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커피로드]스타벅스, 커피로 중국 삼켰다

하루 평균 1.4개 매장 중국서 문 열어
"2021년까지 5000개 매장 열린다"
균질한 커피-다양한 컨셉으로 중 입맛 사로잡아
  • 등록 2017-08-13 오후 5:00:00

    수정 2017-08-13 오후 5:00:00

스타벅스는 지역에 어울리는 매장 인테리어로 관광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삼국지 유적들이 남아있는 중국 쓰촨성 청두시 금리 거리에는 당시 건물풍을 재연한 스타벅스가 자리 잡고 있다. [스타벅스차이나 제공]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출발한 스타벅스가 2017년 중국서 꽃을 피우고 있다. 중산층이 많아지는 중국에서 커피의 대명사로 자리잡으며 하루 평균 1.4개 매장이 새로 문을 열고 있다.

미국 기업은 이제껏 이질적인 문화와 각종 규제 탓에 중국 시장에 자리 잡지 못하고 사업을 축소하거나 진출을 철회하기 일쑤였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이나 애플도 중국 대륙에서는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국 기업인 스타벅스가 중국에서 승승장구하는 비결을 공부하려는 각국 경영진도 늘고 있다.

스타벅스, 2021년까지 中서 5000개 매장 연다

이달 초 스타벅스는 합작 회사인 유니프레지던트엔터프라이즈(UPEC)와 프레지던트체인스토어(PCSC)로 부터 13억달러(1조4600억원)을 들여 이들이 가지고 있던 보유 지분 50%를 사들였다. 이로써 상하이와 장쑤, 저장 등 스타벅스 매장 1300개가 완전히 스타벅스 본사의 소유가 됐다.

스타벅스가 이처럼 합작사의 지분을 사들인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될만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스타벅스의 중국 내 매장은 2800여 곳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스타벅스 매장이 많은 국가다. 그런데 지난해에만 500개 매장이 문을 여는 등 성장 잠재력은 미국을 넘어선다. 스타벅스는 2021년까지 매장 수를 5000개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기업들의 ‘무덤’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정부가 대놓고 자국 기업 육성을 하는 데다 특히 미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감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치적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불매운동이나 집회가 일어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세계적인 IT 기업 구글은 2005년 중국에 진출했다가 검열 문제로 중국 정부와 마찰이 생겼고 2010년 결국 철수했다. 현재 중국은 구글 검색서비스나 지메일, 유튜브 등을 차단하고 있다.

애플 역시 중국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지난 2분기(4~6월) 중국 매출은 80억달러로 2년 전에 비하면 반토막이 났다. 화웨이와 샤오미 같은 중국 기업들의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데다 이들 기업들의 현지 판매망을 장악한 탓이다.

요식업체도 마찬가지다. KFC와 피자헛, 타코벨 등을 운영하는 글로벌 식음료업체 얌브랜드는 돈이 되지 않는 중국 사업을 포기하라는 주주들의 압력에 사업부를 분사했다. 코카콜라 역시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채 중국 본토의 일부 사업부를 매각했다.

스타벅스 역시 진출 초기 난항을 겪었다. 2007년엔 베이징 자금성 내 매장을 세웠다가 문화재 훼손을 반대하는 여론이 커지며 강제로 퇴거당하기도 했다. 당시 자금성 스타벅스 반대 서명자만 5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스타벅스에 대한 중국 국민의 반감은 심했다. 2013년 중국 내 카페라떼 가격이 미국보다 3배가량 비싸단 사실이 보도되며 불매 운동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몇 년이나 손실을 이어오다보니 안팎으로 중국을 포기하라는 압박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중국 내 스타벅스 성장 전망을 묻는 말에 “얼마나 커질 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다만 미국보다는 커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같게, 또 다르게…아시아 삼킨 스타벅스 전략

스타벅스는 중국 경제가 상승세를 타며 중산층이 증가하기 시작하던 1999년 베이징 국제무역센터에 1호점을 열었다. 중국 한 중심에서 미국의 맛을 볼 수 있다는 게 스타벅스가 내걸었던 당시 홍보였다.

스타벅스는 원두 관리나 제조방법을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하고 내부 규정 역시 철저하게 지키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전세계적으로 커피맛이 균질하다. 커피를 다루는 바리스타 교육 프로그램 역시 철저하다. 처음 스타벅스에서 일하면 초록 앞치마를 입지만 시험에 통과하면 검정 앞치마를 입는 ‘커피마스터’가 될 수 있다. 중국 스타벅스에도 커피 마스터가 되기 위해 시험을 치는 젊은이들이 왕왕 있다.

하지만 중국 특성을 살리는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며 스타벅스는 중국에서 안착하기 시작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유비의 묘와 제갈량의 사당이 있는 중국 쓰촨성 청두시 금리 거리에는 당시 건물을 재연한 스타벅스가 자리 잡고 있다. 명나라와 청나라 양식이 그대로 남아있는 푸젠성 푸저우시 싼팡치상엔 명나라 양식의 스타벅스와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커다란 바위가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스타벅스가 중국의 문화에 관심이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미국 문화에 거부감이 있는 중국인들에게 빠르게 스며들었다.

중국 특성을 살린 계절 한정 메뉴도 인기다. 최근 중국에서는 올여름 ‘마차 얼그레이 젤리 프라푸치노’가 여름 음료로 한정판매 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의 프라푸치노와 달리 젤리가 있다는 게 특징이다. 버블티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을 위해 타피오카와 비슷한 질감의 젤리를 넣었다. 또 중국에서만 팥이 든 스콘이나 다식을 팔기도 한다.
스타벅스에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내놓은 다식[스타벅스 차이나 제공]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건강보험도 도입했다. 2년 이상 근무한 직원 1만명을 대상으로 본인과 그 부모에게 암과 심장질환 등에 대한 건강보험을 제공 중이다. 사회 복지시스템이 허술해 부모님 간병에 힘들어하는 직원들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도록 만든 조치라고 스타벅스측은 설명했다. 이 보험제도로 스타벅스는 효심을 강조하는 중국에서 이미지 상승 효과를 독톡히 봤다.

슐츠 회장은 아시아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던 건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습득한 데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진출 초기에는) 본사의 고위 임원을 보내 우리의 철학이나 문화를 심으려 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실수였다”고 말한다. 이어 “고객이나 직원, 정부로부터 신뢰를 얻으려면 우리도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며 “스타벅스 차이나 직원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벅스는 중국의 성공을 발판으로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ASEAN) 지역으로도 빠르게 덩치를 키우고 있다. 지난 2013년엔 베트남에, 2015년엔 캄보디아에 첫 매장을 열었다. 동남아 지역이 빠르게 경제성장을 하며 중산층이 늘어나는데다 서구 문화에 호의적이라 스타벅스는 빠른 속도로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올 연말에는 미얀마 양곤 나잉그룹 오피스 타워에 첫 매장을 열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미얀마플라자, 양곤 국제공항, 인민공원, 정션시티에도 매장을 열고 아시아 시장 공략을 가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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