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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란 내무부는 라이시가 1792만 6345표, 약 61.9%의 득표율을 얻어 경쟁 상대인 개혁파 압돌나세르 헴마티(약 8.4%)를 크게 앞섰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대선 투표율은 48.8%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치러한 이란 대선 중 가장 저조했다.
핵협상 파기에 따른 미국 등 서방국가의 이란 석유 수출 금지 제재를 비롯해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이란이 경제적 위기에 처하자 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다. 하지만 사회적 변혁을 요구하는 국민적 의지는 약해졌다는 평가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높은 실업률, 통화 가치 급락 등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초강경파의 당선은 사회적 억압을 강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인스타그램, 클럽하우스 등 SNS에서의 반정부 활동이 제한되고 언론인을 비롯한 반정부 활동가들이 대대적으로 체포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라이시 당선인은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국 블랙리스트로 올라 있는 초강경 보수파 인물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그를 블랙리스트에서 해제하진 않았다. 그는 이란 내 절대권력인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최측근으로 유력한 후계자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핵협상·중동 지역 긴장 고조 등 새 변수될 듯
그의 당선으로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미국 등 서방국가와 이란간 핵협상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다. 라이시는 당선이 확정된 이후 미국 등과의 핵협상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핵협상이 완료될 경우 이란의 석유 수출 금지 등의 제재 조치가 해제될 수 있다. 라이시는 이란 국영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익을 우선시할 것”이라며 “억압적인 제재를 해제해야 하며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온건파인 하산 루하니 대통령이 라이시 당선인이 취임하는 8월전까지 핵협상을 사실상 완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루하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핵협상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EEAS)는 19일 중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영국, 이란 등 핵합의 참가국들이 2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공식회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라이시의 당선이 중동지역의 긴장감을 높일 가능성도 높다. 최대 적국인 이스라엘, 수니파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대립이 격화할 전망이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19일 트위터를 통해 그를 ‘테헤란의 도살자’라며 “이란인 수 천 명의 죽임에 책임이 있는 극단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아랍에미리트 정치분석가 압둘칼렉 압둘라는 “이란은 이제 더 급진적이고 보수적인 입장으로 기울고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했다”며 “라이시의 대통령 당선이 중동 국가간 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등은 그의 당선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