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의 FX칼럼)데칼꼬마니의 완성을 향하여

  • 등록 2002-05-08 오후 1:22:03

    수정 2002-05-08 오후 1:22:03

[이진우 칼럼니스트] 뜬금 없이 갑자기 웬 데칼꼬마니(decalcomany) 타령일까요? 초등학교 시절 도화지를 반 접어 한쪽 면에 물감을 칠한 뒤 접었다 폈을 때 나비 같은 대칭형의 그림이 나오던 것을 보고 신기해 하던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달러/원 환율의 하루하루 움직임을 나타내는 Daily chart를 들여다 보면서 이 재미있는 용어가 머리 속을 맴돕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도 꽤 높아 보입니다. ◆ 너무나 대칭적인 환율 움직임 (USD/KRW Daily Chart) (차트 인용 : Infomax) 위 차트는 5월 7일(화요일)까지의 환율 움직임을 옮겨놓고 있다. 추세를 거스르는 자들은 돈으로 때우든지 필자처럼 크게 망신을 당하든지 해야 했던 무서운 시기가 두 번에 걸쳐 관찰된다. 일단 차트를 일견하고 나면 데칼꼬마니의 의미는 확연해진다. 지난 해 11월 27일 기록한 1261.90원의 저점에서부터 12월 28일 1334원을 찍기까지의 달러 급등장세……금년 4월 12일의 종가인 1332원에서부터 지금까지의 환율 급락세…… 이는 위 차트에서 검은 수직선이 지나고 있는 2월 27일을 도화지의 중간이라 생각할 때 펼쳐지는 데칼코마니이다. 정확한 대칭이 이루어지려면 1270원대를 건드린 뒤 짧은 조정을 거치다가 5월말쯤 1262원 언저리로 가면 그야말로 ‘누가 만든 그림’이라고 할 수도 있다. 어차피 오늘은 제목에서부터 1262원을 중기적 타겟으로 잡았으니 만큼 이런저런 소리 생략하고 그러한 그림이 나올 수 있는 배경만을 추려서 살펴보도록 한다. ◆ 지금은 이른바 “최대한의 롱은 스퀘어”가 맞는 장 첫째, 지금은 원화의 강세가 아니라 미 달러화의 약세가 진행중이다. 위 표는 지난 수년간 최고 비싼 통화로서의 지위에 흔들림이 없었던 미국 달러화의 위상이 최근 들어 급격히 추락하고 있음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제외환시장의 나침반 역할을 담당하는 스위스 프랑화의 급격한 약진이나 유로화의 회복세가 괄목할 만하지만 그 어느 구석도 잘 돌아가는 데가 없다고 알려져 있고 최근에는 미국의 신용평가회사들로부터 국가신용등급의 하향조정이라는 수모를 당하고 있는 일본 엔화마저 달러대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더욱 눈길을 끈다. 예전 같으면 긴장하는 시늉이라도 하던 구로다 재무관의 “엔화가 지금 강세를 보일 이유가 없어.”하는 식의 구두개입성 발언에도 시장은 그렇다면 한 판 붙어보자는 기세이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일찌감치 부시 행정부가 천명하는 “강한 달러(Strong Dollar) 정책 지지”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 왔었다. 얼마 전 관심을 끌었던 폴 오닐 미 재무장관의 상원 증언에서 정책포기라는 명시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시장은 이미 미국 행정부의 달러에 대한 입장이 변화했다고 보고 있다. 오닐 재무장관의 입장에서야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이 맞았소. 우린 더 이상 강한 달러 원치 않소.”했다가는 하루 저녁에라도 120엔을 갈 수 있는 것이 시장인 만큼 어영부영 그렇게 넘어갈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해줘야 한다. 1985년의 플라자 합의처럼 여러 국가가 모여 대놓고 달러가치를 떨어뜨리자고 의견을 수렴한 것은 아니지만 국제외환시장에서의 최근 환율 움직임은 시장이 이미 그러한 물밑 동향을 감지하고 알아서 각자 제 살 길을 찾아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 경계감을 늦춰서는 안될 변수라면 일본의 시장개입 가능성이다. 환율은 한 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거시 변수인데, 어떻게 보면 미국과 일본이 지금은 환율 부문에 있어서 만큼은 합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공조개입(Joint intervention)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열 받은 일본이 한 두 번 객기를 부릴 가능성은 없지 않다. 화요일 장 마감 무렵만 하더라도 BOJ의 포지션 체크설이 돌며 달러/엔 환율이 급반등하였고 그에 따라 서울의 달러/원 환율도 낙폭을 급격히 줄이며 마감한 점은 실제 일본의 시장개입이 이루어질 경우의 여파는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둘째, 주변 여건이 지금과 같이 이어진다면 정부도 환율의 추가하락에 그다지 불편해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2년간의 서울 외환시장에서 벌어진 일들에 익숙한 사람들로서는 이번 환율 급락장에서 외환당국이 조용했었다는 사실에 다소 놀라며 거기에서 어떤 시그널을 찾아 내고자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다수의 시장참여자들은 그 시그널이 “세계적인 달러하락 추세 가운데에 이루어지는 원화절상이야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오히려 금리를 팍팍 올리기도 뭣한 상황에서 환율이 적당히 떨어져 물가상승 압력을 줄일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일로 보인다.”로 압축된다는 것이고, 따라서 달러/엔을 비롯한 주요통화들이 미 달러 대비 강세를 이어간다면 편안하게 “숏”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을 내심 준비 중이다. 셋째, 수급을 살펴봐도 환율은 하락추세로 접어들며 제 자리(?)를 찾아가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수치로 나타나는 것들을 살펴보면 지난 1사분기 동안 무역수지는 21억달러의 흑자를 나타내고 있다. 그다지 큰 폭의 흑자규모라고는 할 수 없으나 수출이 점차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무역수지상의 환율상승 요인은 아직 한국에서는 거리가 먼 얘기다. 산업자원부에서 지난 7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작년 침체를 면치 못했던 외국인의 국내직접투자가 올 들어 넉 달 연속 두 자릿수의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금년 4월까지의 FDI(Foreign Direct Investment) 유입액은 작년 동기보다 43.6% 증가한 27억 4800만 달러). 4월말 기준으로 살폈을 때 1076억 5500만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3월 대비 15억 6,300만 달러 증가, 세계 5위 수준), 증가세로 돌아서며 3월말 대비로는 2억2000만 달러, 4월15일 대비로는 6억5000만 달러 늘어난 거주자 외화예금(환율 급락에 당황하기만 했지 막상 보유달러 처분에 적극적으로 나선 업체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그리고 바깥에서 달러가 들어오기 마련인 6월의 월드컵 행사 등을 고려할 때 달러를 사야 할 세력보다는 팔아야 할 세력들이 더 많음은 자명하다. 변수라면 최근 열흘 동안 1조 3000억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동향인데, 이 또한 역설적으로는 팔 만큼 판 외국인들이 다시 증시로 돌아 온다면 추가적인 달러공급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오늘은 1285원을 넘느냐 마느냐 하는데 1262원이라니? 필자가 쓰고 있는 이 글은 데일리 시황이 아니라 지나간 한 주간의 환율 흐름을 정리하고 다가올 한 주간의 환율을 나름대로 전망해 보고 시장의 이슈를 살피는 칼럼이다. 오늘은 당연히(?) 환율이 오르는 날이다. 지난 이틀간에 걸친 외국인들의 5천억원에 달하는 주식 순매도에서 역송금 수요가 나올 것이고 밤 사이에 달러/엔 환율이 126엔대에서 128엔대로 올라섰고 역외선물환 시장에서도 달러/원 1개월물이 강세를 보였으니 1276원대까지 건드려 본 환율이 반등 조정장세를 거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필자도 매일 아침 올리는 시황에서는 오늘 환율의 상승세를 전망하면서 종가가 1284원 위에서 유지되며 끝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데칼코마니의 완성을 기대하는 중기적인 뷰를 유지하며 향후 며칠간은 환율 반등의 폭이 얼마나 될 것인지, 129엔이나 130엔 등 촘촘하게 저항선이 걸쳐있는 달러/엔이 어디에서 약세를 재개할 것인지를 살피며 다시 달러를 팔아야 할 레벨과 시점을 조율하기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1280원 아래는 참 지긋지긋한 레벨이다. 작년에 그 아래를 노리던 숏플레이어들이 얼마나 다쳤으며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던가? 서두에 올린 차트에서 정말 데칼꼬마니 형태의 환율 움직임이 펼쳐진다면 1262원의 전 저점을 찍기까지에도 얼마간의 혼조장세는 각오해야 한다. 그 이하의 환율(일각에서 제기되기 시작하는 1240원이나 1220원 같은 레벨)에 가느냐 마느냐는 일단 그 근처까지 도착한 다음에 살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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