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경영권방어 카드 어떤게 있나

`누구 백기사 없소`..우호세력 찾기 안간힘
ESOP도 유력한 수단..가능한 수단 총동원할 듯
  • 등록 2006-02-10 오후 2:40:52

    수정 2006-02-10 오후 4:09:11

[이데일리 조진형기자] 주인 없는 KT&G(033780)의 경영권 방어수단은 무엇일까.

세계적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요구를 정면으로 뿌리쳤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경영권 분쟁 장기화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지난9일 KT&G는 긴급 기업설명회에서 여기저기서 파고드는 경영권 위협에 애써 태연한 척했다. 그동안 주주중시 경영을 해왔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 때문에 외국인 지분율이 60%대에 달하지만 기존 주주들이 KT&G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내심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경영권 방어 자문계약을 서둘러 맺은 것은 이 맥락이다. 

◇ 문제는 주총 이후..경영권 대책마련 시급 

KT&G가 큰 돈을 들여가며 외부에 구조 요청(SOS)를 부탁해야하는 처지까지 몰린 이유는 아이러니컬하다. 잘 분산된 기업지배구조가 거꾸로 칼이 되어 목을 겨누고 있는 격이다.

실상 KT&G는 민영화 이후 정부 관련 지분이 계속 매각되면서 기업은행 5.85%, 우리사주조합 5.75% 이외에 뚜렷한 우호지분이 없다. 

지분 7.14%를 보유한 프랭클린뮤추얼조차도 우호지분인지 아닌지 분간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칸측은 현재 지분 6.59%를 보유하고 있다.

오는 3월 주총은 지난 12월말 주주현황을 기준으로 표대결이 벌어진다. 아이칸측이 집중투표제로 표대결을 벌이면 사외이사 1~2 자리 정도 내주는 정도로 주총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이후다.

매우 취약한 지분구조를 보이고 있는 KT&G는 최대한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책마련에 서두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가가 만약 추가로 더 오른다면 방어가 더 힘들어진다. 

이미 다양한 가능성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초점은 KT&G가 보유한 자사주로 맞춰지고 있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9.58%를 넘기는 것이 가장 손쉬운 경영권 방어수단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이 자사주를 어떤 형태로 누구한테 넘기느냐에 달렸다.

◇ 기업은행 등 백기사 영입에 관심..자사주 8000억원 수준 부담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자사주를 인수할 수 있는 백기사 영입이다. 경영권 위협을 벗어나기 위해 SK는 삼성전자와 팬택앤큐리텔을, 대한해운은 포스코와 대우조선해양를 각각 백기사로 끌어들인 바 있다.

우선 기업은행이 유력하다. KT&G의 지분 5.85%를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 기업은행은 KT&G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강권석 기업은행 행장은 "아직 KT&G측의 백기사 요구가 없었지만 공기업으로서 역할이나 필요한 일이 있다면 최대한 협조를 하겠다"면서 백기사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다만 추가적인 지분 매입은 철저한 검토를 할 부분이고, 백기사로 나선다면 어느 정도 선이 적정한 지도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KT&G와 사업관련이 있는 협력사와 관계사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SK와 대한해운의 경우에도 대부분 사업협력 관계회사에서 백기사로 나서줬다. 다만 자회사나 계열사는 자사주를 넘기더라도 의결권이 제한된다.

문제는 백기사 영입으로 자사주를 모두 넘기기에는 자사주 물량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전일 KT&G의 시가총액 기준(8조8044억원)으로 자사주 9.58%의 가격은 8000억원을 넘어선다.

과거 백기사로 나섰던 최대 규모가 삼성전자의 2500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백기사로서 KT&G의 자사주 물량을 다 소화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 ESOP 도입 유력..부인 불구 자사주 교환 가능성 남아  

따라서 백기사 영입과 더불어 다른 방법을 동시에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직원들의 우리사주 취득을 지원하는 신우리사주조합제도(이솝, ESOP)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KT&G의 가장 유력한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이솝 도입이 유력해 보인다"면서 "우리사주가 회사가 출연하는 자금을 받아 주식을 인수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검토될 수 있고,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솝이란 기업이 각종 정책적 지원을 제공해 근로자로 하여금 회사 주식을 취득하게 하는 우리사주제도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도입되기도 한다. 과거 현대상선이 경영권 안정화를 위해 도입한 바 있다.

KT&G는 이미 우리사주조합이 5.75%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기회에 종업원지주회사 형태로 나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대기업간 자사주 교환도 설득력 있는 방법으로 제기되고 있다. KT&G는 이날 "포스코와 자사주 교환을 통한 경영권 방어를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그럼에도 상호 이해관계에 따라 대기업간 자사주 교환은 그 절차도 가장 간편하면서도 부담이 덜한 방법이여서 가능성이 남아 있다.

SK와 KT&G의 잇따른 경영권 위협을 지켜보면서 내심 위기의식을 느끼는 대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삼성전자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 포스코는 경영권 안정을 위해 SK텔레콤와 자사주 교환을 한 전력이 있다. 삼성전자도 지속적으로 인수합병(M&A) 위협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돼 왔다.

이외에도 국내외 투자자들이나 사모투자펀드(PEF) 등을 대상으로 자사주를 장외에서 매각하는 것도 방법이다.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그러나 소수가 아닌 다수에게 자사주를 넘길 경우에는 의결권 관리차원에서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급해진 KT&G로서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이 때문에 동원 가능한 수단은 총동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쓰든 방어에 따른 내외적 출혈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적대적 M&A로 악명높은 아이칸측의 창을 KT&G가 어떤 방패로 막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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