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의 FX칼럼)다시 주목받는 달러/엔

  • 등록 2002-09-23 오후 3:52:49

    수정 2002-09-23 오후 3:52:49

[이진우 칼럼니스트] 추석 연휴동안 일본 엔화가 폭락세를 보이고 말았습니다. 다른 주요통화들은 그나마 달러대비 보합세를 유지하는데 엔화만 바보가 되었고, 국제외환시장에는 엔화뿐만 아니라 많은 통화들이 거래되고 있음에도 우리 원화는 오로지 달러/엔 환율의 급등세를 추종해 추석지나 다시 열린 월요일 장에서 덩달아 헐값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아시아권 통화들도 동반약세를 보이고는 있습니다만 역시 엔화의 움직임에 대한 반응도에서 원화만큼 난리법석을 떨지는 않는군요.

무더위가 가시고 아침 저녁으로 슬슬 찬 바람이 느껴질 무렵이면 꼭 서울 외환시장을 긴장시키던 달러/엔 시세가 금년에도 어김없이 추석을 기점으로 꿈틀거리는 것이 참 묘합니다. “엔화약세가 예상되니 달러매수에 나서라.”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얘기라면 굳이 많은 분들의 시간을 뺏을 이유는 없을 터인데, 한 번쯤 짚고 넘어갈 사항들은 없는지 생각해보다 펜을 듭니다.


◆ 이월에서의 실패는 죽음
먼저 지난 한 주간(9월16일~19일)의 장세를 정리해 보자면…… 9월 둘째 주까지만 하더라도 118~119엔 대에서(원화는 1200원을 중심으로 한 횡보장세 진행 중) 달러가 추가하락세로 접어드느냐 회복세를 보이느냐를 두고 팽팽한 매매공방전이 펼쳐졌었다. 엔화약세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인가 아니면 엔화강세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인가의 미세한 차이는 있다손 치더라도 어차피 달러/엔 환율의 등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서울 외환시장의 참여자들은 주말(9월 13일) 뉴욕換市에서의 달러/엔 방향에 대한 나름대로의 전망에 따라 숏(달러과다매도)이나 롱(달러과다매수)으로 이월 포지션을 구축하여 월요일(9월 16일)의 승부에 대비하였다.

최근 몇 달간 뉴욕환시도 주말이라 해서 사람을 놀라게 할 만한 출렁임 없는 무난한 장세를 보여 왔기에, 그리고 한참 동안 이어진 좁은 박스권 장세에 익숙해져 있던 차에 평소보다는 많은 이월 포지션을 각자 들고 넘긴 상태에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재무성 재무관이 깜찍한(?) 발언을 한 마디 하였다. 일본 정부가 엔화를 대량매도 함으로써 일본 경제의 골치거리로 떠오른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을 억제하고 수출에서의 경쟁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생각에서 통화정책 방향에 큰 수정을 가할 수 있음을 언급한 것인데, 그 여파는 의외로 컸다. 달러 롱(달러매수/엔화매도)과 달러 숏(달러매도/엔화매수)의 대결이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팽팽한 줄다리기의 형국이었는데 그러한 시점에 달러 롱 쪽으로 힘 센 장정 몇 명이 들러붙어 줄을 당긴 셈이다.

Critical level로 여겨지던 120.40마저 돌파되면서 손절매수세가 쇄도하자 오퍼 공백사태까지 발생한 달러/엔 시장은 뉴욕에서만 하루 만에 1.70엔 가까이 급등하여 121.70 언저리까지 치솟으면서 달러/원 환율 또한 1220원에 마감되는 급등세의 모멘텀으로 작용하였다. 이월 포지션에 대한 승패는 다음 날 아침에 확인되는 달러/엔 레벨에 따라 아무런 이의나 불만 없이 결정되는 패턴이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유행(fashion)이 아닌가? 숏으로 이월한 세력들에게는 모처럼 일치한 13일의 금요일이 끔찍했던 주말 뉴욕 외환시장 이었던 셈이다.

그 이후 이어진 거래행태는 달러/엔 환율에 따른 개장 초 급락출발 후 고점갱신(17일 화요일), 갭 다운(Gap-down) 출발 후 갭 채우는 반등세(18일 수요일), 다시 급락 출발 후 횡보장세(19일 연휴전날) 등으로 요약될 수 있어 오로지 엔화의 달러대비 시세에 따른 이월 포지션 승부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면 장 중 안개처럼 흐릿한 수급상황 변화에 따라 한 시간 후도 알 수 없는 혼조장세가 이어져 왔다. 그 와중에 확인된 것은 1,220원 위에서는 추석 전 네고나 그 출처가 불분명한 직접투자자금 등 물량부담이 상존하여 엔/원 환율이 100엔당 1000원 위로 올라서기가 만만치 않다는 정도……

추석 이후 환율이 어떻게 될까 하던 의문은 의외로 쉽게 답이 나왔다. 1조 8천억엔 규모의 국채발행에서 일본 재무성이 사상 최초로 물량소진에 실패했다는 점이(응찰률 88%) 지난 금요일 국제외환시장에서 엔화약세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2 Big이나 달러/엔 환율이 급등해 123엔대까지 다시 올라서자 월요일 서울에서는 지난 17일 일중 고점으로 기록되었던 1,222.30원을 딛고 올라서 1223원을 찍는(?) 달러 강세장을 연출하고 있다. 은행권 딜러들로서는 연휴 전 스퀘어 상태로 만든다고 만든 와중에도 본의 아니게 생긴 소액의 이월 포지션에 따라 몇 천만원에 달하는 손실이나 수익을 내면서 거래에 임하게 된 셈이다. 롱으로 이월된 자들은 복권당첨의 기쁨을, 숏으로 이월된 자들로서는 누구에게라고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는 막연한 분노를 느끼는 월요일 아침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 지금 환율 상승세의 특징은?
이하의 내용은 필자가 월요일 장세를 관찰하면서 느끼는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임을 먼저 밝혀둔다.

첫째, 작금의 환율급등세는 하루 만에 이루어지는 환율의 상승폭이 전일종가 대비 10원 이상을 쉽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외환을 거래하는 사람들로서는 한 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예사롭지 않은 장세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97년 외환위기가 불어 닥쳤을 때나 2000년 11월 하순 1,140원을 돌파한 뒤 다음해 4월 초 1365원까지 환율이 폭등하던 시기에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위기감이나 긴장감은 아직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지금 상당수 시장참여자들은 1228~1230원의 레벨에 주목하고 있다. 1332원에서부터 계산한 1164원까지의 환율 급락세에 대한 38.2% 되돌림 수준이자(엘리어트 파동이론에서 흔히 기술적 반등이나 반락 시 최소한의 목표로 삼는 피보나치 비율에 근거) Daily chart에서 120일 단순 이동평균선이 걸쳐있는 레벨이라 그러한데, 지금 달러 매수로 달라붙는 세력들은 내일이라도 부닥칠 수 있는 1228원 레벨을 의식하고 있고 보유 달러를 조금이라도 높은 레벨에서 털어내고자 장세를 지켜보는 세력들 또한 마찬가지로 그 레벨을 주시하고 있다. 즉, 절대적으로 달러가 부족했던 1997년 말이나 엔화약세가 그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경제 펀더멘털의 뒷받침 하에 이루어지던 2000년 연말의 장세와는 다소 차이가 나게 이루어지는 시점이다 보니 달러/엔 환율의 상승세(엔화약세)를 쫓아는 가되 “언제 어느 레벨에서 보유달러를 처분할 것인가?”라는 기본적인 거래전략에는 아직 큰 수정이 가해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필자는 그래서 지금의 장세를 “어디서 잘 (달러를) 팔 것인가?”의 싸움이라는 견해를 아직 유지한다. 1228원이 돌파되고 달러/엔 환율이 125엔 위로까지 치솟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그 다음 주목할 레벨은 1248~1250원 정도로 20원 가량의 추가상승 룸을 허용은 하되 그 때도 “잘 팔아야 하는 싸움”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둘째, 엔화약세가 글로벌 달러강세 현상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면 우리 원화가 마냥 엔화를 따라 동반약세로 치닫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아시아권 통화들은 우리 원화와 마찬가지로 최근 며칠간의 엔화약세에 반응하여 같이 절하추세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유로화나 스위스 프랑, 영국 파운드화 등 유럽지역의 주요통화들은 엔화의 달러대비 약세가 남의 일인 양 그럭저럭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업실적의 개선으로 대변될 수 있는 미국 경기의 회복세나 하다못해 실물부문을 선도한다는 미 증시의 회복세가 뒷받침 되지않는 가운데에 달러화가 세계 주요통화 대비 강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간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UN의 무기사찰을 조건없이 수용하겠다는 이라크에 대해(“싸우지 말고 말로 하자”는 후세인의 제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사찰수용은 세계를 속이려 드는 시간지연 작전에 불과하다는 미국 행정부의 반응에서(“그래도 난 너랑 싸워야겠다.”는 부시의 화답이다) 짐작할 수 있듯이 현 미국 대통령과 그를 모시고 있는 행정부 관료들은 미국의(보다 엄밀하게는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판단이 서면 현 레벨에서 추가적인 달러가치의 하락을 방치하거나 유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셋째, 무역수지 흑자의 대폭축소나 적자로의 반전 가능성, 그리고 국내 증시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가운데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거액의 매도공세에 나서지 않는 한 엔화약세만을 추종한 달러매수는 항상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단기 혹은 중기적인 환율 급등세를 “즐기는”(?) 세력들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많이 생겼지만 지난 4월 이후 석 달 열흘에 걸친 장세에서 우리는 확인한 사실이 있다. 기본적인 환율변동 요인인 수급(需給)에서 달러공급우위 상황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는 주변 재료만 수급에 일치할 때 아주 겁나는 장이 설 수 있다는 사실을……

결론적으로 지금은 저점매수 전략이 편한 시점이다. 아직 시장이 롱으로 그렇게 흥분하지 않았고, 1차적인 관심사인 달러/엔 환율의 추가상승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래 게재한 차트(9월 23일 오전 10시 현재)를 살펴보면서 많은 힌트를 얻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직은 달러/엔 환율의 상승채널의 상단이 상향돌파 되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채널의 상단이 돌파될 가능성과 채널 상단이 저항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당분간은 엔화시세의 움직임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시점이다.

(USD/JPY Daily Chart)                            (차트 인용 : Teler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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