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6강 탈락’ 환호한 이란 20대, 군경 총 맞아 숨져

이란 축구대표팀 에자톨라히 지인
“가슴이 찢어진다…이런 일 당할 이유 없어”
  • 등록 2022-12-01 오전 11:10:42

    수정 2022-12-01 오후 2:50:49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이란 축구대표팀이 미국과의 경기에서 패배해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한 가운데 이를 축하하던 이란 남성이 보안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29일(현지시간) 오후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이란과 미국의 경기, 이란 에자톨라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30일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에 따르면 27세의 남성 메흐란 사막은 미국전 직후 카스피해에 접한 이란 북부 도시 반다르 안잘리에서 자신의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이란 대표팀의 패배를 축하하다가 총에 맞았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센터(CHRI)도 사막이 이란의 패전을 축하다가 보안군에게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또 지난달 30일 테헤란에서 열린 사막의 장례식 영상을 공개하며 추모객들이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마네이를 겨냥한 것으로 이란 반정부 시위대의 구호 중 하나다.

사막의 사망 소식에 미국과의 경기에 출전했던 이란 대표팀 사이드 에자톨리히는 “가슴이 찢어진다”며 추모 글을 올렸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언젠가는 가면이 벗겨지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젊은이들과 조국이 이런 일을 당할 이유는 없다”고 적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유소년 시절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사이다.

이란 축구대표팀 사이드 에자톨리히가 지난달 30일 SNS를 통해 미국의 승리를 축하하다 군경 총에 사망한 사막의 죽음을 추모했다. (사진=에자톨라히 SNS)
이란 대표팀은 지난달 30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B조 미국과의 3차전에서 0-1로 졌다. 이란 대표팀이 패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란 반정부 시위대가 폭죽을 터뜨리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환호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퍼졌다.

이란인 중 상당수는 이란 대표팀이 현재 정권을 대변한다고 보고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팀에 대한 응원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축구대표팀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웨일스에 2-0으로 승리한 지난 25일 경기장 안에서 반정부 시위자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AP통신)
현재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는 22세 여성 마사 아미니의 죽음에서 촉발됐다. 아미니는 지난 9월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이는 등 복장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구금됐다가 숨졌다. IHR 집계 결과 이란 정부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살해된 사람은 448명으로 그중에는 어린이 60명, 여성 29명이 포함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월드컵에 참가했던 이란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22일 B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에 앞서 국가를 부르지 않으며 자국 내 반정부 시위에 연대의 표현을 드러냈다. 경기장 안팎에서는 정부 지지자와 반정부 시위자가 충돌했으며 반정부 시위 구호 중 하나인 “여성, 삶, 자유” 문구를 든 사람은 입장이 제한되기도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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