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기업 진화하다)②맥주회사에서 `수출기업`으로

두산, 10년 구조조정 마치고 중공업그룹 변신 성공
  • 등록 2006-09-28 오후 2:25:46

    수정 2006-09-28 오후 6:49:44

[이데일리 좌동욱기자]지난 96년 4월 을지로 두산그룹 본사(현 하나은행 본점) 21층 기획조정실.

박용만 당시 기획조정실장(사장)은 맥킨지가 보낸 두툼한 컨설팅 보고서를 세번째 다시 읽어보고 있었다.

보고서는 두산그룹이 ▲현금흐름 중심의 사업운영 ▲비핵심 자산 매각 ▲계열사 통폐합 등의 구조조정에 즉시 나서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 경영 체제를 바꾸지 않을 경우 그룹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리포트는 강조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은 지난해 어느 강연에서 그 때를 회상하며 "맥킨지 보고서를 읽을 당시엔 회사가 정말 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10년간 구조조정..중공업 그룹으로 `변신`

지난 10년간 두산그룹 역사는 구조조정의 역사다. 현재 전체 그룹 매출의 70%가 2000년 이후 합병된 회사에서 나온다. 주력 기업인 OB맥주를 매각한 까닭에 야구단 이름도 OB베어스에서 두산베어스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두산그룹은 소비재 그룹에서 중공그룹으로 180도 변신했다.

실제 지난 96년 당시 두산그룹은 주류, 음료 중심의 소비재가 전체 매출의 42.0%, 광고·컨설팅·야구단 등 서비스산업이 26.1%를 차지하는 전형적인 내수 소비재 기업이었다. 10년만인 지난해 두산그룹은 산업재가 매출의 79.6%를 차지하는 중공업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소비재와 서비스 비중은 각각 9.6%, 10.8%로 쪼그라들었다. (그래프 참조)

◇구조조정 전담팀 Tri-C 출범

두산그룹은 맥킨지의 컨설팅을 받은 직후 그룹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Tri-C`팀을 조직한다. 박용만 기획조정실장 주재로 일주일에 한번 꼴로 회의를 갖고, 회의 결과는 즉시 그룹 경영에 반영했다. 당시 맥킨지에서 파견된 팀장이 현 김용성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이다.

1차 구조조정은 유휴 부동산과 비핵심 자산을 매각, 내부 유동성을 높이고 적자 사업을 정리·통합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이에 따라 96년 두산그룹 창업지나 다름없는 영등포 오비맥주 공장을 매각했으며 97년 3M, 코닥, 네슬레 지분 등 비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각한다.

29개 계열사는 23개로 통폐합됐다. 이 과정에서 30년간 해왔던 코카콜라 사업도 접었다.
1차 구조조정을 마무하던 와중에 외환위기가 터졌다.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가 2차 구조조정. 주류·음료 소비재 위주의 사업 구조를 재검토한 것도 이 시기다.

당시 두산그룹은 OB맥주사업을 중심으로 계열사들이 수직계열화돼 있었다. 맥킨지는 두산그룹이 소비재보다는 산업재 사업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룹 주력 OB맥주까지 매각

이후 두산그룹의 구조조정 행보는 `파격`이었다. 98년 두산그룹은 그룹 주력 사업이었던 두산음료와 OB맥주의 경영권을 매각한다.

김진 두산 홍보실 겸 두산베어스 사장은 "당시 OB맥주는 그룹 계열사들의 고위 임원들을 배출하는 핵심 계열사였다"며 "매각 사실이 발표되고나서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힘`을 비축한 두산그룹은 2000년부터 중공업·기계 사업분야로 사업을 확장한다.
2000년 두산중공업(옛 한국중공업), 2003년 두산산업개발(옛 고려산업개발),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가 새 계열사로 들어왔다. 이 3계열사는 지난해 기준 그룹 전체 매출의 68.43%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두고 박용만 부회장은 "파는 기술이 있어야 좋은 회사를 살 수 있다"고 말한다. 팔 회사의 적정 가치를 분석할 줄 알아야 인수할 기업의 적정 가격도 산정할 수 있다는 말.

◇세계 글로벌 기업과 경쟁

지난해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주춤했던 두산그룹은 창업 110주년을 맞는 올해 `전기`를 맞고 있다.

올해 초 그룹 회장직을 폐지하고 향후 3년내 지주회사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하는 지배구조 개선책을 발표했다. 당시 약속대로 지난 26일엔 지주회사로 전환될 두산 대표이사 부회장에 맥킨지 출신 제임스 비모스키 서던뱅크 부사장을 선임했다.

김진 사장은 "두산그룹은 지난 10년간 도약을 위한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며 "다음 한세기 동안 세계 글로벌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하는 그룹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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