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죽는 거 봤는데 왜 어른들은"...사형 원한 살인범, 감형 이유

  • 등록 2024-01-19 오전 10:51:03

    수정 2024-01-19 오전 10:51:03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스스로 ‘사형’을 요청한 스토킹 살해범에게 법원이 25년을 선고하자, 피해자 유족은 “고인의 어린 딸조차 지키지 못한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설모(31·남) 씨는 지난해 7월 17일 오전 5시 53분께 인천시 남동구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출근길에 나선 옛 연인 이모(37·여) 씨에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이 씨의 비명을 듣고 집에서 나와 범행을 말리던 이 씨의 어머니도 손을 크게 다쳤고, 이 씨의 6살 딸은 그 광경을 목격하고 현재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설 씨는 교제 때부터 헤어진 이후까지 이 씨에게 집착과 폭행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결심공판에서 설 씨에게 살인 혐의보다 형량이 더 센 보복살인 혐의를 추가해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자 설 씨는 피해자의 책임을 부각하면서도 “(국내에서) 사형 집행을 안 하고 있지만 될 수도 있다고 들었다”며 “판사님은 부디 사형을 선고해 유가족의 크나큰 슬픔을 목숨으로나마 사죄드리고 죗값을 치르게 해달라”고 말했다.

‘출근길 옛 연인 스토킹 살해’ 피해자 이모 씨의 생전 모습(왼쪽), 가해자 설모(31) 씨 (사진=SNS, 뉴시스)
그리고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설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유족의 정신적 고통과 엄벌 요구를 언급하며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피고인이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피해자 자녀가 범행 장면을 목격했다거나 피고인이 자녀가 지켜보는 가운데도 범행을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 형벌을 가중할 요소로 포함하진 않았다”며 “자신의 죄를 처벌받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다른 보복 범죄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거나 영구 격리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출근길 옛 연인 스토킹 살해’ 피해자가 생전 가해자와 주고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SNS)
이 씨 유족은 선고 공판 뒤 “피고인이 다시 또 세상에 나와서 조카(이 씨의 딸)에게 범행을 할 수도 있다”며 “결과적으로 조카도 지켜주지 못한 판결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이 씨의 딸이) ‘나 엄마 죽는 거 봤는데 왜 어른들은 나한테 아무 얘기도 해주지 않냐’는 말을 분명히 했다”며 “(피고인이) 세상에 나오게 돼서 저희 조카에게 똑같은 짓을 저지르지 않으라는 법은 없는 거잖나”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이 앞에서 살인을 저지른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조카를 호명하며 감형을 받으려고 ‘사형을 내려달라’고 연극을 했는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 같아 화가 난다”며 “검찰이 무조건 항소를 하기를 바라며 그동안 저희가 주장했던 점을 입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설 씨는 이 사건에 앞서 폭행과 스토킹 범죄로 지난해 6월 “이 씨로부터 100m 이내 접근하지 말고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도 금지하라”는 법원의 제2∼3호 잠정조치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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