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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 반기는 원격처방…국민 건강 명분으로 반대하는 의약계

[진격의 플랫폼, 혁신과 공정사이] ⑥의료분야
원격의료 한시적 허용…현행 의료법상 여전히 불법
감염병 위기경보 심각단계 풀리면 ‘타다 사태’ 되풀이
불법 딱지 우려 속 제한적 제도화 관측도
의협 “보조적 수단 한해야” 약사회 “전면적 반대”
원격의료협의회, 정치권에 입장 전해…정책제안서 ...
  • 등록 2021-09-22 오후 5:36:33

    수정 2021-09-22 오후 8:58:53

[이데일리 이대호 박철근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고 있는 이규환(67·남) 씨는 한 달에 한 번씩 동네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는 게 여간 번거로운 일이다. 이씨는 “2~3개월에 한 번 채혈검사를 제외하면 병원에서 문진과 약 처방만 받는데 굳이 병원을 가야 하나 싶다”며 “코로나 시국에 병원방문이 내키지 않는데 비대면 진료가 좀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여년간 의료계 반발 등으로 공공 시범사업 영역에 머물렀던 ‘원격의료 도입’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다시 불붙고 있다. 감염병 확산에 따라 비대면·비접촉이 하나의 사회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다.

정부는 이에 따라 국민의 원격의료에 대한 수요가 늘고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면서 지난해 2월 원격의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업계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원격의료의 한시적 허용 조건인 감염병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풀릴 수 있어서다. 이 경우 환자 대상의 원격의료 사업은 불법이 된다. 현행 의료법 상 원격의료는 의료인 간만 허용하기 때문이다.

‘타다’ 닮은 꼴, 불법→중단 사태 되풀이될라

현재 원격의료 시장 상황은 ‘타다(베이직)’ 중단 직전과 닮았다고도 볼 수 있다. 타다는 11인승 승합차의 임차와 운전자 알선을 결합한 서비스였다. 당시 타다는 안락한 실내공간과 승차 거부가 없는 시스템 등으로 소비자 선택을 받아 급속도로 서비스를 키웠으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승합차 알선 예외 조항을 파고든 점 때문에 합법성 논란을 마주했다. 이후 택시업계 요구에 따른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타다는 결국 불법 서비스가 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원격의료는 정부가 허가하는 등 타다와는 출발 과정이 다르지만, 현행법상 불법이 돼 같은 결과를 맞닥뜨릴 것이란 우려가 있다. 지난 7월 출범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의 장지호 공동협의회장(닥터나우 이사)은 “향후 감염병 위기경보단계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실질적인 우려다. 어떻게 할지 제도권에서 정해주면 좋겠다”라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 측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의정협의체에서 논의 중”이라며 “일반적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 허용에 대해선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의약계, 같은 듯 다른 입장


원격의료에 대해 의료계와 약사계는 원론적으로 원격의료를 반대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원칙적으로는 원격의료를 반대하면서도 보조적 수단에 한정하는 등 여지를 두며 원격의료 사안에 접근하고 있다. 박수현 의협 대변인은 “의료 관점이 아닌 산업적 육성 관점에서 접근해서 문제가 된다”며 △의료사고 발생 시 의사가 책임을 지는 현 구조 △외부 투자와 의료 장비 도입에 따른 의료비 상승 우려 등을 전제조건 해결을 언급했다.

대한약사회(약사회)는 약배달 허용에 ‘전면적 반대’라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특히 처방약 배달 스타트업(닥터나우) 등장에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약사회는 닥터나우를 약사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지만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이 나왔다.

최헌수 약사회 대외협력실장은 “한시적으로 해제된 비대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IT(정보기술)산업 자본이 영리 목적으로 국민건강을 불쏘시개로 쓴다면 위험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 번 풀리고 나면 위험하다고 해도 뒤로 물리는 것은 힘들다”면서 한시적 허용 전으로 복귀를 강조했다.

국민이 원하는데…원격의료협의회 정치권과 접촉

지난 2월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이 실시한 ‘주요 의료정책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에선 △의사간의 원격 협진(73.1%) △의사가 원격으로 검사 등의 결과를 확인 판독하는 원격 협진(71.4%)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지속 모니터링하는 원격 진료(70.4%)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 진료(66.1%) 등 대부분 항목에서 찬성률이 60%를 넘었다.

벤처기업협회는 지난 10일 관련 업계뿐 아니라 의료계 인사까지 포함한 디지털헬스케어정책위원회를 공식 출범하고 비대면 진료 활성화를 비롯한 규제개선 노력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원격의료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가는 상황이다.

현재 원격의료협의회(협의회)는 원격의료의 제도화를 위해 정치권과 접촉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익명을 전제로 협의회와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 장지호 협의회장은 “다수의 국회의원들과 원격의료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위해 접촉하고 있다”며 “이르면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에 배포할 정책제안서를 준비하고 오는 11월엔 정책 간담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챌린지 3단계 과제 관심

협의회에선 국무조정실 규제챌린지를 주목한다. 지난 6월 김부겸 국무총리는 “해외와 비교해 과도한 국내 규제가 있으면 과감히 없애겠다”며 규제챌린지 시작을 선언했다.

총 15개를 선정한 규제챌린지 1단계 검토과제에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원격조제 규제 개선 △약 배달 서비스 제한적 허용이 올랐다. 총리가 직접 챙긴다는 검토과제에 대해 원격의료 업계의 주장이 힘을 받았다.

관건은 규제챌린지의 3단계 과정에도 해당 과제가 상정되느냐다. 국무조정실은 내달 국무총리 주재의 3단계 회의를 예정하고 있지만, 아직 2단계인 국무조정실장 주재의 규제챌린지 협의회도 언제 열릴지 불투명하다.

홍재승 국무조정실 규제총괄정책관실 팀장은 “건마다 난이도와 규모 자체가 다르고 일정 부분 개선을 요구하는 얘기도 있어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향후 일정을 추진한다”고 방침을 전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협의회장을 맡은 오수환 엠디스퀘어 대표는 “한시적 허용이 제도화되지 않으면 사업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작년 2월부터 비대면 진료가 진행됐고 어려운 시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보여주고 있어 일부 제한을 가지더라도 제도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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