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연금술사들)돌다리도 두드려야-국민은행④

  • 등록 2001-10-24 오후 12:15:55

    수정 2001-10-24 오후 12:15:55

[edaily]이번주 “금융시장의 연금술사들”은 국민은행 파생 및 복합금융상품팀 입니다.
(인터뷰 3편에서 이어짐)
<고객들의 이해를 도와야> -시장에서 거래하면서 어려운 점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지금도 회계규정, 파생상품에 대한 규정이 애매모호합니다. 신용파생을 예를들면 회계처리 규정이 없어요. 과거 은행감독원 시절 만든 것이 있는데 “설마 이런 거래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규정이 모호하게 돼 있어요. 신용파생은 신용(크레딧)에 연계된 파생상품으로 크레딧 디폴트 스왑, 크레딧 링크 노트 등이 있습니다. 발행자의 신용과 연결된 다른 은행의 파산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하는데 이를 어떻게 회계처리할 것이냐가 문제죠. 평가 기준도 없고… 고객들의 이해 역시 풀어야할 숙제입니다. 일반 기업이 됐건 금융기관이 됐건 파생상품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으니까, 초창기에는 일일이 설명해야했습니다. 연수자료도 만들고, 1년에 한번씩 세미나를 열었죠. 한해는 부장이나 임원급으로 그 다음에는 실무자급으로 교육을 했습니다. 파생상품이 왜 필요한가와 상품을 설명하는 책자를 만들었죠. 시장을 개발하고 고객들과 공부해가면서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냈습니다. 실무자들은 그래요. “자기는 하고 싶은데 윗사람들이 못하게 한다. 헤지를 하면 좋다. 그러나 1년후 환율이 반대로 가서 헤지를 하지 않은 기업이 이득을 보면 실무자들은 곤란해진다.“ “헤지를 하지 않았을 때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 헤지의 출발점인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거죠. 제조업체가 환율을 가지고 도박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헤지를 무작정하는 것도 좋지는 않죠. 중장기 전략에 맞춰서 재무적인 리스크를 줄이고 영업에서 수익을 내겠다는 플랜이 세워져 있어야 합니다. 나쁘게 갈 확률이 10%인데 과도하게 헤지를 할 필요는 없죠. 이 경우는 헤지를 10%만 해야죠. -기억에 남는 거래는. ▲99년 현대자동차와 통화스왑 거래를 한 것입니다. 현대차는 외화 수입이 많죠. 몇 년간 달러가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기업으로 흘러들어오는 자금(In Flow)은 달러이고 빠져나가는 자금은(Out Flow)은 원화인 구조죠. IMF 이후 환율이 빠르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것을 어떻게 헤지할 것이냐 고민하는 것이 맞죠. 우리 팀을 만든 목적에 가장 적합한, 고객의 요구에 꼭 맞는 딜을 성사시켰습니다. 현대차도 그런 종류의 통화스왑을 1억달러 정도한 것은 처음이었죠. 마케팅 담당 팀에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했어요. 그전에는 대고객 거래가 많지 않았는데 현대차와 처음으로 의미있는 대고객 거래를 한 것입니다. 조그마한 기념 패(툼 스톤)까지 만들었어요. <시장에 소리나지 않게,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야> -그럼 반대로 큰 낭패를 봤던 거래는요. 원래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 많은 법이니까. ▲실패 사례는 참 껄끄러운데… 배운 것이 많으니까 말씀드리죠. 모 정부 기관하고 한 거래였습니다. 제법 큰 거래였죠. 거래를 하다보면 욕심이 생깁니다. 일단 거래를 했는데 거래하자마자 금리가 요동을 쳤어요. 통화스왑은 금리와 환율이 모두 관련됩니다. 보통 환율의 변동성이 훨씬 크고 헤지 부담도 큰데 이 경우는 거래하자마자 금리가 크게 움직였어요. 올 2월인가 3월인가 채권시장이 크게 출렁거릴때에요. 정부 기관이 외화로 돈을 들여와서 몇 년후 갚아야하는데 현재의 금리, 현재의 환율로 고정을 시키는 거래였습니다. 물량이 제법되고 금리가 갑자기 움직이니까 커버가 곧바로 안됐습니다. 통화스왑(CRS)이나 금리스왑(IRS)이나 헤지를 바로 하지는 않아요. 자체 북이 있으니까 일부는 북에서 커버가 되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헤지를 합니다. 시장에서 헤지해야할 포지션을 커버하려고 하는 순간 시장이 최악의 상황으로 갔어요. 금리가 거꾸로 가니까 헤지하러 들어갈 수가 없었지요. 누구나 비이성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할만했고 좀 기다려보자 했어요. 결국 헤지가 잘 안됐습니다. 거래를 하면서 배운 것이 많아요. 이런 식으로 혼난 은행들이 많이 있더라구요. 과거 프랑스계 은행의 경우 우리보다 포지션이 훨씬 더 컸는데 시장에서 헤지를 못해서 파상상품 사업부문이 큰 손실을 본 케이스도 있습니다. 규모가 큰 거래를 할 때는 미리 오더를 받는 것이 정상입니다. 예를들어 5억달러 짜리 거래를 한다면 시장이 눈치채지 못하게 미리 야금야금 들어가서 포지션을 어느 정도 잡아두죠. 시장에 충격이 가지 않게 비드도 냈다가 오퍼도 내고… 포지션을 만들어요. 이렇게 잡은 포지션을 가중평균해서 고객에게 적절한 마진을 붙여서 주는 것이 정답입니다. 무턱대고 거래를 성사시키고 그 다음에 헤지를 하려고 하면 잘 안되죠. 사전에 네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중에 헤지를 하려고 하니까 시장에 소문도 나고 공격대상이 되는 거죠. 금액이 헤지를 못할 만큼 크지 않아서 방심한 측면도 있고, 시장에 소문도 난 것 같고, 금리까지 급변하니까 커버가 제대로 안된거죠. 시장에 소문이 나도 헤지 수단은 다양하니까 얼마든지 커버를 할 수는 있어요. 채권시장이 너무 요동을 쳐서 실패했죠. 결론적으로 어떤 딜이라도 돌다리 두드리듯이 철저히 준비를 해야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맥쿼리 은행의 철저한 관리 시스템> -상품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시장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연구하고 우연하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수도 있어요. 아까 말씀드린 환율연계 상품의 경우는 97년에 무슨 경제잡지에서 힌트를 얻었죠. 일본계 은행의 상품을 소개하는데 비슷한 것이 있더라구요. 이게 얘기가 된다 싶어서 파일을 만들어 놨죠. 맥쿼리와 합작을 하고 나서 그 파일을 다시 꺼냈습니다. 맥쿼리와 논의를 하니까 상품 구조가 많이 달라지더라구요. 맥쿼리 쪽에서 사람이 와서 프라이싱이나 상품구조를 직접 논의했습니다. 소매로 팔려면 정보 시스템부에서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어야하고 외환업무부의 협조도 필요했어요. 3개월을 왔다갔다한 끝에 상품이 나왔어요. 첫 구상이 97년이니까 3년을 구상하고 맥쿼리와 2개월을 협의하고 그로부터 3개월 후에 선을 보였죠. 이 상품이 생각보다 많이 안팔렸어요. 실망했죠. 근데 맥쿼리 쪽에서 하는 말이 “이런 것이 재산이다. 다른 소매형 상품을 만들 때 여기서 조금만 수정하면 된다. 프로그램도 있고. 이런 것이 재산이다” 이러더라구요. -맥쿼리와 일하면서 이런 노하우는 배워야겠다고 한 것은 무엇입니까. ▲연말이 되면 두 은행이 모두 업무제휴팀에 기여한 것을 정산합니다. 맥쿼리가 합작팀에 제공한 서비스와 원가, 우리 은행이 투여한 비용을 계산해서 서로 맞춰보죠. 월급, 미들-백오피스 간접비용, 딜링 룸 공간 이용료까지 계산합니다. 명동일대 임차료 수준에 따라 평수 계산해서 사무실 사용료를 뽑아내죠. 맥쿼리도 시스템 운용비용, 업데이트 담당자의 인건비 등을 다 가져옵니다. 우리는 비용 계산할 때 특별한 근거가 없어요. 예를들어 법률 팀 담당자가 우리 팀에 기여한 것이 대략 50% 정도면 연봉의 절반을 계상하는 식이죠. 첫해에 맥쿼리 쪽에서 비용 목록을 뽑아왔는데 근거 자료가 책으로 한 권이 되더라구요. 기겁을 했죠. 심지어 맥쿼리 본점의 프로그래머가 “O월O일 O시O분부터 O시간 동안 무슨 일을 했다. 어디서 누가 전화를 해서 어떤 작업을 요청해왔다.” 이런 식이에요. 이런 것이 모두 기록돼 있더라구요. 작업이 표준화돼 있어서 어떤 업무의 내부이전 가격은 얼마라는 근거 자료가 다 붙어있었습니다. 첫해에 이런 식으로 명세를 가져오니까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겠더라구요. 호주 맥쿼리는 BTC의 호주 영업부문을 인수해서 인력이 3000~4000명 정도에요. 우리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그래도 대단한 관리 능력이죠. -유 팀장님(사진)은 어떻게 파생상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84년 입행해서 지점에 잠깐 있다가 당시 국제부에 왔습니다. 그때는 투융자 업무도 없이 외환업무 밖에 없었어요. 수출입 업무죠. 파생상품 업무는 97년부터 했는데 그 전에 외환딜러를 하면서 파생업무를 했습니다. 그때 파생상품 공부를 조금했죠. 우리 은행에 딜러 선발 제도가 처음 생겼는데 제가 1기에요. 그때 5명이 뽑혔습니다. 국내외로 연수를 나갔죠. 싱가폴, 미국 등에서 연수하고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OJT도 받고, 중간중간 시카고에 있는 선물회사와 연결해서 가상 어카운트 열어놓고 딜링도 했습니다. 국민은행이 새로운 업무를 개발한다는 차원에서 교육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독학으로 익힌 블랙숄즈 모델… 스스로 연금술사가 되다> -옵션가격 계산이나 스왑 프리이싱은 어떻게 배웠나요. ▲독학했죠. 97년에 와서 프로그램도 스스로 짜고… 그때 비주얼베이직도 배웠어요. 블랙숄즈 모델을 설명한 원서 구해다가 보기도 하고. 그 당시 파생상품실에 10명이 있었어요. IMF 전후니까 외환 거래가 거의 없었죠. 트레이딩 할 것이 없었어요. 다행히 우리 은행에서는 팀을 해체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외부에서 영입한 실장님이 3개월 사이에 통화옵션만 10억달러를 거래했어요. 골드만삭스같은데서도 국민은행을 큰 손으로 알았을 겁니다. 실장님이 거래하는 것을 보면서 프로그램도 만들고 어깨 너머로 배웠죠. 그 때 낙인(Knock In), 낙아웃(Knock Out) 옵션 거래 많이 했습니다. 지금도 웬만한 비주얼베이직 프로그램을 짤 수 있어요. 프로그램 짜서 다른 사람들한테 나눠주기도했죠. 실장은 계약직이고 거래도 많이 하니까 당시 부장이 저한테 이것저것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더욱 긴장도 되고, 프로그램 만들어서 실장한테 보여주니까, 인정을 해주더라구요. -개인적으로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우리 나름의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기존 멤버들이 다 떠나갔지만 처음 팀 만들면서 회식자리에서 “우리 실무적인 책을 하나 만들자. 맥쿼리와 업무제휴하면서 겪은 일과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바이블을 하나 만들자. 그 다음 독자 시스템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그 멤버들이 지금은 다 흩어졌지만… 지금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은 위험은 적으면서 수익은 높은 상품이죠. 정말 연금술사를 원하는 거죠. 그런 요구에 부응하는 상품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시스템적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하게 리스크는 적고 수익률이 높은 상품은 불가능하죠. 시장을 전체적으로 보고 차익거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해야죠. 시스템적으로 운용되는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식, 채권, 외환을 총괄해서 어느 한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이론을 적용한 그런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시장이 항상 효율적일 수는 없거든요. 마찰이 있고 순간적으로 괴리가 생길 수 밖에 없어요. 투자형 상품으로 이런 불균형과 마찰을 이용한 차익거래 상품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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