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고연령층에서 알츠하이머 병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의 또다른 원인 물질(단백질)을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이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하는 방식의 혈관성 치매 예방 및 치료제 개발에 실마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 이종민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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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이종민 교수와 최동희 교수 연구팀은 뇌에서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해마의 신경세포가 NADPH산화효소1(NOX1)이 만드는 활성산소에 의해 사멸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활성산소는 지방 및 단백질, DNA 등과 반응해 세포에 산화성 손상을 일으킨다.
| 최동희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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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퇴행성 신경질환을 유발하는 만성대뇌허혈과의 연관성은 알려져 있었지만 해마의 신경세포가 활성산소에 특별히 취약한 이유에 대한 연구는 미약한 상태였다. 연구팀은 NOX1이 만들어내는 활성산소가 지방 및 DNA의 산화를 통해 해마의 신경세포사멸을 유도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실제 실험동물이 NOX1이 활성화된 경우 수중미로에서 도피대를 찾는데 20초가 더 걸렸다. 과산화물을 만드는 NOX1이 해마의 신경세포 사멸을 유도해 학습과 기억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혈관성 치매 동물에 NOX1 억제제를 처리한 경우 해마 신경세포 사멸이나 인지기능 손상이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혈관성 치매에서 해마 신경세포 사멸에 관여하는 NOX1에 의한 발병기전을 규명했다”며 “이를 토대로 NOX 1 억제제 개발 및 유전자 치료에의 응용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실용화를 위해선 NOX1 억제제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합성한 뒤 중개연구를 통한 표적치료제 개발이 선행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내분비 및 대사 분야 국제학술지인 ‘항산화산화환원신호지’(Antioxidants and Redox Signaling, ARS) 온라인판에 지난 6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