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알바생 쓰기도 부담”…최저임금 셈법 복잡

최저임금위, 오는 29일 ‘내년 최저임금’ 결정
노동계 ‘인상’ vs 경영계 ‘동결’ 주장 팽팽
인상 땐 "고용 줄일 것", "업무강도 세져"
"동결하되 업종별 차등 적용·사각지대 고려"
  • 등록 2023-06-12 오후 12:00:00

    수정 2023-06-12 오후 7:47:13

[이데일리 이영민 수습기자] “가뜩이나 인건비 때문에 ‘퇴식 로봇’까지 쓰는데…최저임금이 더 가파르게 오르면 있던 알바생들도 쓰기 어려울 것 같아요.”

서울 마포구에서 24시간 PC방을 운영하는 이모(51)씨는 매일 14시간씩 가게를 지킨다. 여름 성수기에는 몰려드는 손님들을 상대하려면 아르바이트생을 더 뽑아야 하지만 최저임금이 부담스러워 직접 가게 일을 도맡고 있다. 치솟는 임금에 결국 PC방 안에서 음식을 배달하고 빈 그릇을 받아오는 로봇인 ‘퇴식용 로봇’ 2대까지 동원한 상황이다. 그는 “각종 수당을 더하면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직원에게 실제로는 최저임금보다 더 줘야 한다”며 “최저임금 1만 2000원은 말이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6월 7일 서울 마포구의 한 PC방이 키오스크와 로봇으로 운영되고 있다.(사진=이영민 수습기자)
오는 29일로 예정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 시한이 다가오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8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가 1만 2000원까지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가운데, 현장에선 고용감소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을 동결하되 업종별 차등 적용과 사각지대 해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건비 증가로 인한 고용감축 우려는 업종을 불문하고 제기된다. 서울 종로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박모(63)씨는 최근 아르바이트생을 줄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10년 전 직원에게 준 월급이 150만원이었지만, 현재는 280만원으로 2배가량 늘며 수입이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박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3명뿐인 직원을 더 줄여야 할 것 같다”면서 “인건비 부담 때문에 문 닫는 주유소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게와 일자리가 줄지 않도록 정부가 숨통을 터줘야 한다”며 덧붙였다.

최저임금 인상은 높은 노동강도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에게도 고민이다. 송모(66)씨는 경기도 부천시의 한 식당에서 올해 최저임금인 9620원보다 적은 시급 9300원을 받고 하루 12시간씩, 일주일에 6일 근무한다. 송씨는 “최소 만원은 받아야 할 것 같지만 월급을 올려달라고 하면 그만두라고 하니까 참는다”며 “고용불안 때문에 시급을 안 올리면 좋겠다”고 했다. 경기도 용인시의 제조업체에서 1년째 근무 중인 이모(27)씨도 “물가를 생각하면 최저임금이 만원까지 올라야 할 것 같다”면서도 “회사가 직원을 안 뽑아서 여러 명이 할 일을 혼자 처리하느라 업무 강도가 세졌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소상공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는 노동자의 염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8.7%는 최저임금 인상 시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10명 중 4명은 기존 인력을 줄이거나 근로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사각지대와 업종별 차등 적용을 고려하라고 제언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최저임금만큼 돈을 못 받는 사람이 많다”며 “내년에는 최저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근로자 수를 파악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상향 책정된 뒤 모든 업종에 고정적으로 적용되면 최저임금 사각지대가 생긴다”며 “업종별·지역별로 상황에 따라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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