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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KT&G(033780) 궐련형 전자담배 ‘릴(lil)’ 현장판매 첫날. 부산에서 차를 끌고 올라왔다는 30대 남성은 이렇게 말했다. 사전예약을 하려다 실패해 직접 서울까지 올라왔다는 그는 인터넷에서 할인코드를 내려받아 알뜰하게 릴과 전용스틱인 ‘핏’을 한 꾸러미 구매하고 다시 부산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현장판매가 진행된 GS25 강남점을 오전 8시에 찾았다. 이미 10여명이 줄을 서서 릴이 판매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러 릴을 사기 위해 먼 길을 온 사람도, 출근길에 잠시 들린 사람도 있었다. 일부는 처음 전자담배를 구매한다고 했다. 아이코스 등 다른 제품을 소유한 이들도 있었다. 다만 새로운 경험을 앞둔 표정은 모두 비슷했다.
마침내 오전 8시부터 판매가 시작되자 편의점 계산대 앞은 릴을 사려는 사람과 아침식사 및 커피를 사려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GS25 강남점에는 총 3개의 포스(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가 있는데 그 중 두 개는 릴만 전담했다. 직원들은 릴에 대한 특징을 설명하고 할인코드를 찍을 뿐 아니라 증정품도 주는 등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8시 20분. 총 20개 물량이 모두 판매된 시간이다. 1분에 1개씩 팔린 꼴이다. 이미 일주일간 9개 점포에서 하루 30개씩 사전판매했고 1만 개의 예약판매가 이뤄져 약 1만2000대가 팔린 이후였다. 본 판매에서도 소진되는 속도는 빨랐다. 이 점포는 내일도 같은 수준의 물량을 판매할 계획이다.
릴이 모두 판매된 이후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들은 아쉬운 마음을 안고 발걸음을 돌렸다. 지난주 릴 사전판매를 진행했던 이곳에는 지금도 하루에 40~50통의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KT&G 관계자는 “사실 예약판매 물량인 1만 개도 완판될지 궁금했는데 이틀 만에 매진돼 내부에서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며 “다만 아직 초반인 만큼 2~3일 정도는 판매 속도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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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은 앞서 출시된 아이코스와 릴, 두 가지 제품이 혼합된 형태다. 글로와 유사한 디바이스·스틱 일체형이지만 두께가 좀 더 얇다. 무게도 90g으로 가볍다. 연속으로 20개비 이상 필 수 있다는 점은 글로와 비슷하다. 특히 릴은 전국적 유통망이 우세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릴의 초반 판매 성적이 세금 인상으로 인한 전용스틱 가격 인상 여부와 직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회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일반 담배의 90%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로써 현행 개소세 126원에서 529원으로 담배에 붙는 세금이 약 400원가량 오르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담배소비세(528원)·지방교육세(232원)·국민건강증진부담금(438원)도 각각 897원·395원·750원으로 줄줄이 인상될 예정이다. 전용스틱 가격 인상요인이 분명한 셈이다.
KT&G는 현재로서는 릴의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필립모리스 등 선행주자는 가격 인상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고 단독으로 가격을 올리면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어 고민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금 인상으로 인해 전자담배 가격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KT&G가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릴의 흥행 여부가 다른 회사들의 가격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