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ITC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관련 최종 의견서를 공개하면서 양사간 신경전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BOM(원자재부품명세서) 정보 △선분산 슬러리 △음극·양극 믹싱 및 레시피 △더블 레이어 코팅 △배터리 파우치 실링 △지그 포메이션(셀 활성화 관련 영업비밀 자료) △양극 포일 △전해질 △SOC(충전율) 추정 △드림 코스트(특정 자동차 플랫폼 관련 가격 및 기술을 포함한 영업비밀 자료) 등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 22개를 침해했다고 최종 의견서에 적시했다.
ITC의 최종 의견서가 공개되자마자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원문을 모두 공개하며, SK이노베이션에게 포화를 날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5일 긴급 컨퍼런스콜을 열고, SK이노베이션을 향해 “ITC 판결을 존중하라”며 날을 세웠다. 한웅재 LG에너지솔루션 법무실장(전무)은 컨퍼런스콜에서 “협상의 문은 열려 있지만, 지난달 10일 ITC 최종 판결 후 지금까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협상 관련 제안을 받은 게 하나도 없다”며 “SK이노베이션이 진정성 있는 자세로 합의에 나서지 않으면 원칙대로 우리가 정한 길을 가면 된다. 합의가 안될 경우 징벌적 배상까지 포함하면 배상금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막판 수세에 몰린 SK이노베이션은 ITC 최종 의견서가 공개된 당일에도 판결 내용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실체적 검증이 없었던 만큼 거부권 행사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영업비밀 침해를 명분으로 소송을 제기한 LG에너지솔루션은 침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ITC 의견서 어디에도 이번 사안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면서 “SK이노베이션은 이처럼 ITC 결정이 내포하는 문제점을 대통령 검토 절차에서 적극적인 소명하고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거부권 행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전방위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주엔 미국 백악관 직속 무역대표부에 ITC 판결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동시에 미국 국회의원들을 통한 거부권 확보 움직임도 적극 전개 중이다. 실제 지난 3일 라파엘 워녹 미국 조지아주 상원의원은 폴리 트로텐버그 교통부 차관 후보 청문회장에서 “ITC 결정은 SK이노베이션이 26억달러를 투자해 건설 중인 조지아주 공장 운영과 2600여명의 일자리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 과정에서 정책 목표인 녹색교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한 분석을 요구한다”고 언급했다. 조지아주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지역으로,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막판 로비를 펼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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