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투자계획안 어떻게 바뀔까?

3가지 시나리오 거론
구리 공정 조정, 이천 외지역 투자, 투자시기 조정
  • 등록 2007-01-12 오후 2:19:28

    수정 2007-01-12 오후 2:19:28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이천 공장 증설 문제로 최근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하이닉스반도체(000660)가 당초 정부에 제출한 투자계획을 바꿔 다시 제출키로 했다. 이에 따라 증설 허용 여부에 대한 정부 결론도 늦춰지게 됐다.
 
그러나 변경될 투자계획서에 대해 정부와 하이닉스 모두 함구하고 있어 조만간 하이닉스가 내놓을 새로운 카드가 어떤 내용일지, 이에 대해 정부가 수용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능성으로만 보면 하이닉스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3가지. ▲ 구리를 사용하는 공정을 기술적으로 조정하거나 ▲ 이천 이외 다른 지역에 투자하거나 ▲ 투자 시기를 조정하는 것 등이다.
 
◆ 시나리오1: 구리공정 또는 방류시스템 조정
 
우선, 하이닉스가 이천공장 증설 방침을 유지하되 구리를 사용하는 공정을 바꾸거나 방류시스템을 개선해 상수원 보호라는 환경규제를 피해갈 가능성이 있다.
 
하이닉스는 그동안 알루미늄 배선으로 회로를 구성, 이같은 환경규제에 저촉되지 않았고 자연보존지역에서의 공장 증설 제한만 받았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반도체 회로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50나노 이하에서는 알루미늄 배선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전자의 전도율이 더 높은 구리 배선을 사용하려는 것.
 
구리는 현재 유해 중금속으로 분류돼 있고 특히 먹는 물의 근원지인 상수원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물질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환경부가 수질환경보전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
 
정부 태스크포스팀장을 맡고 있는 이재훈 산업자원부 산업정책본부장은 "이천지역이 수도권 2300만명의 상수원이라 수질 보호에 문제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는 태스크포스내에서 형성돼 있었다"고 못박았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 역시 "백금 등 다른 전도율 높은 재료도 있지만 비용 부담이 너무 커 현재로서는 구리가 최선"이라며 구리 배선공정  자체를 바꿀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동부일렉트로닉스(옛 동부아남반도체)의 충북 음성공장과 같이 구리 배출기준을 엄격하게 한 무방류시스템 등을 설치하는 것인데, 이렇게 한다고 해서 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동부의 음성공장은 성장관리구역이기 때문에 수도권정비법에 따라 허가가 가능했지만, 하이닉스의 경우 자연보존구역으로 과거 한 차례도 공장 증설이 허용된 적이 없기 때문. 허용할 경우 인근 주민들이나 환경단체 등의 반발도 거셀 수 밖에 없다.
 
◆ 시나리오2: 이천이외 지역으로의 이전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작년말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환경정책기본법과 수질환경보전법 등 법안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회로 개정안을 가져가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걱정스럽다"며 "청주로 투자지역을 선택하면 연내에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하이닉스와 산자부와 접촉한 열린우리당 한 인사는 "정부가 이천에 증설을 허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고 하이닉스는 청주를 비롯한 몇 군데를 대체지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럴 경우에도 하이닉스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청주로 가느냐, 중국으로 가느냐, 아니면  국내 제3의 지역으로 가느냐를 놓고 선택해야 한다.
 
청주의 경우 해당 지자체에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며 구애를 보이고 있는데다 수도권 규제 등 증설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장애물도 없어 시급한 투자를 위해 최적지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청주시는 현재 하이닉스가 증설투자를 할 경우 법정 관리되고 있는 청주산업단지내 모 기업 부지를 매입해 싼 값에 장기 제공하고 청주사업장 인근부지도 추가 지원하며 2010년까지 제2 산업단지를 만들어 `하이닉스 타운`으로 조성한다는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기존 인프라로 인해 비용절감이 가능하고 집적 효과가 더 큰 이천공장을 선호하고 있는 만큼  이 정도의 인센티브에 입지를 바꿀지는 미지수다.
 
중국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이 역시 가능성은 높지 않다.
 
우의제 하이닉스 사장이 직접 지난해 10월 "적기 투자가 불가능한 제3의 신규 산업단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며 해외 생산기지 설립은 국내 신규 투자와 별개로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회사측에서 확인해주진 않고 있지만, 하이닉스가 환경 규제만이라도 피할 수 있거나 환경과 수도권 규제를 모두 피할 수 있는 이천 인근지역을 물색할 가능성이 그나마 커 보인다.
 
이와 관련해 산자부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이천과 같이 환경 규제가 없는  다른 수도권 지역을 대체지로 정하더라도 수도권 규제 차원에서 승인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내에서는 어느 곳이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 시나리오3: 투자시기 조정
 
하이닉스는 정부에 제출한 당초 투자계획서에서 현 이천공장을 추가로 25만㎡ 증설하고 이를 위해 올 1분기와 3분기, 오는 2009년 등 세 차례로 나눠 단계적으로 총 13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올 1분기와 3분기에는 2조5000억원씩만 투자할 예정이고 나머지 8조5000억원을 2009년까지 나눠 투자하겠다는 일정을 세워놓고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하이닉스가 이천이 아닌 어느 지역이건 간에 올 1분기에 당장 시급한 투자분 정도만 투자한 뒤 나머지는 현 정권이 바뀐 이후로 미뤄둘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물론 차기 정권에서 현행 수도권 규제와 환경 규제를 얼마나 전향적으로 재검토할지 자신할 순 없지만, 그 시기에 가서 추가로 베팅해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실제 하이닉스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는 지역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이천과 청주 등 가장 유력한 후보지들이 경쟁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양측 모두 이런 경쟁이 적어도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내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한 곳에 투자를 집중해 효과를 극대화하는데는 문제가 있는 만큼 하이닉스가 정치적인 계산을 할지는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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