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주택공유' 빗장 이제 풀어야

민박사업등록 규제 탓에 76%가 범법자로 내몰려
석달째 국회 문턱 못넘은 '프리존 특별법' 통과 서둘러야
  • 등록 2016-09-11 오후 2:38:25

    수정 2016-09-11 오후 4:11:14

[이데일리 조철현 건설부동산부장] 생산 제품(물건)을 혼자 소유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나눠 쓰는 경제 활동. 이른바 ‘공유경제’가 요즘 화두다.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함께 공유하면서 비용을 줄이고 경제적 이득도 취하는 협력적 소비에 대한 인식 확산과 ICT(정보통신기술) 발달로 공유경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공유경제 세계 시장 규모는 2014년 100억 달러에 달했고, 2025년에는 33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남는 집이나 방을 호텔이나 콘도처럼 여행객에게 유료로 빌려주고 수익을 올리는 ‘홈 셰어링’(주택공유)도 마찬가지다. 집주인은 남는 주거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 좋고, 여행객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현지인의 집에서 묵으며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좋다. 이런 이점 때문에 주택공유 숙박업은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틈새 관광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홈 셰어링은 주택 임대차시장에 ‘제 3의 수익 모델’로 자리잡아 고령화로 발생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홈 셰어링 산업은 한국에선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 때문이다. 사례를 한번 보자.

건축사 박모(43)씨는 지난 3월 서울역 인근에 있는 전용면적 85㎡짜리 아파트 한 채를 사서 방 3개짜리 원룸식으로 예쁘게 꾸민 뒤 글로벌 숙박 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방을 내놨다. 서울역 근처이다 보니 도심 접근성이 좋고 인근 명동이나 이태원 관광객도 많아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민박 희망자를 쉽게 모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이 아파트를 통째로 관광객들에게 단기로 빌려줘 월평균 3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위 사례는 불법이다. 행법상 주택 공유 사업을 하려면 관광진흥법에 따라 집주인은 지방자치단체에 ‘도시 민박업 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관광숙박업으로 등록하지 않고 자신의 집이나 방을 돈을 받고 빌려주면 불법이다. 집주인은 방문객이 머무는 동안에도 함께 집에 있어야 한다. 건축사 박씨처럼 아파트를 통째로 빌려주면 불법이라는 얘기다. 내국인(한국인)에게 숙박을 제공해서도 안된다. 외국인에 대해서만 영업이 가능한 것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대학가 하숙집은 모두 규제 대상이다.

이처럼 비현실적인 제도 때문에 등록하지 않고 손님을 받는 경우가 넘쳐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국 외국인 민박 객실 중 76%가량이 미등록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가 수많은 개인 숙박업자를 범법자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이를 인식한 듯 올해 초 ‘신산업 육성·규제 완화 등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숙박 공유 서비스의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나섰다. ‘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만들어 전문 숙박업소 뿐 아니라 일반인도 국내외 관광객에게 가정집 빈방을 빌려주는 것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 말부터 강원·부산·제주 등 3개 시·도에서 공유 민박업 제도를 시행하고, 내년 이후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규제 프리존 특별법은 아직까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대 국회가 문을 연 지 석 달이 지났는데도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유 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바뀐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의 한계가 선량한 이용자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관련 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기대해본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승자는 누구?
  • 한라장사의 포효
  • 사실은 인형?
  • 사람? 다가가니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