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베 3기 내각' 스가의 퇴진…한일 관계 새 기회될까

아베 정권 물려받은 스가 정권
코로나19 대응 실패 인기 급강하
갑작스러운 총리 사퇴에 후보 난립
파벌 구속력 약해져
  • 등록 2021-09-07 오전 11:00:00

    수정 2021-09-08 오전 7:36:06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임기가 이달 말 끝난다. 스가 총리가 취임한 지난해 9월 이후 한일간에는 정상회담은커녕, 외교장관 회담도, 전화통화도 없었다. 스가 총리의 퇴임과 새 총리의 등장은 이처럼 얼어붙었던 한일 관계의 국면 전환이 된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가 사퇴로 스텝꼬인 아베…한일관계 새 활로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한일 관계의 악화된 지형은 쉽사리 뒤집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한일간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난제가 산적돼 있다. 한일간 갈등 속에서 양국간 국민 감정이 지속적으로 악화됐다는 사실 역시 정치 리더십의 교체가 단기간 한일 관계 개선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아베, 극우 성향 다카이치 전 총무상 지원 의지

스가 총리가 사실상 사퇴를 선언한 지난 3일 도쿄 긴자에서 한 시민이 신문에서 이 소식을 접하고 있다(사진=AFP)
이번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이번 총재선거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그림자가 얼마나 지워질 것이냐다. 스가 총리 취임 당시만 하더라도 극우적인 성격인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비교해 합리적 보수라는 판단하에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의 유산을 물려받은 스가 정권은 외교정책 역시 답습했다. 한일 관계에 있어서도 한국이 해법을 내놓을 때까지는 대화조차 응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견지했다.

이는 스가 총리의 총리직 선출이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의 전격적인 지지 아래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실패로 스가 총리의 지지율이 26%까지 하락하고, 각종 선거에서 자민당 후보의 열세가 이어지자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스가 총리를 간판으로 내세워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는 전 총재의 잔여임기를 잇는 것이 아닌 정식 총재선거라는 점에서 의미를 달리한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아베 정권에 부채를 지지 않은 독립적인 정권을 꾸릴 기회라는 것이다. 당연히 외교 정책에 있어서도 이전 정부와는 다른 독자노선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자민당 총무상. (사진=AFP)
이런 상황에서 아베 전 총리는 자신이 소속돼 있는 무파벌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을 지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아베 전 총리와 함께 자민당 내 의원 모임인 ‘보수 단결의 모임’ 고문을 맡고 있다.

그만큼 보수적 색채가 강한 인물로 꼽힌다. 지난 3일 밤 위성방송 BS후지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자신은 총리가 되더라도 계속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일본의 전쟁책임을 인정한 무라야마담화와 고노담화에 대해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강제징용 사실을 부인하기도 했다. 만약 다카이치 전 총무상이 총리가 될 경우, 한일관계가 더욱 엄중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 중 하나다.

2015년 위안부 합의 주역 기시다

기시다 후미오 당시 외무상이 2015년 12월 28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한일 위안부 합의를 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afp제공]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일찌감치 총리직 도전 의사를 밝히고 입후보를 위한 추천인 20명을 확보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아베 전 총리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한 당시에도 총리직에 도전했으나 스가 총리에게 밀렸다.

일본언론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애초 기시다 전 정조회장에 자리를 넘겨줄 생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기시다 전 정조회장의 인기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차기 총리가 됐을 경우, 후폭풍을 우려해 스가 총리에게 정권을 넘겨주기로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외무대신을 역임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역시 그의 작품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서 일본 정부는 10억엔을 위안부 재단 기금으로 출자하기로 했는데 기시다 당시 외무상이 아니었다면 이 숫자는 한 자리 수로 줄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다만 위안부 합의가 결국 위안부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못했듯 근본적인 역사관은 보수 색채를 띄고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한국정부가 약속을 어겼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으며. 2020년 9월 아베 전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을 때도 “국가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분들에게 존중의 뜻을 나타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며 “외교문제화할 것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내 입지나 경력으로 봤을 때는 총리직으로서 적임자로 꼽히지만, 대중적 인기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치명적 약점이다. 이번 총리는 당장 11월 있을 중의원 선거를 지휘해야 한다. 일본의 총리직이 대중적 인기와 상관없는 의원들의 투표로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이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지한파 고노…외교적 무례로 구설수 오르기도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이 2020년 7월 23일 오후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시에 있는 육상자위대 통신학교를 시찰한 후 취재에 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도통신 제공]
가장 인기가 많은 인물은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이다. 그는 트위터나 유튜브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탁월한 소통 능력을 보여주며 ‘팬’ 층을 공고화했다.

6일 요미우리 신문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142명을 대상으로 4~5일 유·무선 전화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23%가 고노 담당상을 차기 총리에 어울리는 정치인으로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도 고노 담당상은 유권자의 31%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일본정부의 전쟁책임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낸 고노 요헤이 전 총리의 아들이기도 하다. 한일 관계의 큰 획을 그은 고노 전 총리의 아들이었던 만큼 그가 외무상으로 취임할 당시 한일 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실제 고노 담당상은 2018년 4월 일본 외무상으로서는 14년 만에 현충원에 방문하는 등 한일 관계 개선에 노력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기업의 배상책임을 명시한 판결이 나온 뒤로 태도는 180도 뒤집힌다. 징용 문제 당시 주일 한국 대사를 초치한 뒤 대사의 말을 끊으며 “매우 무례하다”고 화를 낸 모습은 일본 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다만 기본적으로 지한파로 분류된다. 외무상 당시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방위상을 역임한 이후에는 얼어붙은 한일 관계에서도 ‘한일 우호의 밤’ 행사에 참석하는 등 한일 관계 개선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고노 담당상은 아소파의 젊은 의원들과 함께 총리직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소파의 수장인 아소 부총리는 고노 담당상의 총리직 도전에 대해 “누구를 지지할지 밝힐 생각은 없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소미아 반대한 이시바, 당 내 세력 확보가 ‘난제’

2018년 자민당 총재직에 출마 당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아베 전 총리가 지지를 선회하면서까지 당선을 막고 싶어했던 이시바 전 간사장은 출마 자체가 관건이다. 출마에 필요한 20명의 의원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서다. 이시바파로 분류되는 의원은 17명인데, 총재 선거 선출을 위해 이시바 전 간사장은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을 만나 지원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반아베’의 기치를 선봉에 내건 인물로, 2017년 아베 정권을 뒤흔든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에 대해서도 재조사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지만, 9년간 아베 정권하에서 지속적으로 세력이 축소되기도 했다.

보기 드문 ‘국방전문가’로 개헌을 주장하지만 전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극우와는 결을 달리한다. 그는 한일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던 무렵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나라가 패전 후, 전쟁책임을 직시하지 않은 것이 많은 문제의 근본이며 이것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며 “(나치의 전쟁 범죄를 재판한)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과는 별개로 전쟁책임을 스스로 인정해 온 독일과 우리나라의 차이를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 인물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시바 전 간사장이 선출 될 경우, 한국정부가 꾸준하게 요구해왔던 ‘진정한 사과’와 관련해 한일간 합의점을 찾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다만 총재직 입후보를 위한 20명의 의원 동의도 채우기 힘들 정도로 당내 세력기반이 약화됐다는 점은 치명적 약점으로 꼽힌다.

“韓이 해결책 내놔야” 日정부 태도 바뀔까

이외 총재직 도전 의사를 밝힌 후보로는 무파벌인 노다 세이코 전 총무상, 호소다파 시모무라 하쿠분 정조회장 등이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시모무라 정조회장이 출마할 경우, 호소다파 표가 갈리며 아베 전 총리가 지원하는 다카이치 전 총무상이 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노다 전 총무상이 출마할 경우에도 ‘유일한 여성 후보’라는 간판이 퇴색된다.

일본 여당 총재가 총리가 되는 내각제의 특성상, 총리직은 국민이 아닌 여당 의원들의 표를 얼마나 얻느냐에 달라진다. 그만큼 주요 파벌들의 지지를 얼마나 얻느냐가 핵심이지만, 스가 총리의 ‘돌연 사퇴’로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파벌의 구속력도 약해진 상황이다.

당초 ‘스가 총리의 연임’에 무게를 뒀던 외교가도 차기 일본 총리가 누가 될지를 놓고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누가 총리가 되더라도 아베 정권 9년간 꼬일대로 꼬인 매듭을 쉽게 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일본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을 가져오지 않으면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새 총리 탄생이 교착상황을 해결할 변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는 오는 29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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