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하락 틈타 일제히 `경제개혁` 제동?

경제위기론 부풀리는 조중동
  • 등록 2004-05-12 오전 11:51:45

    수정 2004-05-12 오전 11:51:45

[오마이뉴스 제공] "정부는 이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조선일보) "경제는 수렁에 빠지는데 개혁만 외치니" (중앙일보) "정부여당만 경제위기 실감 못하나" (동아일보) "증시는 무너지는데 개혁 타령인가"(한국경제) "정책기조 혼란이 주식폭락 불러" (매일경제) 11일자 보수언론과 일부 상업언론들의 신문 사설 제목들이다. 이 신문들은 10일 종합주가지수의 폭락을 예로 들면서, 경제 전반에 위기의식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들은 이어 정부를 향해 칼날을 세운다. 정부와 여당이 전혀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개혁 타령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이 주가하락에 따른 한국경제의 체질 문제인지, 아니면 주가하락을 핑계로 17대 국회에서 예상되는 경제개혁 드라이브를 저지하려는 것인지 궁금한 대목이다. 이같은 궁금증은 이 날치 신문들의 사설 제목만 보더라도 금방 알 수 있다. 특히 최근 정부의 각종 시장개혁 프로그램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온 보수 상업언론들은 "현재는 개혁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고 분명히 충고하고 있을 정도다. <중앙>, "집권세력 정신 못 차렸다" "한국경제가 끝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며 사설을 시작한 <중앙일보>는 평소보다 긴 장문의 사설을 실었다. 이 신문은 "경제가 어려운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 양상이 갈수록 심각하게 전개되면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면서 "한국 경제가 이대로 주저앉는 것인가, 활로는 없는가"라며 경제 위기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중국과 미국, 국제 유가 등의 외부요인을 간단히 언급한 이 신문은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바로 우리 내부에 있다"며 "집권 여당의 노선에 대한 불안감, 정부 정책의 불투명성, 정부의 안이한 경제인식 등이 기업인과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경제개혁에 대해 반발해 온 재계쪽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설을 좀더 들여다 보자. "여당쪽에서는 개혁과 분배의 목소리만 높아지고, 말로는 "민생"을 외치지만 행동은 딴판이다… 공정위는 한술 더 떠 계좌추적권 부활, 출자총액 규제,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 기업의 사기를 꺾는 궁리만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도 기업인과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 행정부는 이런 현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과연 지금이 개혁과 분배를 외칠 때인지 생각해야 한다… 집권세력은 정신을 못 차렸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 1년 반을 잃어버렸다. 지금 와서 또 다시 헤맨다면 우리는 다시는 탈출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질지도 모른다. 이미 반발 이상 빠져들었다." <조선> <동아>, "정부와 여당만 위기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논조는 <동아일보>나 <조선일보> 등 나머지 보수언론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동아일보>는 국내외 경제 여건을 설명한 후, "대다수 경제 전문가와 국민이 다급하게 "위기"를 외치게 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유독 정부와 여당만은 위기를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는 모습이다"고 각을 세웠다. 신문은 이어 7일 경제장관 간담회 내용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공적자금 투입 기업 매각 과정의 예를 들면서 "이런 형태로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리고 생활고에 허덕이는 민생을 구해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신문은 특히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경제 현실과 동떨어진 분배와 개혁 이데올로기에 집착해 우왕좌왕한 결과가 "잃어버린 1년"이었음을 벌써 잊었는가"라며 "개혁 논쟁은 우리 경제가 난파위기를 넘긴 뒤에 해도 늦지 않다"며 경제위기 원인으로 "분배와 개혁 이데올로기"를 꼽아 비판했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투자자들이 날린 60조원을 상기시키면서 "결국 이번 주가폭락 사태는 투자자들이 한국경제의 앞날을 비관하고 정부의 경제정책을 불신임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청와대의 인사문제를 거론하면서 "무슨 자리에 누구를 앉히고 무슨 무슨 개혁에 팔을 걷어붙이겠다며 그리 할 말이 많던 이 정부가 추락하는 경제에 밀려 동반 추락하는 국민의 비명에는 왜 아무런 대답이 없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번 주가 하락의 원인과 정부의 구체적인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은 이번 사설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정부 인사와 개혁 의지 자체에 대한 성토만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한경>, "무슨 개혁타령인가" 이들 보수언론과 함께 <매일경제>와 <한국경제> 등 일부 상업언론들은 좀더 노골적이다. <한국경제>는 11일치 사설 제목을 아예 "증시는 무너지는데 개혁 타령인가"라고 뽑았다. 신문은 "종합주가지수 800선이 무너진 어제 증시는 1987년 미국의 "블랙 먼데이"를 연상케 했다"고 전제하고,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공황적 분위기에서 하루 사이에 무려 48.06 포인트 떨어진 790.86을 기록했다"고 적었다. 사설은 이날 주가폭락의 원인으로 해외변수를 인정하면서도 "정부와 여당은 경제정책의 우선 순위를 놓고 "성장이냐, 개혁이냐"라며 시대착오적인 논쟁만을 거듭하면서 스스로 혼선을 빚어내고 있다"며 시장 개혁을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이어 "무너지는 증시를 살리기 위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기는커녕 출자총액제한 등 오히려 기업활동을 옥죄는 정책들만 내놓고 있다"면서 "이런 논란이나 벌이고 있을 만큼 우리 경제의 현실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며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둘러싼 재계쪽 입장을 그대로 대변했다. <한국경제신문>의 최대주주가 전경련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매일경제>는 이번 주식폭락을 여당의 정체성과 정부 정책의 혼선에 초점을 맞췄다. 신문은 이어 "여당의 정체성과 정부 정책 목표의 정책 우선순위를 둘러싼 여당과 정부 내부의 혼란은 지금도 가라앉지 않고 있으며, 대기업 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재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설은 증시 붕괴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의 목표와 우선순위를 분명히 설정하고,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방향을 추진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 마인드를 위축시키지 않는 방향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외신의 주가하락 분석과 <한겨레>의 경제위기론 경계 이같은 보수언론과 일부 상업언론의 경제위기론 확산과 일방적인 친 기업적 논조에 대해 같은 날 일부 외신의 주가하락 분석이나, <한겨레>의 사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1일치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해설기사를 통해 주식과 채권 등 금융시장이 이달 들어 전 세계적으로 하락하는 까닭은 투기자본의 차익 실현 및 투자대상 변경 같은 움직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증시 하락을 "투기자본"의 움직임으로 본 것으로, 전 세계적인 문제라는 시각에서 접근한 해설기사였다. 외신에서 지적한 대로 주가 급락은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증시가 동반하락할 기미를 보이자 우리 정부를 포함해 각 나라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상업언론들은 주가 폭락의 예를 들면서 정부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매일매일 등락을 하는 주식시장의 단기적 성과를 들어 정부의 무책임함과 일방적인 친기업적 사고만을 전달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국가경제에 바람직한 도움이 될 것인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한겨레>는 11일치 "지나친 위기론을 경계한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같은 보수언론의 "경제 위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신문은 "우리 경제가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하지만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고 적었다. 신문은 특히 "일부 보수 언론들이 주도하고 있는 "경제위기론"은 적절치 못하다"며 "정부의 대책없는 "낙관론"도 문제지만, 지나친 "위기론"의 폐해는 훨씬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위기론은 시장을 과도하게 얼어붙게 하고,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경제 스스로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게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겨레는 "위기론은 상황변화에 둔감한 정부와 기업, 국민들에게 경종을 울릴 때 그 정당성을 갖는다"면서 "하지만 타성적으로 혹은 다른 의도를 가지고 주창되는 위기론은 모두에게 불행이다"며 경제위기론을 부풀려, 경제 개혁에 제동을 걸려는 언론의 태도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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