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여의도 정가에는 또다른 화약고가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펼쳐지는 ‘게임의 룰’ 전쟁이다. 공천룰은 국회의원 개개인의 생사가 달린 문제다. 예산정국 ‘쩐의 전쟁’도 중요하지만 총선 선거구 ‘룰의 전쟁’ 역시 그 이상 주목받는 이유다.
여야 원내지도부, 예산·입법 정국 정상화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김정훈 정책위의장·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최재천 정책위의장·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3+3’ 회동을 하고, 오는 9일부터 국회 예산결산특위와 각 상임위를 정상 가동하기로 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본회의 등 정기국회 일정 전반은 합의하지 못했지만 정상화 의지는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여당이 원하는 경제활성화 법안과 야당이 원하는 경제민주화 법안 등 경제 관련법안들을 테이블에 놓고 ‘빅딜’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렇다고 추후 여야 관계가 마냥 밝은 건 아니다. 여야가 내세우는 입법 방향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날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것도 새정치연합이 제안한 누리과정(만 3~5세 무상 보육·교육) 예산의 정부 편성과 전·월세상한제 도입 등에서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여야 관계자는 전했다.
예산안 심사 역시 마찬가지다. 누리과정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예산정국 내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꼽힌다.
이번주부터 있을 예산정국의 ‘꽃’인 예산안심사소위원회 역시 신경전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이 소위는 새해 예산안의 감액을 주로 다룬다. 새마을운동사업 예산과 나라사랑정신 계승발전사업 예산 등이 특히 정치적으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전투기사업(KF-X) 예산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내년 총선 ‘게임의 룰’ 신경전 불가피할듯
다만 올해는 연말 예산·입법 신경전 외에 더 큰 변수가 또 있다. 총선을 앞둔 게임의 룰이다. 이는 정치인들의 밥그릇이 달린 것이어서 진흙탕 씨움도 불가피하다.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원외 정치인은 “결국 현역 국회의원들만 절대 유리한 구도로 가고 있다”고 했다.
추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선거구 획정위 측은 “10일까지 국회에서 기준을 알려줘야 선거구를 획정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여야가 9~10일 이틀 사이 극적으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 등을 합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 큰 뇌관은 여권 내 계파간 공천룰 전쟁이다. 새누리당은 현재 공천룰 특별기구 위원장을 논의만 하다가 국정교과서 논란 이후 멈춘 상태다. 여권 관계자는 “국정화 방침이 일단락됐으니 이젠 공천룰을 논의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공천룰 논의는 또 여권 내 친박계(친박근혜계)와 김무성계의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특별기구 위원장 인선부터 김 대표 측은 황진하 사무총장을 거론하지만 친박계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인선에 잡음이 일면 기구 자체가 삐거덕거릴 건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