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리스크 관리의 주역들)현대중 조영철 차장(상)

  • 등록 2002-01-23 오후 12:12:34

    수정 2002-01-23 오후 12:12:34

[edaily] 이번주 "환리스크 관리의 주역들"의 주인공은 현대중공업 조영철 자금팀 차장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엔진기계·플랜트·건설장비 등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를 영위하는 대표적 "굴뚝" 기업. 최근 조선업 경기악화에도 불구하고 1983년부터 19년째 선박 건조량 기준 세계 1위의 조선업체 자리를 지키고있다. 조영철 차장은 지난 95년 벨기에 현지법인 재직시절부터 국제금융업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당시 안 다뤄본 유럽통화가 없다"며 "시시각각 급변하고 있는 국제금융시장의 한가운데에서 외환업무의 중요성에 눈뜨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연간 20억달러 가량의 대규모 롱(달러매수초과) 포지션이 발생하는 수출업체다. 높은 가격에 달러를 파는 것이 제일이지만 조 차장은 "매일 고점에서 팔겠다는 욕심을 부리지않는 것이 업무성공의 첫째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머리가 아닌 어깨에서 팔 수 있는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한다는 그를 만나 외환관리 철학을 들어봤다. (약력은 기사하단 참조) -몇 학번이세요. ▲재수 후 81년에 고려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졸업 직전 현대그룹 공채로 88년에 입사했습니다. -현대중공업을 택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제 고향이 부산인데 87년에 부친상을 당했습니다. 장남이라서 집안을 지켜야한다는 생각에 서울에 있는 직장은 택하지않겠다고 결심했어요. 본사가 부산 가까이 있는데로 택하려니까 계열사 중 현대중공업 본사가 울산에 있더군요. 재미있는 점은 입사직후부터 재정부에서만 몸담았기 때문에 줄곧 서울에서 근무했다는 겁니다. (웃음) -벨기에 현지법인에서서 4년 이상을 근무하셨군요. ▲네. 그 때 경험이 지금 업무에 상당한 도움이 됐습니다. 제가 95년부터 99년까지 근무했는데 당시 다른 회사들은 외환위기를 맞아 한창 현지법인 철수하니 뭐니 난리도 아니었죠. 저희 공장이 벨기에에 있어서 철수는 못했지만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폭풍을 헤쳐나간 분들보다는 덜 어려웠겠지만 말입니다. -벨기에에 어떤 공장이 있습니까. ▲중장비 현지법인이 그 곳에 있습니다. 판매담당으로 부임했기 때문에 물건을 내다파는 일이 곧 국제금융업무가 된 셈이죠. -현대중공업 전체 자본수지 구조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연간매출이 7조4000억원 정도입니다. 이중 수출이 80% 가량 됩니다. 외화의 경우 달러베이스로 들어오는 판매대금이 45억달러인 반면 지출과 차입금이 각각 20억달러, 6억달러 정도가 있습니다. 연간 20억달러 내외의 달러초과 상태죠. 사업대상은 전 세계에 흩어져있지만 기타통화는 거의 없습니다. 유로화가 1억달러 정도 롱이고 엔은 수입이 많아서 모자라는 쪽입니다. 자동차 쪽과는 달리 미주지역 외의 수출도 모두 대금은 달러로 들어옵니다. 구조상 꾸준히 처분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시의적절하게 잘 파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달러를 비싸게팔아야 하니까 원화가 약세일 때 회사로선 좋죠. -시점을 노렸다가 한꺼번에 많이 파는 건가요, 조금씩 꾸준히 처분합니까. ▲파는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니까 시장상황을 따라가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프로그램식으로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얼마를 판다는 식으로 운용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실제 들어오는 돈, 나가는 돈에 관한 큰 계획은 이미 수립된 상태니까 그 안에서 당시 시장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합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처분시기를 늦추고 좀 남겨뒀는데 연말에 원화환율이 급등하는 바람에 이익을 많이 남겼습니다. 저희야 매매하는 방향이 일방적이니까 보유 달러규모에 비해 파생상품을 자주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계약당시 실질환율을 적용하는 예가 드물어서요. -전체 자금계획은 언제 수립합니까. ▲연초에 세우는 데 기본은 매칭으로 최대한 커버하는 겁니다. 그 후 원화자금 부분과 맞출 건 맞추고 올해 원화가 약세로 갈 건지, 강세로 갈 건지 큰 방향도 결정하죠. 실무담당자와 윗선의 생각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나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고요. -국제금융팀 보고체계는 어떻게 되나요. ▲재정부라는 부서 안에 관리팀, 수출프로젝트 금융을 담당하는 수출금융팀, 원화 집행을 관리하는 재무팀, 국제금융팀이 있습니다. 이 모든 팀을 총괄하시는 분이 재정부장이시고 그 위에 상무, 부사장이신 CFO가 계십니다. 딜링도 관리업무도 마찬가지로 여러 사람이 협의해서 결정합니다. 크로스체크 없이 한 사람이 다하면 분명 사고가 납니다. -직접 딜링을 하십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시나요. ▲요즘은 IR업무도 겸하고있어서 못합니다. 전략을 짤 때야 항상 동참하지만. 매도시기를 실무자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는 없기때문에 항상 시장은 지켜봅니다. IR의 경우 한 경제신문에서 IR사이트 IT업계를 제치고 2위도 차지했습니다. 상장한 지 얼마 안 돼서 소홀히 할 수가 없어요. 그 외 자금조달 업무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직 국제시장에서 채권발행은 안 했는데 지난해 전단계로 1억달러 변동금리부사채를 발행했습니다. 원화를 외화로 바꾸는 작업을 통해 특별한 자금수요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올해도 할 계획입니다. -일별, 월별 거래한도는. ▲관련업무 담당자들이 협의해서 매일 정합니다. 아침 모닝미팅 때 자금계획을 세우니까요. "어느 선에서 털고 규모는 얼마"라는 것을 정합니다. 환율은 점쟁이도 못 맞추니까 "내일 좀더 오를텐데 기다렸다 내일 팔아야지"라고 고집하지는 않아요. -결과가 나쁠 때는 어떻게 대처합니까. ▲사람이 하는 거니까 항상 변수가 있고 어느 은행에 팔 것인가, 얼마나 팔 것인가, 의사결정을 할 때는 그 순간에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쪽으로 행동하면 되는거에요. 그 다음 결과를 갖고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죠. 외환위기 후 각 회사마다 환차손에 굉장히 민감해져서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미 제 손을 떠나간 결과를 가지고 고민하기보다는 앞으로 더 잘하는데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그 때 잘못했더라도 향후 비슷한 상황이 분명히 또 닥치거든요. 그걸 기억하고 다음에 잘 대처해야죠. 그래야 실무자는 물론 윗선도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습니다. 결과에 연연해서 어떻게 딜을 하겠습니까. 윗분들이 항상 옳은것도 아니고.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훨씬 중요합니다. -거래은행을 고르는 기준이 있습니까. ▲저는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다고 여기는 사람입니다. 저희야 무조건 팔면 되니까 외환업무보다 다른 라인에서 기여도가 큰 은행을 택합니다. 사실 은행들이 내거는 조건에 큰 차이도 없고요. 이종통화는 외국계 은행이 더 낫지만 이종통화 거래규모가 작으니까 크게 제약은 받지않죠. -사용하는 상품은. ▲선물환이 대부분이고 가끔 레인지포워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은행에서 많이 찾아오는데 자주 사용하지는 않아요. -성과측정은 어떻게. ▲실적만 가지고 평가하는 시스템은 아닙니다. 재정팀 인원이 50명이 넘는데 이 사람들이 다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 아니겠어요. 개인별 고과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각기 다른 역할을 맡아서 팀의 수익창출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겠죠. -최근 달러/엔 환율이 연일 고점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업무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있습니까. ▲엔 포지션이 작으니까 환리스크 차원에서는 큰 타격은 아닌데..영업 쪽에서 영향이 커요. 얼마전까지도 엔/원 환율이 10원 이상이었는데 지금 9원대니까 문제가 있죠. 물론 우리도 그렇고 일본사람들도 지금 현재 시장환율을 가격에 그대로 적용시키지 못합니다. 그러나 엔 추가약세 전망이 강하고 그렇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원화도 동반 약세로 갈 경우 회사전체 수지개선에는 오히려 도움이죠. 조선은 계약기간이 길기때문에 단기 환율급변동에 대한 민감도는 작은 편입니다. 산업사이클이 짧을수록 큰 타격을 받습니다. -하반기 경기회복 후 원 강세 전망이 많은데..특별한 대비를 하고 있습니까. ▲그런 전망이 많지만 현재로선 좀 지켜보고 있습니다. 당분간 원이 약세기조로 갈 것 같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죠. 경기회복이라지만 경기는 여러가지 변수에 영향을 받잖아요. 현대투신, 하이닉스 문제만 해도 그렇고 경기회복을 완전히 단언할 수도 없는 상태고...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 강세를 생각하고 지금 시점에서 헤지를 거는 건 위험부담이 큽니다. 저희 운용계획이 "좀 덜 먹더라도 신중하게 가자"는 쪽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발빠른 대처는 지양하고 있습니다. 올해 차입금이 3조7000억원인데 이중 외화가 6억달러입니다. 원 약세로 예상하니까 원화를 외화로 돌리는 것도 고려중입니다.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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