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정희태 삼성테크윈 기감(52 사진)을 선정했다. 정희태 기감은 삼성입사시험을 치르느라 하마터면 결혼도 못할뻔한 한 남자다.
이 같은 28년간의 한결같은 열정으로
그는 중학교 때 만화책방에서 우연히 본 흑백 TV 속 국제기능올림픽 대회 금메달리스트들의 퍼레이드를 보고 기능인에 대한 꿈을 키웠다.
"당시 어느 누구도 제게 기술을 배우라고 하지 않았어요. 제가 결정했지요.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있어 만들기를 좋아했고 공작만 하면 무조건 1등이었으니까 자신이 있었습니다"
공부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한 그는 기능을 배워 금메달을 따고 싶은 욕심이 들어 중학교 졸업 직후인 1974년, LG전자(전 금성사)에 입사했다.
기대했던 만큼 상실감이 너무나 컸고 한때는 모든 걸 포기했었다고 한다.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그는 문득 꿈도 계획도 목적도 없이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정신을 차렸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없는 진주로 거처를 옮겨 늦은 나이에 공고에 진학했죠"
그는 국산 전투기와 우리별 2호의 핵심부품을 제작해 납품했고 고도의 정밀도를 요하는 사격통제장비 조준경과 투시경 국산화에도 이바지해왔다.
신기술을 활용한 휴대전화 외장재도 개발했다. 국가 방위력 증강과 항공산업 발전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은 그는 2001년, 생산기계부문 최연소 명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희태 기감은 입사 초기 무려 3차례나 사내 `제안왕`으로 뽑히기도 했다. 특히 후배양성에도 힘을 쏟아 97년 스위스 샹갈렌 대회와 99년 캐나다 몬트리올 대회, 2001년 서울 대회 등 그가 지도한 역대 국제기능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3명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정작 저는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지만 제 가슴속에는 후배들이 대신 따다 준 금메달이 3개나 있습니다. 제가 했던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미흡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을 후배들에게 상세히 일러준 게 도움이 됐다고들 하네요"
퇴직을 3년여 앞둔 그는 낙후된 중소기업을 찾아 지금까지 현장실무 30년 경험을 풀어놓는 일을 구상 중이다. 최근에는 후배들에게 주려고 `현장 노하우 기술백서`도 정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