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인 뉴욕)또 `고독한 엄마 영웅`

  • 등록 2005-09-27 오후 1:49:58

    수정 2005-09-27 오후 1:49:58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영화의 질이나 장르에 관계없이 자신의 이름만으로 보는 관객들을 불러모으는 배우들이 있다. 기자에게는 조디 포스터가 그런 배우들 중 한 명이다.

조디 포스터가 한참 활동하던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그의 영화를 소개하는 기사의 첫 문구는 모두 똑같았다. "예일대 출신의 지성파 여배우 조디 포스터" "아카데미 주연상을 2번이나 탄 조디 포스터"

없는 얘기를 지어낸 것도 아니고 실제 그가 맡은 역할이 대부분 인텔리 여성 캐릭터긴 했지만 참으로 지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간판`을 따지기 좋아하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세계 어디든 마찬가지구나 싶기도 하고, 배우가 연기만 잘하면 됐지 학벌이 무슨 상관이랴 하는 느낌도 들었다. 조디 포스터를 좋아하는 관객으로써 그의 연기력이 괜히 저런 문구에 묻히는 건 아닌가 염려까지 생길 정도였다.

하긴 그건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11일 뉴욕타임즈에는 미국 여배우들의 명문대학 진학 붐을 소개하는 기사가 실렸다.

나탈리 포트만(하버드), 클레어 데인즈(예일), 리즈 위더스푼(스탠포드), 줄리아 스타일즈-아만다 피트-케이티 홈즈-안나 파킨(컬럼비아) 등 아이비리그 출신들의 젊은 여배우들의 명단을 죽 늘어놓고 그 시발이 조디 포스터와 브룩 실즈라고 쓴 기사였다.

소위 명문대 출신 여배우의 시발이라는 그 조디 포스터가 돌아왔다. 2002년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큰 성공을 거둔 `패닉 룸` 이후 3년 만의 컴백작 `플라이트 플랜(flight plan)`을 들고서. `플라이트 플랜`은 지난 주말(23~25일) 사흘동안 총 2460만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려 당당히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 영화의 얼개는 `패닉 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디 포스터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헌신적인 엄마의 역할을 또 연기한다. 비행기 설계를 하는 엔지니어 카일(조디 포스터)은 남편과 막 사별한 과부다. 남편의 시신을 담은 관을 실은 여객기에 6살난 딸 줄리아를 데리고 탄 카일은 비행기 안에서 깜빡 잠든 사이 딸이 감쪽같이 사라지자 필사적인 수색 작업을 벌인다. 기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은 마지못해 응하지만 카일의 정신 상태를 의심한다. 줄리아의 탑승 기록도 없고, 탔다는 것을 봤다는 증인도 없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어떻게든 딸을 찾아내려는 카일의 싸움이 긴장감있게 펼쳐진다.

영화 내용보다 더 강하게 다가오는 점은 "왜 조디 포스터는 엄마 역할만 할까. 그것도 꼭 부성성이 제거된 가족의 엄마 역할만" 이란 생각이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거나(패닉 룸), 사별하거나(플라이트 플랜). 안 그러려고 해도 영화의 내용이 조디 포스터의 실제 사생활과 겹쳐지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잘 알려진대로 조디 포스터는 미혼인 채로 두 아들을 낳았지만 아버지가 누구인지, 어떤 식으로 아기를 가지게 됐는지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조디 포스터가 우수한 정자를 골라 인공 수정으로 임신했으며 그가 동성애자라는 설이 아직도 왕왕하다.

본인이 일부러 그런 역할만을 고르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1962년생이니 아직 40대 초반. 조디 포스터 정도면 얼마든지 다른 배역들도 많이 맡을 수 있을텐데 왜 자꾸 엄마 역할만 하는 걸까. 그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미셸 파이퍼는 아직 멜로 영화의 여주인공을 하는데 말이다. 배우로 쌓은 커리어의 색깔이 워낙 다르긴 하지만 멕 라이언도 조디 포스터보다 한 살이 더 많다.

엄마 역할을 한다해도 고독한 영웅의 엄마 역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첫 감독작인 1991년 `꼬마천재 테이트`를 참 좋아한다. `꼬마천재 테이트`는 웨이트리스 등을 전전하며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젊은 엄마 디디가 영재 중의 영재인 7살 아들 프레드를 키우면서 겪는 일을 잔잔하게 그렸다. 다른 사람도 아닌 조디 포스터가 껌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속어를 뱉어대는 무식한 젊은 엄마를 연기한다는 것이 묘한 통쾌감을 주는 영화다.

조디 포스터가 나온 멜로 영화는 흥행과 비평 모두 크게 성공하진 못했다. 리차드 기어와 공연한 `써머스비`, 멜 깁슨과 공연한 `매버릭`, 주윤발과 공연한 `안나 앤 더 킹` 등은 범작에 불과했다. 그나마 매버릭은 서부극이어서 정통 멜로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그래도 그 영화들에서 조디 포스터 참 예뻤다. 이제는 `엄마`가 아닌 `여자` 냄새가 물씬 나는 역할을 맡는 조디 포스터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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