 또 한명 왔군" 뭐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편입니다. 그 쪽은 저에게 시장의 정보를 얻고 저희는 수익을 얻는 식으로 서로 필요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게 맞아떨어져야하는데 어렵습니다. 하루는 모 기업을 방문했는데 바빠서 차 한잔 마실 시간밖에 없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마켓뷰나 나누자고 앉았는데 꿍짝이 너무 잘 맞는거에요. 그 대리가 "나와 똑같은 뷰를 가진 사람을 인터뱅크 딜러 한명 외에 처음으로 만났다. 너무 반갑다"고 하더니 바로 그 자리에서 크레딧을 달라고 하더군요. 큰 거래를 너무도 쉽게 성사시킨 셈이죠. 코퍼레이트 마케팅은 구걸이 아닙니다. 얼마만큼 올바른 정보를 줄 수 있느냐의 싸움이에요. 저는 고객에게서 수익을 내야하는 처지지만 그분이 저를 필요로 해야지 제가 그분을 필요로 한다면 그 관계가 오래갈 수 없습니다. 남녀관계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웃음) 그분이 올해 최대 고객이셨고 여러모로 도움도 많이 됐습니다. 대대수 기업체 딜러들이 은행 코퍼레이트 딜러들을 달가워하지않아요. 너무많이 찾아오는데다 찾아온 사람을 박절하게 내쫓을 수도 없으니 말이죠. 오늘도 모 대기업에 갔더니 "이데일리에 기사가 나간 뒤로 사람들이 훨씬 많이 찾아와서 당최 일을 못하겠다"고 하시더군요. 하하. 제가 술을 잘 못합니다. 영업하는 사람으로선 큰 한계죠. 손님하고 만났을 때 제가 접대해야 하는 입장인데 말입니다. 사실 국내은행들은 접대비가 정말 적은 수준이라 좋은데 가서 먹지도 못합니다. 점심사기도 빠듯한 수준인데 그 분과 어찌어찌해서 술을 먹다가 제가 먼저 쓰러졌습니다. 결국 그 분이 저를 집까지 데려다주셨습니다. 수많은 접대를 받아봤겠지만 은행딜러를 데려다 주기는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손님에게 그런 일 당해보긴 처음이었어요. 그렇지만 그런 일을 겪고나니 더 정이 간다고 하시더군요. 자기를 위해 못 먹는 술까지 먹어주는 모습이 인상깊었다는 거죠. 그 후 형님동생하면서 잘 지내고있습니다. 흉금을 터놓는 사이가 됐어요. ◇대출이 무기가 되던 시절은 지나갔다..치열한 경쟁 -접대비 한도를 늘려달라고 하시죠.하하 ▲술도 많이 못 먹는데 접대비 늘려서 뭐합니까. 한국적인 분위기에서야 술이라도 한 잔 더하면 친밀감이 생기는 건 사실입니다. 외국계 은행은 일단 비용면에서 무기가 있으니까 알게 모르게 싸움하기도 쉽습니다만 그 한계를 마켓뷰에 대한 정확도로 커버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정보로 싸움하는 것이 오히려 더 재미있고 스릴있을 때도 많습니다. 국내은행 코퍼레이트 딜러들이 더 똑똑해야 하고 많은 정보를 제공해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외국계 은행에서는 "국내기업들이 겉으로는 외국계를 선호하지만 대출문제가 걸려있어서 외국계 은행을 모두 합한 거래가 주거래 국내은행의 반도 안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존 네트워크가 있다는 건 큰 장점입니다. 이를 무시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국내 은행들이 가장 많은 수익을 내고있는 여수신업무가 은행으로선 이제는 무기가 아닌 상품이 돼 버렸습니다. 기업들이 대출받기 힘들 때나 국내은행이 큰 소리도 쳤지 요즘 어디 그렇습니까. 이제는 더이상 대출을 무기로 삼을 수가 없습니다. 너도나도 금리세일하는 판국 아닙니까. 거꾸로 기업체 쪽에서 “국내은행에게는 여수신거래를 주니까 외환거래는 외국계로 넘기겠다”이렇게 말할 때가 훨씬 많습니다. 거래선 포트폴리오 조정이라는 측면도 있어서 국내은행들에게 생각하시는 것 만큼 거래를 많이 주지않아요. 특히 대기업과 같은 큰 거래선들은 해외펀딩을 많이 하기때문에 해외 네트워크가 많은 외국계를 선호하죠. 요즘 대부분 국내기업들의 외인 지분이 많이 늘어나면서 다국적 기업으로 변신한 곳이 많습니다. 그런 쪽은 아예 국내은행은 상대도 안 해줍니다. 정말 우량하고 신용등급 좋고 돈되는 기업들은 외국계로 넘어갔고 그들이 취급 안하는 기업들을 국내은행이 나눠가지는 판국입니다. -국내은행들은 의견개진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얘기도 자주 듣습니다. 맞든 틀리든 확실한 뷰를 보여줘야 하는데 묻는 말만 대답하니 좀 답답하는 거죠. ▲그런 면이 좀 있습니다만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면 곧 달라지리라 믿습니다. 고객이 자기의 페이와 연관돼있다고 생각하면 어떤 딜러가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겠어요. 현재 국내은행 중 성과급 제도를 실시하는 곳이 많지않습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성과급 제도를 이미 실시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억대연봉을 받은 딜러가 있었고 그런 부분에서 저희 은행이 많이 앞서나간다고 평가합니다. -올해 억대연봉의 대상자가 되십니까.(웃음) ▲저희 팀의 목표수익은 넘었지만 그건 좀 두고봐야죠. 하하. ◇일관된 정책을 고수하는 기업이 좋다 -선호하는 고객상은. ▲내부 정책이 분명한 기업이 좋습니다. 저는 노출포지션을 100% 헤지하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업체가 리스크테이킹을 감수하면서도 거래할 의사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죠. 헤지비율이 중요하지는 않지만 한 번 헤지하기로 결정했으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요즘 바(var)가지고 위험관리를 하는 데가 많은데 바의 신뢰구간이 95%나 99%잖습니까. 외환위기나 911테러사태는 모두 1% 영역 안에 있는 사건입니다. 백년만에 한번 일어날까말까한. 하지만 기업이 환 때문에 망하는 건 바로 이런 사건이 계기가 되거든요. 매일매일의 변화 때문에 망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정말 예측하기 힘든 그런 변수들이 금융시장을 뒤흔드는데 이걸 어떻게 대비하냐. 완벽하게 대비할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노출포지션이 확정되는 순간 이것은 100% 헤지해야 만약의 손실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기업체 외환담당자들은 다양한 거래선을 가지고 있어 은행딜러보다 정보도 오히려 더 많습니다만 일관적인 자세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하니까 이 사람 말을 들으면 이게 맞는 것 같고, 저 사람 말을 들으면 저게 맞는 것 같죠. 물론 사람 마음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니까 이해는 하지만 정보는 많이 접하되 거래는 과감하게 한 방향을 고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저도 단기, 중장기별과 같은 적절한 코멘트를 해드리죠. 업체 내부방침이 어쩡쩡하면 딜링라인의 자의적인 판단이 많이 들어가서 위험도 크고 저희도 상대하기 힘듭니다. 저는 보통 아침에 출근하기 전 세가지 이상의 멘트를 준비합니다. 네고, 결제, 오픈 하는 업체들이 각각 다 있으니까. 제 나름대로 정보도 가공을 합니다. 왜곡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있는 사실을 좀더 고객구미에 맞게 전하기위해서 애쓴다는 뜻입니다. -스피치라이터의 경험이 그럴 때 많은 도움을 줍니까. ▲ 저도 경영학과 출신이라 글재주도 별로 없는 편입니다. 다만 그 때 경험이 시각을 넓게 유지하도록 도움을 줍니다. 은행장 연설이 한 가지 시각만 들어있어서는 안 되잖아요. CEO들을 자주 접하면서 그 분들의 사고를 접했던 것도 좋은 경험이 됐습니다. -하루 일과는. ▲아침에는 딜링룸에 있는 모든 딜러들과 같이 미팅을 하면서 시장 움직임에 대한 의견을 듣습니다. 그 후 업체에 모닝 콜을 하죠. 업체 분들에게 급한 뉴스를 전해드립니다. 보통 "큰 수급이 잡혀있다" 뭐 이런 식으로요. 실제 만나는 것은 점심 전후나 저녁에 이뤄집니다. 일률적으로 나가지는 않습니다. 아직 코퍼레이트 데스크 인력이 적어서 자리를 오래비우긴 곤란합니다. 아직 시중은행에서는 딜링룸의 존재의의를 스펙(투기거래)에 두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 은행이 인베스트먼트 뱅크가 아니라 커머셜 뱅크잖습니까. 딜링룸 출범자체가 고객포지션 관리하라고 만들어 놓은거죠. 고객중심적인 업무를 할 수 있게 된 건 그런 특성도 반영된 것 같습니다. -대기업:중소기업 고객비율은. ▲금액은 7:3정도인데 숫자로는 중소기업이 더 많습니다. 대기업이야 온갖 은행에서 다 달려드니까 외환담당자들도 이 쪽 계통 은어를 잘 알고 설명하기가 쉽지만 중소기업은 설명하는데 약간 힘이 들어요. 거액거래만 코퍼레이트 실적으로 올라가니까 저한테는 중소기업을 상대하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지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저희은행의 고객을 놓칠 수가 없다는 일념으로 임합니다. -몇몇은행들이 그런 점을 무기삼아 중소기업체들에게 바가지씌운다는 비판도 받았는데요. ▲요즘에야 어디 그런 게 가능합니까. 인터넷 리얼타임 매체가 늘어나서 호가가 바로바로 뜨는데요. 저는 딜링룸에서 유일하게 고객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고객에게 좋은 호가를 줘야 다른 거래를 하면서도 저희 은행을 찾아올 거 아니겠습니까. 사실 중소기업들 거래금액도 얼마 안돼요. 나쁜 호가 줘서 거래를 한번으로 끝내느냐, 돈은 좀 덜 벌어도 관계를 오래 유지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그건 바보라도 해답을 겁니다.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고는 못하겠죠. 인터뱅크 딜러들도 이상하게 딜이 안되는 날이 있거든요. 이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사면 천장이고 팔면 바닥인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 호가를 짜게 부르는 경우가 있었겠지만 그런 식으로 해서 얼마나 가겠습니까. 바가지씌웠다면 고객들도 언젠가는 아실텐데 그러면 여수신거래까지 다 뺏기니까 소탐대실하는 격입니다. 바람직하지도 않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여수신 업무만큼 중요한 부서로 키우는 게 목표 -내년 전망은 어떻습니까. ▲쉽지않을 것 같습니다. 시장의 부침이 심해야 딜러들은 좋은데 환율이 한 쪽 방향으로 갈 확률이 높아졌잖습니까. 내년 하반기 경기회복이 기정사실화됐고 결국 환율도 하락압력을 받을 겁니다. 그런데 환율변동에 신경쓰는 사람은 결국 결제가 있는 업체들입니다. 네고부분은 웬만큼 다 헤지하는 분위기죠. 업체들이 환율 떨어질 때는 관심없다가 급등할 때는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환율이 아래로 가면 수익내기가 녹록치않을 겁니다. 코퍼레이트 마케팅도 파생상품 쪽과 엮어야 수익이 커지는데 환율이 떨어지면 파생 쪽과도 엮기가 힘들어져요. 산업은행 외에 국민은행같은 거대은행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있고 막강한 익스펜스를 가진 외국계은행도 하나둘씩 다시 돌아오고 있어서 더 어려운 싸움이 되리라 예상합니다. 국내은행들은 영업이익이 1조원 이상인데 딜링룸에서는 아무리 벌어봐야 200억이 채 안 됩니다. 대규모 외국계 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외국계는 은행 전체의 20~30%에 달하는 수익을 이 곳에서 냅니다. 1000억에서 200억과 1조에서 200억은 엄청난 차이죠. 제가 섭외비 더 주면 돈을 더 벌겠다고 말하면 "그래 안 벌어도 돼"라는 대답이 돌아올 형편입니다. 하하. 딜링 룸에서 안 벌어도 은행 전체 수익에는 큰 상관이 없지만 사람이니까 당연히 욕심은 가지게 됩니다. 똑같은 무기를 가지고 싸우면 잘 될 거 같고요. 결국 모든 것이 사람장사니까 인포멀한 관계를 유지하는게 중요한 건 사실입니다. -대고객 영업은 부대비용도 필요없고 사람만 있으면 되는데 좀 아쉽군요. ▲물론입니다. 위험도 적고 단말기와 정보분석능력만 있으면 되는데.. 아직 여수신업무가 중점이다보니 좀 뒤로 밀린 감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한은이 환율 변동폭도 관리했기때문에 거래를 해서 먹을수 있는 여지가 적었습니다. 수익도 적으니까 시중은행이 신경 안 쓴 겁니다. 앞으로는 달라질 겁니다. 외환위기가 참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걸 느껴요. 리스사 대부분이 환때문에 망해서 그런지 강연나가도 인식들이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입니까. 외국계로 갈 마음은 없나요. ▲에이 이 나이에 어딜 갑니까. 고객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주고싶습니다. 제가 안식휴가가 남았는데 환율 분석기법을 연구하는데 사용하려고 계획중입니다. 시장에 있으면서 제가 시장을 리드할 수 있다는 희열을 계속 느끼고싶기 때문입니다. 저는 자기포지션이 없지만 고객이 돈 벌때가 젤 기쁘고 돈 잃으면 제일 속상합니다. 이 시장에 정이 가니까 그런 마음이 절로 들더군요. 이 쪽분야에서 아직 경력이 일천하니까 많이 더 배워야죠. 제가 받은 상도 개인이 아니라 신한은행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변상모 과장 약력) -1964년 출생(본적 원주) -1983년 원주 진광고 졸 -1987년 고대 경영학과 졸 -1990년 신한은행 입행 -2001년 신한은행 자금시장부 코퍼레이트 데스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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