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집 팔려야 이사가는데”…'거래절벽·빅스텝' 공포에 새아파트 입주도 발목

서울아파트 매매수급지수 86.4..전주대비 0.4p↓
집값 하락 추세에 매물 증가…매수심리 '꽁꽁'
대출금리 인상 금융리스크 '쑥'…거래 '신중모드'
  • 등록 2022-07-17 오후 6:39:08

    수정 2022-07-17 오후 9:18:03

[이데일리 오희나 하지나 기자] A씨는 서울 은평구에 분양받은 새 아파트에 입주했지만 최근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청약 당시 기존 주택 처분 조건으로 당첨됐는데 이전 살던 서울 도봉구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서다. A씨는 “입주 후 6개월 내 이전 집을 팔아야 하는데 최근 거래도 없고 보러 오는 사람마저 없다고 해서 걱정이 크다”며 “더 늦어지기 전에 가격을 더 내려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A씨처럼 부동산 거래절벽으로 기존 집을 매도하지 못한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집값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매수심리도 얼어붙어서다.

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및 경기도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번 한은 빅스텝 단행으로 국내 주택시장이 수년간 이어져 온 ‘셀러스 마켓’(판매자중심시장·seller’s market)에서 ‘바이어스 마켓’(실수요자중심시장·buyer’s market)으로 바뀌는 변곡점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최소 1년은 주택시장에서 금리가 최대변수로 작용하리라 내다봤다.

집 살 사람 확 줄어…기존 주택 못 팔아 입주 못해

17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아파트 입주전망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입주율은 전월대비 0.1%포인트 하락한 82.3%로 나타났다. 미입주 원인은 기존 주택매각 지연(41.2%), 세입자 미확보(33.3%), 잔금대출 미확보(25.5%)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존 주택매각 지연 사유가 지난달보다 9.7%포인트 증가했다. 이달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전국적으로 72.6에서 68.3으로 4.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은 7.9포인트(78.9→71.0), 광역시는 0.2포인트(69.0→68.8), 기타지역은 6.1포인트(73.0→66.9) 낮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서현승 주산연 연구원은 “미국이 이달 자이언트 스텝을 예고하면서 한국의 빅스텝도 이뤄져 경기침체 우려, 대출비용 부담증가 등으로 주택 수요자의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입주율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주택거래 활성화,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확대·지원 강화 등의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10주 연속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6.4로 지난주(86.8)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매수)와 공급(매도)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이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료=한국부동산원)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이 있는 동북권은 81.4로 지난주(82.1)보다 0.7포인트 떨어졌고 강남4구가 포함된 동남권 역시 지난주보다 0.7포인트 하락한 91.9를 기록했다. 마포·은평·서대문구 등이 속한 서북권은 지난주보다 0.2포인트 하락한 79.3으로 서울 5대 권역 중 매매수급지수가 가장 낮았다.

서울 송파구 잠실 H공인중개사 대표는 “한은 기준금리 인상에 집주인들의 문의가 확실히 많아진 건 사실인데 매수하겠단 사람이 없다”며 “집값이 조정받는 시기라는 것을 다들 알기 때문에 예상보다 더 금액을 낮춰 조정해야 할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다주택자 등이 내놓은 매물이 쌓여 있지만 매수세가 없어 거래가 잘 안 된다”며 “시세보다 4000만∼5000만원 이상 낮춘 급매물에도 매수세가 달라붙지 않는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매물에도 신중해진 주택 구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 인상도 가팔라졌고 경기둔화 등 외적 변수와 함께 집값 고점 인식도 커졌다고 해석했다. 여기에 더해 ‘다중채무형’ 주택담보대출자의 금융리스크가 커지면서 주택 구매 자체가 신중해졌다고 분석했다.

7월 둘째주 KB부동산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증감률(자료=KB국민은행)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내년까지 지켜보자던 실수요자들도 이제는 매수 시기를 몇 년 뒤로 미루겠다는 추세여서 시장의 관망세는 더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재는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시장 분위기가 위축되면 급매물이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이 추가 조정될 것”이라며 “한동안 집값이 제자리에 머물거나 떨어질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에서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출로 무리하게 집을 사기란 어려운 문제로 거래 관망 속에서 저조한 주택거래와 가격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올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어 집값 하락은 지속할 것”이라며 “모험적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없어 거래절벽이 예상되고 앞으로 1년간 주택시장은 금리가 최대변수로 금리인상 랠리가 마무리돼야 주택가격 하락도 진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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